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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흙투성이가 된 교실

Chapter Ⅱ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는 1학년 1반에 배정받게 되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입학 직후 우리들에게 준비물을 알려주셨고, 그 준비물 중 하나는 교실 안에서 키울 화분을 하나씩 가져오는 것이었다. 그날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간 나는 엄마한테 학교에 화분을 가져가야 된다고 말씀드리자 엄마가 화분 사러 같이 나가자고 하셨다. 꽃집에 도착해서 엄마랑 나는 어떤 화분을 살지 잠시 고르다가 내가 마음에 드는 꽃화분으로 샀다. 다음날 나는 꽃화분을 들고 학교로 갔고, 꽃화분은 교실 창틀에 놔뒀다. 


   쉬는 시간마다 꽃화분을 보러 창틀로 갔고, 같은 반 아이들과 서로의 화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화분이 예쁘다며 웃으면서 꽃화분을 바라봤다. 그러다 집으로 가기 전 청소를 하는데, 내가 쓰레받기를 들고 걷는 중 쓰레받기가 창틀에 있는 나의 꽃화분을 밀치게 되었다. 순식간에 어제 산 꽃화분은 교실 바닥으로 떨어졌고, 교실 바닥에는 흙과 깨진 화분 틀, 꽃이 널브러졌다. 순간 어제 엄마랑 같이 꽃집에 가서 화분을 샀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눈물이 났다. 


  ‘엄마랑 같이 산 건데... 이거 어떡해... 다 깨졌어...’


   엉엉 울고 있는 내 앞으로 같은 반 아이들이 몰려왔고, 그 사이로 담임 선생님이 오셔서 나를 달래주시고는 다칠 수 있으니까 이쪽으로 오지 마라 하셨다. 우리가 혹시 다칠까 봐 담임 선생님은 청소는 그만하고 집으로 가라고 하셨고, 나도 집으로 갔다. 집에 가니 엄마가 안 계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는 그날 내가 학교 수업이 끝나는 시간 즈음에 나의 담임 선생님을 만나러 학교로 가셨고, 교실로 갔을 때 담임 선생님 혼자서 내가 깨트린 화분을 치우고 계셨다고 했다. 그 화분이 내 화분인 것을 엄마가 확인하고는 엄마는 선생님과 같이 화분을 치우고 담임 선생님께 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고 하셨다. 

 

   “선생님~ 진영이 좀 지켜보니까 몸이 불편한 게 보이시죠? 진영이가 왼쪽 몸에 마비가 와서 걷는 거부터 시작해서 말하고 밥 먹고... 모든 것이 다 불편해요. 그래도 생각하는 거나 공부하는 건 문제없으니 아무쪼록 잘 부탁드릴게요 선생님...” 


   혼자 한 시간 정도 엄마를 기다리다 집으로 오신 엄마를 보고 나는 큰 소리로 엄마를 불렀고, 엄마는 그런 나를 아무 말 없이 따뜻하게 안아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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