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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율 Sep 19. 2024

표현잡지-1. 표현치유(3) 저주



이 시대 젊은이들은 "청춘"이라는 말이 적용될 만큼 아름다운 인생을 살기 어렵다.

-이창동 감독, 버닝-


결코, 아름답지 않은 청춘들의 이야기 

“표현잡지"



표현하고 싶어?

뭘 표현하고 싶어?

너의 감정, 생각, 느낌!

어떻게 표현하고 싶어?


표현하고 싶어서 미칠것 같아?

우린 그걸 저주라 불러.


나만 아픈 줄 알았어. 근데 사람은 저마다의 산으로 다들 힘들다는 걸 알게 되었어.

우리가 다 웃고 있어도 우리가 다 잘 살아가고 있어도 우리 참 힘들잖아.

서로의 결핍, 상처 이런 것들 표현하고 버리자.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설정은 가상입니다.

등장인물 : 1인칭 화자 - 한여름, 97년생, 서울 4년제 대학졸업, 대학원생, 서울 거주, 작가 지망생, 자유로운 여행가, N잡러, 하기 싫은 일도 잘하는 사람, 예술 결핍러, 외톨이, INTP, 예술가병

최재림- 96년생, 뉴욕 거주, 가수지망생, H엔터테인먼트 연습생, N잡러, 한여름의 초등학교 동창, 13살에 뉴욕으로 이민함, 발라드와 힙합을 넘나 든다. 제2의 박재범이 목표, 예술가병

 멜론머스크-한여름의 내적 친구, 마음속 AI

조감독-한여름의 정신적 조언자, 칸영화제 최우수감독상 수상자, 세계적인 감독, 카페친구

 그 외 정보 없음, 찐 예술가

강은지-한여름의 대학원 친구, 20대 초반에 결혼함, 연년생 엄마, 생활력 강함, 한여름에게 현실적 조언  

좌우명 : '예술이 밥 먹여주니?'

대학원 교수님- 00여 대의 유일한 남자교수님, 하버드출신, 교수님 수업을 듣는 이유 : 성적을 잘 줘서!

1. 표현치유(3) 저주

우리 모두 연약한 존재

저주받은 우리


카페엔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평일 대낮의 카페는 조용하고 음악마저 한산하다.

카페엔 에티오피아 커피 향이 함께 흐른다.


감독님의 '재능이 저주'라는 말에 생각이 멈춰버렸다.

감독님의 씁쓸한  눈동자가 보였다.


재능이 저주.

재능이 저주.


감독님이 입을 열었다.

'나 이거 놓고 싶어요.'


감독님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난 순간 얼음이 되어버렸다.

칸에서 오스카에서 인정받는 세계적인 감독님이...

괴롭다며 힘들다며 말했다.


감독님은 나에게, 나같은 사람에게 늘 자신의 힘듦을 고백했다. 그 고백은 도움이 되면서도 과분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나는 감독님처럼 되고 싶은데 감독님은 괴롭고 힘들고 놓고 싶다니...

그의 눈빛은 순간 캄캄해졌다.


'저는 재능이 없을까 봐 두려워요. '

나도 모르게 말해버렸다.

하지만 이건 내 진심이다.


이제 시작하는 병아리 작가, 인정받은 적도 한번 없는 초보자.

그리고 더욱 염려스러운 건  내가 재능이 없는 사람일까 봐 두려운 마음이다.


나는 재능이 두려운 게 아니라 재능이 없을까 봐 두려운 사람이다.


감독님은 자신의 재능이 너무 커 저주라 느끼는 것

나는 그 재능이 없을까 봐 두려운 것.


그와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팽팽한 끈이 있는 기분이다.


그는 에이~ 여름씨도 재능이 있을 거예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그냥 알 수 없는 퀭한 눈빛으로 응시만 할 뿐이었다.


모든 게 무용하다는 그 눈빛,

그리고 재능을 가진 자의 저주.


'이쪽 일 하는 애들이 그래요.' 감독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거 알아요?'

네? 난 순간 놀라 크게 대답했다.


'안 하면 미쳐버리는 거...'

'음악 하는 애들, 글 쓰는 애들, 그림 그리는 애들, 배우녀석들, 영화 만드는 놈들, '

이거 안 하면 아 미치는 애들이에요.


얼음이었던 내가 그 말에 조금 풀어졌다.

'저도 그래요.'

막 자다가 좋은 생각 떠오르면 벌떡 일어나서 미친 듯이 글 쓰고 그래요.


막 좋은 아이디어, 좋은 글 소재 떠오르면 막 제목 짓고 그래두는데.

정작 끝까지 안 하는 게 문제지만요.


감독은 나를 보며 살짝 웃었다.

'너도 이해하지? 내 맘?' 이런 눈빛이었다.


그 가수 빈셋 알아요? 빈셋.

빈셋이랑 친해요?


'아. 빈셋요?'

같은 소속사예요.


아...

그렇구나.


'그 친구도 음악 못 만들면 죽는 애예요.'


그토록 내가 원하는 건 재능 이것만

그 재능이 미쳐버리는 저주를 준다니...


카페의 음악도 커피 향도 흐르는 사이 아늑한 눈빛의 적막만 흐른다.

그는 다시 키보드를 펼쳐 이것저것 적기도 하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기도 한다.


난, 맥북에 두 글자만 적어 내려갔다.


재능, 저주, 재능, 저주, 재능, 저주, 재능, 저주,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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