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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율 Sep 18. 2024

표현잡지-1. 표현치유(2) 재능

일간 한서율 소설집


표현하고 싶어?


이 시대 젊은이들은 "청춘"이라는 말이 적용될 만큼 아름다운 인생을 살기 어렵다.

-이창동 감독, 버닝-


결코, 아름답지 않은 청춘들의 이야기 

“표현잡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한가득 모아 표현잡지에 넣고 싶어.


나 한여름,

사실 진짜 생각해 보면 나라는 사람이 결핍이 있을까?

상처가 있을까?

상처나 결핍도 뭔가 대단한 사람들의 전유물 같아.

난 사실 진짜 평범하고 평범한 애거든


아니면 말이야.

너무 바쁜 일상 속에 묻혀 상처 난 지도 아픈지도 모르고 다시 일어서서 다시 뛰어노는 어린아이처럼 살았는 지도 몰라.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설정은 가상입니다.

등장인물 : 1인칭 화자 - 한여름, 97년생, 서울 4년제 대학졸업, 대학원생, 서울 거주, 작가 지망생, 자유로운 여행가, N잡러, 하기 싫은 일도 잘하는 사람, 예술 결핍러, 외톨이, INTP, 예술가병

최재림- 96년생, 뉴욕 거주, 가수지망생, H엔터테인먼트 연습생, N잡러, 한여름의 초등학교 동창, 13살에 뉴욕으로 이민함, 발라드와 힙합을 넘나 든다. 제2의 박재범이 목표, 예술가병

 멜론머스크-한여름의 내적 친구, 마음속 AI

조감독-한여름의 정신적 조언자, 칸영화제 최우수감독상 수상자, 세계적인 감독, 카페친구

 그 외 정보 없음, 찐 예술가

강은지-한여름의 대학원 친구, 20대 초반에 결혼함, 연년생 엄마, 생활력 강함, 한여름에게 현실적 조언  

좌우명 : '예술이 밥 먹여주니?'

대학원 교수님- 00여대의 유일한 남자교수님, 하버드출신, 교수님 수업을 듣는 이유 : 성적을 잘 줘서!

1. 표현치유(2) 재능

저주받은 우리


하늘은 이토록 푸른데, 내 청춘도 푸를까?

내 기분은 마치 피카소 청색 시대 같아.

우울하고 푸르고 적막했던 그 청색시대 말야.


그날의 청춘은 푸르고 하늘도 푸르다.

한여름, 나에게 오늘은 젊음의 한 조각처럼 하늘에 떠있다.


맥북 하나 챙겨서 서초동 동네 카페로 향한다.  

서초동은 스세권이다. 스타벅스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밀집 한 곳이다. 스벅도 많지만 동네 카페도 발걸음 닿는 곳마다 있다.

카페는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테이블은 자리가 많다.

평일 대낮의 이곳은 한산하다.


나는 한 패션잡지의 일러스트 작가일을 프리랜서로  하고 있다.

일러스트 작업을 위해 아이패드와 맥북을 펼친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애플펜슬을 쥐어본다.

'바닐라 콜드브루'

바닐라 콜드브루를 가져와서 한 모금 마셔본다.


그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 사람, 내가 좋아하는 영화감독님,

작년엔 영화 '우주괴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조감독님이시다.

난 그를 이 카페에서 종종 만났다. 그러다 어느새 얼굴을 아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조감독님께 눈인사를 드린다. 그는 나에게 한쪽 눈을 찡긋하더니 이내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다.

감독님은 체격이 크시다. 항상 창가에 앉아 계신데 등이 블라인드처럼 태양을 가려준다.

항상 무언가를 읽거나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신다.


난 그의 영화 '우주괴물'을 좋아한다. 그의 영화는 마치 판타지 같은 제목이지만 실제는 공포와 스릴러가 가미된 가족의 서사를 그린다. 언젠가 감독님이 나에게 어떤 커피를 좋아하냐고 물으셨다. 그러곤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한잔 사서 나에게 건네주었다.


"학생이세요?"

"아...." "네  저.. 대학원생요."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바보 같이 더듬더듬 너무 떨려서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는 잘생기지 않았다. 가까이에서 보면 쥐같이 생겼고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패션을 하고 있다.

청바지, 그리고 무채색 랄프로렌 셔츠,  나이키 에어맥스 운동화, 거대하게 부푼 곱슬머리를 하고 있는데 그 머리 덕분에 젊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거대하게 부푼 곱슬머리는 그의 생각 주머니처럼 느껴진다.


그는 한동안 또 말이 없다.

커피잔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일이 없어 보이고 한가해 보였다.


제가 작품을 쓰고 있어요.

아! '우주괴물' 후속작이군요! 나는 그가 어떤 후속작을 구상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너무 궁금해도 묻는 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감독님은 늘 골똘히 고뇌한다. 그의 이마 가운데엔 바늘 같은 주름이 길게 잡혀있다. 그의 주름을 보고 있으면 나는 저만큼 고뇌하지 않는 자가 된 기분이다.


창작의 고뇌는  저런 긴 주름을 만들어 낼까?... 나는 머릿속으로 내내 생각했다.


내가 입을 살짝 열었다.

그리곤 가끔 그의 작품을 통해 나를 위안받고 있음을 알려드렸다.

'제가 우주 괴물에 나오는 한나 같아요.'

'아 그래요?' 감독님이 웃으며 말했다.

'한나처럼 백수이면서 또 꿈을 위해 살아가는데 여러 장애 물을 만나는 기분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는 내 눈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의 눈빛은 나에게 관심이 전혀 없어 보이면서도 가끔 내 말에 번뜩이는 눈빛으로 바뀌곤 했다.

대부분은 사색하며 생각하는 눈빛이고 앞에 앉은 상대를 생각하지 않는 눈빛이었다.

그러더니 뭔가 생각나면 입을 여는 사람이다.


어색함이 싫어 나는 무슨 말이라도 뱉어야 하나 골똘히 생각했다.

'감독님이 부러워요.'

감독이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는 나의 눈을 응시하기도 말하는 입을 응시하게도 했다.


'재능도 있고  좋은 환경도 가지고 계시고...'

그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재능이요?' 감독이 입을 열었다.

네.

'재능'


'재능이 저주예요.'그는 멋쩍은 듯 미소를 지었다.


'저주...'

저주라는 말에 나는 동그란 토끼눈만 떴다.


다 가진 줄 알았던 감독의 입에서 저주라는 단어가 나오다니

나는 그저 놀란 토끼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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