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하고 싶은 것
교육행정 수업 시간은 저녁 여섯 시 반부터 시작됩니다. 이 수업에 일 끝나고 부랴부랴 오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녁을 챙겨 먹고 오시는 분들은 많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밥을 챙겨 먹기 어려울 때 쉽게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빵입니다. 저는 이번과제에서 빵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저는 빵을 참 좋아합니다. 정말 좋아해서 빵 이름을 딴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이름이 모진영인데, 빵을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집에서는 애칭으로 ‘모찐빵’이라고 불렸습니다. 가끔 빵집에 갈 일이 있을 때면 가게 안에서 얼마나 고민을 하는지 모릅니다. 빵집에 있는 빵을 다 먹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부여잡고 다음을 기약하며 가게 문을 나올 때면 다음 날이 기대되기도 하고, 그날 산 빵을 이따가 먹을 생각에 기분이 한껏 좋아집니다.
요즘은 빵집도 프랜차이즈가 공공연하게 생겨나서 말 그대로 동네빵집을 찾아보기가 옛날보다는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저는 프랜차이즈 빵집의 빵을 처음 먹어 본 게 약 8년 전쯤인 2005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병원 안에 있는 빵집에 들어가 고른 빵이 파리바게트의 ‘후레쉬번’과 ‘촉촉한 치즈케익’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한입 베어 물자마자 눈이 동그랗게 떠지면서 '이런 빵이 다 있네!!' 라며 감탄했고, 그다음부터는 파리바게트에서 저 빵들을 지겹도록 사 먹은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요즘도 가끔씩 저 빵들을 볼 때면 처음 먹었던 고등학교 1학년 때가 생각나곤 합니다.
저의 별명처럼 찐빵도 참 좋아합니다. 우선 찐빵을 먹을 때면, 두툼한 밀가루반죽에 달달한 팥 앙금이 한가득 들어있는 찐빵을 양손으로 반 나눕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을 때면 김이 사라질 때까지 잠시나마 그 김을 바라보곤 합니다. 그리고 호호 불어가며 한입 베어 먹을 때면, 그 순간만큼은 근심 걱정하던 것들도 잠시 잊혀집니다.
찐빵에 팥 앙금이 있는 것처럼 팥 앙금이 들어간 단팥 빵 또한 맛이 좋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팥이 싫어서 팥빵을 안 먹기도 하던데, 빵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 중 하나입니다. 단팥빵을 우유와 함께 먹으면 팥의 단 맛이 우유에 버무려져서 단맛을 담백하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우유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는 빵은 어떤 게 있을까요?
빵은 종류에 상관없이 우유와 함께 먹으면 다 맛있는데, 빵 중에서도 유독 우유와 같이 먹어야 하는 빵이 있습니다. 바로 카스텔라입니다. 맛있어서 빨리 먹겠다고 빵만 먹다 보면 목이 막혀 숨이 안 쉬어질 때도 있습니다. 이 빵은 빨리 먹는 것보다는 여유롭게 낭만을 즐기면서 커피나 우유를 빵과 함께 번갈아가며 먹는 것이 좋습니다. 주말에 한가하다면 카스텔라빵과 블랙커피 한잔 어떨까요? 저는 상상만 해도 좋습니다.
여유하면 또 생각나는 빵이 있습니다. 바로 케이크입니다. 요즘에는 케이크도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해서 맛을 넘어서 디자인까지도 일품인 케이크가 많습니다. 그래서 보통 지인의 댁에 초대받아서 갈 때면 빈손으로 가기보다는 선물용으로 작은 케이크를 사가신 적이 있거나 받아보신 적이 있을 것 같습니다. 케이크를 일상생활에서 일주일에 두세 번씩 먹는 일은 드물 수도 있는데, 저는 몇 년 전에 케이크를 거의 열흘 동안 먹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음악대학 작곡과 대표로 음악회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제가 빵을 좋아하는 걸 알고는 음악회에 와 주신 지인들마다 저에게 꽃다발 대신 빵과 케이크를 선물해 줬습니다. 받을 땐 꽃다발 못지않은 빵다발을 들고 너무 좋았습니다. 하지만, 음식이라 오래 두면 안 되기에 열흘 남짓 아침저녁으로 케이크와 빵을 매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이제 무슨 케이크를 갖다 줘도 맛이 별로 궁금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한때라 그런지 지나고 보니 또다시 케이크가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참에 오늘 집에 들어갈 때 작은 케이크 하나 사서 들어갈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데, 요즘엔 빵을 생각해 보면 앞서 소개해 드린 예쁘고 비싼 빵들보다 먼저 떠오르는 빵이 있습니다. 거의 이십 년 전, 제가 다섯 살쯤 됐을 무렵 흐릿한 기억 중 한 장면은 또렷이 기억납니다. 당시 집에 가는 길가에 고로케빵을 만들어 파는 행상이 자주 보였습니다. 당시 저는 뇌성마비 장애가 심했을 때라서 잘 걷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부모님의 손을 잡고 걷곤 했습니다. 아빠랑 저랑 둘이서 아빠 손을 잡고 걸어갈 때 고로케빵 행상이 보일 때마다 아빠는 그 행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습니다.
아빠의 한 손으로는 저의 작은 손을 잡고 있었고, 다른 한 손으로 아빠의 옷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는 고로케 하나를 사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고로케빵을 손으로 잡기 좋게 고이 전해주셨습니다. 당시 그 고로케빵은 300원이었습니다. 이십 년이 지난 지금은 수많은 종류의 고로케빵으로 재탄생되어 시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종류의 고로케빵을 먹어봐도 이십 년 전 당시 길가 행상에서 팔던 300원짜리 고로케빵보다 맛이 덜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왜일까요... 어쩌면 당시 행상의 300원짜리 고로케빵은 그냥 고로케빵이 아니라, 그 안에 딸을 너무나도 끔찍하게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이 담겨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요... 당시 다섯 살의 아무것도 몰랐을 저에게도 그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져 와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요...
빵순이답게 지금도 저는 가끔씩 빵집에 가곤 합니다. 그럼 종류별로 빵들을 담곤 하지만 유독 한 가지 빵은 손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그 빵은 고로케빵입니다. 빵집에 고로케빵이 아무리 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도, 수많은 종류의 고로케빵이 나열되어 있어도, 좀처럼 저는 쟁반에 고로케빵을 담지 못 합니다. 잠시 어릴 때 아빠가 사주셨던 고로케빵을 회상하다가 바로 뒤돌아서 계산하고는 빵집에서 나갑니다.
그리고 이젠 다 큰 딸이 고로케빵을 사서 아빠한테 전해 드리고 싶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