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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병원 전원 그리고...

Chapter Ⅲ 

   처음 입원했던 병원에서 담당 신경과 교수의 확실하지 않은 대답에 점차 신뢰가 떨어졌고, 12월 말쯤 다른 병원으로 진료를 의뢰하게 되었다. 그 병원에서는 여태까지 진료받은 기록과 mri cd를 제출해 달라 했고, 그 자료를 제출한 후 일주일 뒤에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 그렇게 병원을 옮기게 되면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했다.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한 해가 다가왔지만, 나는 새롭지 않았다. 여전히 '다발성경화증이 맞을까? 맞다면 어떡하지? 스테로이드 부작용은 언제 괜찮아질까...'라는 생각이 지속되었다.


   그러다 진료를 의뢰한 병원의 진료날이 찾아왔고, 가기 전까지 만약 다발성경화증이 맞다 해도 절대 울지 말자 약해지지 말자며 마음을 다잡고 병원으로 가게 됐다. 원래 진료 예약 시간보다 거의 삼사십 분 더 기다린 후에 진료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들어가자마자 의사 선생님은 내가 미리 제출한 mri사진을 모니터 화면으로 보여주셨고, 다른 환자의 mri사진도 같이 보여주면서 "다발성경화증이 맞습니다. 확실합니다. 다발성경화증인 제 환자의 mri사진도 같이 보시면 병변이 비슷하죠? 이건 더 진행되어서 하얀 반점이 더 크죠? 그래도 환자분은 초기에 바로 오셨고 치료 잘 받으면 병변이 이렇게 커지진 않을 겁니다."라고 하셨다.


   그 말을 나와 엄마 아빠 이렇게 세 명이 같이 들었고, 나는 확진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계속 났다. 그 진료실에서 사십 분 동안 교수님의 설명을 들었는데, 나는 계속 울고 있어서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그만큼 다짐했건만, 다짐과는 다르게 내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 걸까... 나보고 어떻게 살라는 걸까...’


   교수님은 내가 퇴원 후 계속 복용해 왔던 스테로이드 약은 진작에 끊고 더 빨리 다발성경화증 치료제로 바꿨어야 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오늘부터 자가 주사를 처방해 줄 거니까 그 주사를 일주일에 세 번씩 거르지 말고 맞으라고 하셨고, 주사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주사 교육 간호사에게 들으면 된다고 하셨다. 교수님께서 내 mri를 먼저 보시고 주사 교육 간호사를 미리 불러 놓으신 거였다. 진료실 밖으로 나가면서도 나는 울고 있었고, 울고 있는 나를 바로 다발성경화증 환자구나라고 생각을 한 건지... 교육 간호사가 나와 부모님 앞에 와서 본인을 소개했다.


   간호사는 주사 맞는 걸 교육받아야 앞으로 혼자 맞을 수 있다며 지금 병원 로비 의자에 앉아서 주사를 맞아보자고 했다. 나는 배를 가리고 있는 옷을 조금 위로 올려서 간호사와 부모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보는 병원 로비 의자에서 간호사가 알려주는 대로 주사를 맞았고, 그때의 기분은 참 복잡 미묘했다. 수치스럽기도 했고, 앞으로 계속 이런 짓을 해야 된다는 것에 부담스러웠다. 이렇게 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이 병이 완치되는 것도 아니라고 하니 내 미래가 걱정되기도 하고, 암담하고 참담했다. 희망을 엿볼 수조차 없는 갑갑함이 나를 옥죄었고, 그렇게 주사를 정신없이 맞은 후 나는 아빠 카드를 받아 들고 수납을 하러 갔다. 그사이 부모님은 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집에 가는 길에 부모님은 조금 전 간호사와 한 이야기를 나한테 전해주셨는데, 나는 그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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