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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중등임용고시

Chapter Ⅲ 

   2015년의 12월이 찾아오게 되었다.

12월 초에도 지난달과 다름없이 병원에 다니고 있었다. 11월 중순에 입원해서 안 보이는 눈이 조금씩 보이게 되면서 조금씩 보이게 되는 눈과 원래 시력의 눈을 동시에 뜨고 앞을 보면 더 어지럽고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씩 보이게 되는 눈을 안대로 가리고 다녔다. 하루 종일 안대로 눈을 가리고 생활하자 어느 순간 안대로 가린 눈에 염증이 생겼다. 졸지에 눈병까지 찾아온 것이다.


   눈병은 급성 바이러스성 눈병이라서 안구 통증과 고름이 수반되어 왔다. 눈이 빠질 것 같은 통증이었고, 눈 주위에 뭉쳐진 고름 때문에 눈을 깜빡거리는 게 불편했다. 스테로이드 성분의 소론도정을 복용해서 몽롱하고 어지러운 데다 눈병으로 눈이 퉁퉁 부어올라서 눈 알이 빠질 것만 같이 아팠다. 세수할 때면 눈에 조심스러운 손길이 데이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그 와중에 나는 졸업 논문 심사 발표를 하러 갔고, 심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12월 첫째 주 토요일에는 다른 도시로 임용고시 시험을 치러 갔다.


   임용고시 시험을 치러 갈 때쯤에는 보이지 않던 눈이 스테로이드 치료로 인해 5센티 미만으로나마 색과 형상이 구분되게 보였다. 하지만 5센티를 제외한 나머지 시야는 다 블러 처리된 것처럼 온통 뿌옇게 보였다. 안 그래도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 소론도정 때문에 어지러운데, 한쪽 눈에서 5센티는 색깔이 보이고 나머지는 뿌옇게 보이는 게 동시에 일어나니 어지러웠다.

  

   눈병으로 눈알이 빠져나갈 것 같은 통증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는 12월 첫째 주 토요일 새벽 5시에 임용고시를 치러 다른 도시로 가려고 집에서 나섰다. 다행히 부모님이 차로 데려다주셔서 편하게 시험장으로 갈 수 있었다. 집에서 나서면서 산 김밥을 시험장 근처에 도착해서 아침 7시쯤에 부모님과 같이 먹었다. 김밥을 먹고 바로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 소론도정 10개를 먹었다. 그 약을 먹고 좀 쉬다가 아침 8시쯤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는데, 약에 취한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정신이 몽롱해지고 어지러워졌다. 그래도 뒤에서 부모님이 내가 걸어가는 걸 보고 계실 것 같아서 최대한 똑바로 걸으려고 정신 줄을 붙잡으며 걸었다.

 

   시험장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시험지를 받는 시간이 되었고, 문제를 보는 순간 지문에 적힌 글자가 해석되지 않았다. 몽롱함이 극에 달하게 된 것이다. '이 글자가 뭐지?' 이런 생각만 들었다. 1교시 교육학 시험의 문제 지문을 읽는데만 30분이 걸렸다. 아무리 반복해서 읽어도 지문에 적힌 한글이 무슨 말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안구 통증도 시작되었다. 시험장에 도착하자마자 안약을 넣었는데도 1교시 교육학 시험을 치면서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그런 건지 평소보다 안구 통증이 더 심했다. 눈알이 빠져나갈 것 같아서 내 손으로 눈을 잡고 있어야 될 것만 같은 통증이었다.


   그러다 '내가 시험 안 치고 지금 바로 시험장 나갈 거면 뭐 하러 새벽에 일어나서 이까지 왔는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서론 본론 결론 맞춰서 논술 써야 된다... '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답안지에 서론을 쓰기 시작했다. 어찌 됐든 서론 본론 결론은 맞춰서 2페이지 초반쯤에 마무리하고 교육학 논술 답안을 제출했다.


   제출하자마자 내가 답안을 어떻게 썼는지 생각이 안 났고, 어떤 주제의 문제가 나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2교시 전공 시험을 칠 때도 안구 통증과 몽롱함 어지러움은 여전했고, 1교시처럼 지문 뜻이 뭔지도 모르겠지만 생각나는 것들을 조합해서 답안을 쓰고 제출했다. 그런데 2교시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몸이 진짜 안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앉아있지도 못할 만큼 너무 안 좋았지만, 1교시 때처럼  '이렇게 나가게 되면 뭐 하러 여기 왔어...'이런 생각으로 억지로 버텼다.


   3교시가 되자, 도저히 못 버틸 것 같았다. 내가 조금만 정신 줄을 놓아도 그 즉시 쓰러질 것만 같았다. 정말 죽을힘을 다해서 버텼다. 문제를 풀면서도 '지금 쓰러지면 안 된다.. 조금만 더 참자... 조금만 더...' 이런 생각을 수없이 되뇌며... 전공 시험 3교시까지 다 마무리하고 시험장에서 나오게 된 시간은 오후 4시쯤이었다.


   내가 어떻게 답안을 작성했는지 시험 친 다음날에도 생각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나는 합격 유무를 떠나서 그런 몸 상태로 새벽부터 나와서 몽롱한 정신으로 눈알이 빠져나갈 것 같은 통증을 겪으면서 오후까지 의자에 앉아서 답안을 쓰고 제출하게 된 그 자체로써도 나 자신에게 고마웠다.

 

   시험 쳤던 날 시험장으로 들어가기 전, 차 안에서 부모님이 나한테 시험 치다가 힘들면 바로 나와도 된다고 하셨지만, 나는 초인적인 힘이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보기라도 하듯 끝까지 버티면서 답안을 작성해서 제출했다. 그날의 시험은 그것으로 만족해야만 되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항상 더 많은 것을 바라기에... 자꾸 합격이라는 욕심이 감히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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