-이창동 감독, 버닝-
표현하고 싶어?
너의 느낌 감정 고백
뭘 표현하고 싶어?
어떻게 표현하고 싶어?
우린 다 상처받고 아프다. 저마다의 아픔을 고백하는 표현잡지
그날 나는 한남동에 있었다. 내 친구는 소희는 이태원 사고로 죽었다.
그날의 이태원은 이상할 만큼 들떠 있었고,
친구는 죽었고 나는 살아있다.
이 소설은 너무 아픈 나의 고백이자 표현이다.
표현잡지는 예술인들의 고백들 통해 이태원 사고, 청년 자살문제, 버닝썬 등을 모티브로 전개됩니다.
완전한 실화를 바탕으로 단편 소설로 각색했습니다. 모든 등장인물은 실존하지 않습니다.
1편 표현치유는 한여름과 친구, 감독 등 주변인물을 묘사했다면
2편부터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너무 어둡지만은 않으니 걱정 마세요.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설정은 가상입니다. (주요 인물)
등장인물 : 1인칭 화자 - 한여름, 97년생, 서울 4년제 대학졸업, 대학원생, 서울 거주, 작가 지망생, 자유로운 여행가, N잡러, 하기 싫은 일도 잘하는 사람, 예술 결핍러, 외톨이, INTP, 예술가병
최재림- 96년생, 뉴욕 거주, 가수지망생, H엔터테인먼트 연습생, N잡러, 한여름의 초등학교 동창, 13살에 뉴욕으로 이민함, 발라드와 힙합을 넘나 든다. 제2의 박재범이 목표, 예술가병
안나- 한여름 동생, 한안나, 서울대학교 학생 2000년생
멜론머스크-한여름의 내적 친구, 마음속 AI
조감독-한여름의 정신적 조언자, 칸영화제 최우수감독상 수상자, 세계적인 감독, 카페친구
그 외 정보 없음, 찐 예술가
강은지-한여름의 대학원 친구, 20대 초반에 결혼함, 연년생 엄마, 생활력 강함, 한여름에게 현실적 조언
좌우명 : '예술이 밥 먹여주니?'
대학원 교수님- 00여 대의 유일한 남자교수님, 하버드출신, 교수님 수업을 듣는 이유 : 성적을 잘 줘서!
우리들의 청춘은 늘 아프다. 상처 입고 찢어지며 성장한다.
감독님이 그러셨다. 작가는 할 말이 있는 사람이 저절로 되는 거라고,
나에겐 할 말이 많고 아픈 청년들을 표현잡지로 위로해주고 싶다.
친구는 이태원 사고로 죽었다. 나는 살아있다.
그날의 이태원은 이상할 만큼 들떠 있었고,
친구는 죽었고 나는 살아있다.
나는 한남동에서 소희를 기다렸다.
정소희야, 언제 와!
30분이 흘렀다.
소희야, 언제 와.
시곗바늘은 21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 소희에게 문자가 왔다.
여름아. 있잖아. 교대하는 오빠가 이태원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 올라오고 있대. 조금 기다리면 교대하고 얼른 갈게.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잠시 뒤 문자가 하나 더 왔다.
아무래도 교대하는 오빠가 너무 늦어서 그냥 나 기다리지 말고 집에 가.
나는 문자를 받고 맥북과 커피잔을 정리하고 택시를 불렀다. 이태원 역에 사람이 너무 많아 갈 엄두가 나지 않았고 우리 집은 이태원과 멀리 않은 서초동이라 택시비도 기본요금이면 간다.
나는 맥북을 움켜 안고 한남동 맥심을 나왔다. 정면엔 블루스퀘어가 보인다. 불 꺼진 블루스퀘어는 캄캄하며 적막하다. 고개를 조금 돌려 이태원을 바라본다.
지하철을 탈 엄두가 안 날 만큼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은 색색깔 머리띠도 하고 있고 물이 나는 야광 목걸이를 하고 있기도 했다. 거대한 군중들이 마치 오페라 같았다. 군중들은 개미들처럼 서로 어깨를 맞대고 걷고 있었다.
단, 5분 떨어진 이곳 한남동에서 이태원 사람들의 얼굴과 열기가 느껴졌다. 클럽은 음악을 더 크게 틀었다. 예약 없인 발도 못 딛는 곳이다.
