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조풍류 작가의 '종묘'를 감상하다.
조풍류 작가가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300호(거실벽만 한)도 넘을 것 같은 '종묘'를 페이스북에서 보았다.
관심이 생겨 언제 실물을 볼 수 있을까 전시회를 손꼽아 기다렸는데, 작업 중인 대작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작품이 걸렸다 하기에 덕수궁을 찾았다.
전시장 왼쪽은 중국 작가, 오른쪽은 한국 작가들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중국의 경우 중일전쟁, 국공내전, 문화 대혁명을 거치면서 모질게 살아온 작가들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손발이 묶여 오랫동안 항아리에 갇힌 듯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했던 문인이 항아리가 깨졌음에도 여전히 타성에 젖고 겁에 질려 활동하지 못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에서, 앞에 봤던 진경산수들보다 더 큰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도 있었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생각났다. 정보와 창작,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 했던 무도한 정권은 문을 닫았는데, 슬금슬금 시대의 역행을 다시 꿈꾸는 듯 한 지금 정권도 문 닫을 날이 멀지 않았으리라.
풍류 작가의 작품을 찾았다.
그림 속에 달은 떠있지 않았지만, 코발트블루가 눈에 확 들어오는 작품은 달빛을 품은 듯했다. 아마도 작가의 고향 '자은도'의 검푸른 바다와 밤 풍경도 저렇지 않을까?
조선 왕들의 신주가 잠든 작품 종묘는 예전엔 금덩이만큼 비싸서 못 썼다는 청금석이 내는 짙은 코발트블루가 백성을 닮은 박석 위에 칠해져 있었다.
왕의 신주를 받치고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백성들, 그들이 청금석만큼 귀한 존재임을 깨닫지 못한 권력자들은 종묘에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한국화 대가들의 작품도 다수 있었다. 이상범, 허백련, 천경자 작가의 작품 속에 같이 걸린 조풍류 작가의 엄숙한 신전, 종묘.
그림 속에는 봄도 꽃도, 희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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