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밤, 불면의 밤
9월 22일부터 얼굴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신체 그 어느 부위도 아닌 얼굴에서만 열이 올랐다.
여태껏 있었던 증상과는 양상이 달랐다.
발열의 주기와 강도는 점점 더 세졌다.
나의 일상은 처참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잠을 잘 수 없었고, 집안일을 할 수 없었다.
외부 활동도 제약을 받았다.
얼굴이 불에 데이는 듯 화끈거리고 따가웠다.
쉴 새 없이 아궁이에 장작을 쑤셔 넣고 불을 지피는 것처럼 24시간 내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얼굴은 열기로 새빨갛게 익기 시작했다. 귀까지 뜨겁게 익어버렸다.
세안을 한다. 식염수에 적신 거즈를 올린다. 아이스 팩을 한다. 쿨패치를 붙인다.
임시방편일 뿐, 잠시 식을 뿐이다.
양볼을 중심으로 열기가 뿜어 나오는데 젖은 거즈를 올리고 잠들다 보면 귀와 코가 새빨갛게 뜨거워져서 깬다. 거즈는 바짝 말라있다.
작년부터 다니던 종합병원에 9월 24일에 진료 예약 전화를 했다. 예약이 꽉 차서 10월 10일에 오란다.
동네 단골 피부과에 갔더니 간지럽거나 발진이 있는 경우라면 염증성으로 약을 처방해 주겠지만 안면홍조에는 주사도 약도 줄 수 없다고 했다.
내가 너무 따갑고 아파하니 안압상승 억제용으로 쓰는 ‘알파간피’라는 점안액을 비급여 처방받았다.
얼굴에 바르고 몇 초가 지나자 따끔거림이 사라졌다. 일시적으로 늘어난 혈관을 수축시켰다.
신세계를 만난 기분, 살 것 같았다.
그 신세계의 맛은 오래가지 않았다. 두 번을 발라도 처음의 드라마틱한 수축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발열의 주기가 점점 촘촘해지면서 사용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버렸다.
서너 시간 자고 깨던 게 두세 시간으로 줄었다.
두 시간에서 30분으로 줄어서 밤을 지새우는 날이 이어졌다.
너무 자고 싶은데 뜨거워서 열을 내리느라 정신이 없어 잘 수가 없다.
선풍기를 얼굴 양쪽으로 틀고 잤다. 쿨패치를 붙이고 깜박 잠이 든다.
뜨거운 열감에 눈이 떠진다. 코가 새빨갛다. 아이스 팩을 살짝살짝 대며 열을 내린다.
알로에 젤을 바른다. 젖은 거즈를 올리고 설핏 잠이 든다.
뺨과 귀가 뜨거워 깬다. 잠든 지 30분이 지난 시간이다.
무한반복... 완경녀의 삶이 이렇게 가혹하다니...
열이 이토록 지속적으로 날 수가 있다는 게 놀라웠다.
내 얼굴이 작은 용광로가 된 느낌이랄까.
너무 뜨거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내 몸의 온기를 모두 얼굴로 끌어모으는 것 같다.
급한 대로 약국에 가서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킬만한 약(셀렌과 아연)을 사 와서 먹기 시작했다.
한의원에 가서 침과 부항 치료를 받고 보험약을 받아서 먹었다.
증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나는 우울증과 함께 지쳐갔다.
나는 이 광기 어린 열기를 꺼뜨릴 소화기가 당장 필요했다.
불면 12일 차, 약사 친구가 권해준 고가의 약을 5일분을 받아와 먹기 시작했다.
#안면홍조, hot flush, 顔面紅潮
<출처: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정의
얼굴, 목, 머리, 가슴 부위의 피부가 갑작스럽게 붉게 변하면서 열감이 나타나고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증상을 말한다. 약 2~4분간 지속되며 발한이나 심계항진을 동반할 수도 있다. 폐경기에 흔한 증상의 하나로 폐경 여성의 2/3 이상이 안면홍조를 경험하게 된다.