클럽의 음악 소리, 사람들의 함성, 팽팽한 군중들은 아주 아주 서서히 움직였다. 멀리서 보면 작은 파도 같았다.
'저기에 아까 그 바니도 있겠지?'
'바니는 클럽에 갔을까? '
'바니는 뭐 하는 아이일까?'
'바니는 오늘 인기가 많을까?'
이태원에서 한남동을 향해 나오는 버스 안에는 다양한 할로윈 캐릭터들이 즐비하게 타고 있다.
슈퍼마리오도 있고, 할리퀸도 있고, 엘사도 있고, 스머프도 있고....
10대~20대로 보이는 이태원 Gen-Z들이 가득한 버스를 가만히 바라본다.
쟤네도 나처럼 집에 가나 보다.
21: 59
택시는 빠르게 도착했다.
나는 이태원까지 곧잘 걸어오고 돌아갈 땐 택시를 타는 버릇이 있다 서초동에서 이태원은 잠수교 하나만 건너면 되기 때문이다. 택시 안에서 바라보는 잠수교는 예쁘다. 잠수교의 불빛들, 그리고 잠수교를 뛰는 사람들, 곧장 반포대교를 넘어가면 우리 집이 보인다.
택시 안은 언제 그랬냐듯이 밤이 오고 있었고 나는 금방 집에 도착했다.
적막하고 캄캄한 밤, 우리 집은 조용했다.
'언니 왔어?‘ ’ 소희 언니 만났어?‘
‘아니, 오늘 일이 늦는대.‘
나는 먼저 샤워를 했다.
물소리는 적막함을 깨어준다.
촥~하고 쏟아지는 물소리,
이태원의 군중들의 함성 소리 같았다.
그리고 음악을 켜본다.
침대 옆에는 소희와 대학시절 찍은 사진이 액자에 담겨있다. 나는 액자를 가만히 바라본다.
'오늘 바빴구나. 정소희 오랫동안 못 봐서 아쉽네.'
샤워를 하고 사과를 하나 깎아 본다.
사과는 탐스럽다. 그리고 붉다.
얼마 전 새로 산 칼이 날카롭다.
난 사과를 깎다 칼끝에 손끝이 살짝 배였다.
앗,
구급통에서 밴드를 하나 꺼내 바른다.
얼굴은 콜라겐 팩하나를 붙인다. 사과 깎는 걸 포기 한 나는 그냥 통째로 한입 베어 문다.
달다.
달고 아삭하다.
10:15
정소희는 집에 갔겠지? 괜히 카톡을 한번 살펴본다.
재림이 문자가 와있다. 뉴욕은 오전 9시겠다. 이 녀석 피팅모델은 잘했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다 잠들어 버렸다.
02:00
새벽 2시 나는 목이 말라 잠에서 깨었다.
아까 먹은 한남동 맥심 오레오 단맛이 아직도 남아있는 기분이다.
오레오의 달큼함이 올라온다. 냉장고를 열어 살펴본다
그래, 탄산수
와인잔에 탄산수를 따라 본다. 나는 탄산수든 생수든 와인잔에 마시는 걸 좋아한다.
와인잔에 담긴 투명한 물은 더욱 마시고 싶어지는 기분이랄까..
탄산들이 목안에 거대한 파도가 되어 넘어간다.
한남동, 이태원
한남동, 이태원
나는 한남동
소희는 이태원에 있었고
나는 한남동에 있었다.
소희는 배우가 되고 싶어했고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어.
현실의 벽은 높고 보이지 않았지만 우린 꿈을 꿨어.
침대에 다시 누워본다. 폰을 들여다본다.
다시 일어난다. 다시 폰을 본다.
나는 폰을 떨어트렸다. 액정은 깨졌다.
폰을 떨어트린 내 발톱사이에선 피가 흘러나왔다.
아프지 않다.
내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그날의 이태원,
소희는 집에 무사히 갔을까?
소희는 지금 뭘 할까?
그날 이후 나는 정소희를 보지 못했다.
누군가
내 곁에서 사라진다는 걸
나는 오늘 알았다.
예고도 없이 소리도 없이
우리는 그렇게 멀어져 갔다.
사라진다 없어진다
그리고 우린 그렇게 모두
잊힌다.
난 이제 친구가 없다.
진짜 외톨이 되었네.
소희는 배우가 되고 싶었고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어.
우리는 꿈을 꿨고
그렇게 서로에게 잊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