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샌디에이고에서 LA를 넘어오면서, 그리고 오늘 투어버스를 타고 LA를 돌면서 이 도시가, 어쩌면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가 나쁜 남자 같다고 생각했다. 매력과 독성을 동시에 품고 있어 시선을 잡아끌고 나쁜 걸 알면서도 끌릴 수밖에 없는 나쁜 남자.
어딜 가든 홈리스와 마약을 한 듯한 사람들이 보여 위험하게 느껴지지만 누구도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는데서 오는 자연스러움, 편안한 분위기가 따뜻한 해변가 도시답게 나른하게 퍼져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게 퍼져 한 줄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자아내 나쁜 놈인 줄 알면서도 한 번쯤은 눈길이 가는 나쁜 남자 같다.
샌디에이고에 있다가 LA로 넘어와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샌디에이고는 미국의 부촌 시골 같은 동네라 간혹 노숙자가 보이긴 해도 건물 자체가 허름한 곳은 많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돌아다녔던 주요 관광지 지역은 더더욱 그랬다. 깨끗하고, 단정하고, 조용하고 잘 가꿔진 주택가들이 서로 자기의 정원을 자랑하듯 줄지어 있는 곳이 많았다.
잘 사는 귀공자 같았었는데 그렇기에 LA에 고층 빌딩 아래의 도로 터널에 그려져 있는 정신없는 그래피티를 마주쳤을 때, '재밌게 놀 수 있을 거지만 경계심도 그만큼 더 높여야 할 거야.'하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렇게 느끼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아예 부촌인 버버리 힐즈는 정말 깨~끗했지만, 그 외의 지역은 꼭 다운타운이 아니더라도 상권이 죽은 지역과 살아있는 곳이 교차되면서 나타나 위험한 듯하면서도 안 위험한 느낌이 반복되었고, 간간이 마주치는 사람들 표정이 낡은 건물과 대조되면서 안전을 걱정하면서도 은근 재밌는 일을 자꾸 기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미국의 분위기가 그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꾸 한 번 더 쳐다보게 만드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여긴 '부'를 얼마나 누리느냐로 상대를 가늠할지는 몰라도 눈에 쌍꺼풀이 있느니, 레깅스를 입었다느니, 몸에 문신이 있느니 등으로 상대를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다. 그러니까 타인이 뭘 하든 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문신한 부모들도 아기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화장이고 옷차림이고 다 제각각이다.
그래서 타인에 대한 배려는 있지만 '눈치를 본다'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고 느껴진다.
어딜 가든 홈리스와 대마 냄새가 곳곳에서 보이고, 맡아지지만 해변가 도시 특유의 나른함과 번화한 건물들, 세계 최대의 영화 산업, 눈치 보지 않는 미국 문화가 얽힌 LA는 정말이지 나쁜 남자 그 자체다.
-2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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