원인
안면홍조의 원인은 다양하다. 먼저 여성 호르몬의 감소로 폐경 여성에서 주로 나타나는 안면홍조가 있으며, 폐경기 여성의 60% 정도에서 안면홍조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흔한 원인은 감정의 변화에 의해서 홍조가 나타나는 것으로, 이러한 증상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 얼굴 중앙부에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인 주사(rosacea)와 같은 피부 질환 및 신경계통 질환, 부신 종양 등 다양한 질환에서도 안면홍조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히스타민이나 타이라민이 포함된 발효성 식품, 알코올, 치즈, 초콜릿 등의 섭취 후에 안면홍조가 발생할 수 있으며 맵거나 뜨거운 음식 역시 안면홍조의 유발인자가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항고혈압제, 협심증 약제, 발기부전 치료제와 같은 약물에 의해서도 안면홍조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일부 진통제나 위장약도 안면 홍조를 유발할 수 있다.
증상
안면홍조는 일시적인 혈관확장에 의해서 발생하며 자율신경이나 혈관활성물질에 의한 혈관 평활근의 작용으로 발생한다. 특히 자율 신경에 의한 기전으로 발생하는 경우 땀샘이 같이 활성화되어 발한을 동반하게 되지만, 발한이 반드시 동반되는 것은 아니다. 안면홍조 발생 시 피로, 신경과민, 불안, 우울 등이 동반될 수 있으며, 야간에 발생할 경우 수면장애를 유발하여 낮 시간 동안 집중력 저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진단/검사
안면홍조는 환자가 호소하는 임상 증상을 기초로 진단을 하게 되며, 최근의 음식 및 약물 복용력, 폐경 여부 및 다른 폐경기 증상(성교통, 질건조증, 발한, 골다공증 등)과 관련된 자세한 병력 청취가 필요하다. 폐경기 증상으로 인한 안면홍조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혈액을 통해 난포자극호르몬 및 여성호르몬 수치 등을 확인할 수도 있다.
치료
안면홍조가 심하지 않으면 생활습관의 교정이 추천된다. 심부 체온을 선선하게 유지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콩류의 식사나 이소플라본 보충제, 블랙코호시(Black cohosh), 비타민E 등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안면홍조가 심한 환자는 호르몬 치료를 고려한다. 호르몬을 사용할 수 없거나 치료에 대한 반응이 없을 때에는 가바펜틴과 같은 항경련제나 항우울제(SNRI, SSRI) 등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안면홍조가 밤에 주로 나타나는 환자들에게는 주간 진정 작용을 줄이기 위해 가바펜틴을 자기 전 복용하는 것이 추천되며, 증상이 낮에 주로 발생하는 경우는 SNRI나 SSRI가 시도된다.
예방방법
매운 음식에 포함되어 있는 캡사이신이나 지나치게 뜨거운 음식은 안면홍조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안면홍조가 자주 발생하는 환자들은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되도록 회피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알코올 역시 그 자체로 피부 혈관을 확장시켜 안면홍조를 유발하므로 절주가 권고된다.
특히, 당뇨약, 항진균제, 항생제 등과 함께 음주를 하는 경우에 안면홍조 유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 이러한 약제를 복용하는 환자들 중 안면홍조가 심한 이들은 금주를 하는 것이 좋다.
또한 급격한 온도의 변화에 노출될 시에도 안면홍조가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사우나, 찜질방을 가급적 피하고, 겨울철에 외출할 때에는 마스크 등으로 찬바람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한다. 운동은 일시적으로 안면홍조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규칙적인 운동은 오히려 안면홍조의 정도를 낮춘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겨울철에는 온도 차이가 적은 실내운동을 할 것을 권고하며, 운동 후에 너무 뜨겁거나 차지 않은 물로 샤워를 하도록 한다.
피부 질환으로 인한 안면 홍조의 경우 민감성 피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계면 활성제나 유화제가 적은 세정제와 보습제 등을 사용하고, 일광 노출에 의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관련질병
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