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5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16] 쇼디치와 브릭레인마켓 그리고 런던심포니와 다닐

by Daria Feb 23. 2025



오늘의 아침 메뉴는 단출하지만 고열량으로, 밥 옆에 있는 것은 찌개가 아니라 땅콩버터를 듬뿍 넣은 라면이다. 오늘도 아침부터 부지런히 벌크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혀 벌크업하고 싶지 않지만 말이다.


undefined
undefined



오늘은 드디어 Shoreditch(쇼디치)에 가 보는 날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나름 핫플레이스로 손꼽히는 곳인데, 빈티지 쇼핑으로 유명한 Brick Lane Market(브릭레인 마켓)이 바로 이곳에 있다. 집에서 걸어가기엔 거리가 꽤 되어 오늘은 버스를 타고 갈 것이다. 이렇듯 멀리 가는 날은 이층 버스를 타고 런던 시내를 구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햇살이 어찌나 따사로운지 때 이른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햇빛으로 세수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버스 타고 시내 구석구석을 누볐다.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트라팔가 광장에는 중국인들의 Luna New Year 기념행사가 꽤 큰 규모로 열리고 있었다. 어쩜 비 한 방울 안 오고 날씨 좋은 날로 잘 골랐구나 싶었다.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버스를 타고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이동해야 해서 정말 런던 곳곳을 구경한 것 같다. 그 덕분에 핸드폰 따위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쇼디치까지 가는 길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드디어 버스에서 내리고, 두근두근 설레는 나의 첫 쇼디치 탐방이 시작되었다. 확실히 동네 분위기가 소호 쪽과는 다른 것이, 좀 더 여유롭고 젊은 느낌이 든다. 더 북적북적하고 중심지와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은 소호이지만 이곳 역시 활기차고 개성 있어 런던 여행 시 한번쯤은 꼭 들러볼 만한 것 같다. 특히나 빈티지 의류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틀림없이 브릭레인 마켓을 좋아할 것이다.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런던에서 유명한 베이글 가게 중 하나인 Beigel Bake 간판이 멀리서도 눈에 띄었는데, 전부터 이곳 베이글이 궁금하긴 했으나 구글맵 리뷰를 유심히 살펴본 결과 그다지 특별한 베이글은 아닐 것 같단 생각이 들었고 대기줄도 너무 길어서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그냥 지나쳤다. 런던 떠나기 전, 언젠가 재방문하여 사람이 없으면 그땐 사 먹어볼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아닌 것 같다.


undefined
undefined



평소에 딱히 초콜릿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왠지 이 초콜릿 가게는 나로 하여금 들어가 보고 싶은 욕구를 한껏 자극하여 결국 가게 안까지 들어와 버렸다. 초콜릿 종류가 정말 다양하여 이것저것 사고 싶은 게 많았지만 가격 앞에 강제로 정신을 차리고 딱 두 개만 골랐다.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나는 Strawberry Rosewater와 (아마도) White Chocolate Truffle을 샀는데 둘 다 너무너무 맛있었다. 초콜릿이니 당연하게도 꽤나 달았지만 끔찍하게 달다거나 혹은 풍미 없는 단맛이 아닌, 풍부하고 진한 단맛이라 초콜릿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나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다음에 또 쇼디치에 가면 Dark Sugars(다크슈가)는 재방문할 의향이 분명하게 있다.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가게 안에는 먹고 갈 수 있는 자리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매장 밖 벤치에 앉아, 앉은자리에서 초콜릿을 전부 다 먹어치우고는 곧장 일어나 또다시 무작정 걸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걷고 있으니 기분이 매우 좋다. 역시 사람은 햇빛을 봐야 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34



지나가던 길에 한 카페의 유리창 너머로 'Chocolate Guinness' 케이크가 눈에 띄어 홀린 듯 들어갔다. 아마도 케이크에 내가 아는 기네스 맥주가 들어갔다는 거겠지? 무슨 맛일지 너무 궁금해서 당장 들어가 주문했다.


undefined
undefined



안에 들어오니 케이크 말고도 다양한 종류의 빵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직원들은 상당히 개성이 강해 보였다...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원두를 직접 볶는 것인지 아님 다른 곳에서 떼어 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매장 내에서 원두도 판매하고 있다.


undefined
undefined



카페 안은 학생들의 아지트와 같은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깔끔하다거나 독특한 매력이 있는 인테리어는 결코 아니었고, 오래된 듯한 느낌이 제법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었다. 그리고 테이블마다 대개 학생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undefined
undefined



내가 주문한 초콜릿 기네스 케이크와 에스프레소가 나왔다. 일단, 케이크는 맛있었지만 딱히 맥주의 향이 나지도, 그렇다고 다른 특별한 매력이 있지도 않았다. 그냥 평범한, 달고 리치한 초콜릿 케이크의 맛이었다. 이름을 알고 먹어서인지 언뜻 맥주 향이 풍기는 것 같기도 했지만 만약 이름을 모르고 먹었다면 절대로 맥주 향 같은 건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에스프레소는 마시자마자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정말 정말 놀라운 맛을 지녔다. 이때까지 런던에서 마신 커피 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망설임 없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솔직히 카페 인테리어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고 서비스도 그냥 평범했고 케이크도 기대에 못 미쳤지만 에스프레소가 너무너무 맛있어서 다시 가고 싶은 카페다. 런던을 떠나기 전에 이 카페는 꼭 한 번 더 들러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갈 생각이다.


undefined
undefined



곳곳에는 거리음식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런던에 좀 머무르다 보니 이제 그 메뉴가 그 메뉴로 다 비슷비슷해 보인다. 이전에 처음 런던 여행을 왔던 때에는 런던 마켓의 길거리 음식들이 모두 다 특별하고 맛있어 보였는데 이제는 흥미롭지 않은 것들이 되어 버렸다.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옷이든 무엇이든 중고 제품은 선호하지 않는 성격이라 딱히 무언가 살 것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릭레인 마켓은 구경하는 재미가 매우 쏠쏠했다. 주인장의 개성이 묻어나는 다양한 빈티지 제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서 다리 아픈 것도 잊고 신나게 돌아다녔다.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날씨가 정말 좋다.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한국은 개인 책방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것이 솔직히 쉽지 않은 환경이다 보니 동네의 서점을 둘러보는 재미를 느끼기엔 다소 어려운데 런던은 아직 종이 책에 대한 수요가 꽤 높은 편이며 개성 있는 서점들도 제법 많아 서점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물론 대형 서점, 이를테면 Waterstones나 Foyles와 같은 곳들도 곳곳에 널려있고 이들 또한 전부 다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아서 책 혹은 서점 투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런던은 정말 좋은 도시이다. 그래서 오늘 내가 브릭레인마켓에서 방문한 서점은 'Libreria'이다. 수많은 골목들 중 어느 한 골목의 맨 끝에 있어서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 한 아무도 모를 것 같다. 서점 외관을 찍으려는데 때마침 한 가족이 그 앞을 지나가게 되어 조금 더 자연스러운 사진을 얻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59



서점 내부는 아담하지만 어릴 때 방에 만들어놓던 이불 아지트를 연상시키는, 아늑하고 약간은 환상적인 분위기로 꾸며져 있어서 정말 좋았다. 직원들의 책 큐레이션 코너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개인서점의 장점을 분명하게 살렸다. 기대한 것보다 더 큰 만족감을 준 서점이다.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계속 눈에 밟히던 책 한 권을 사 들고 서점을 나왔다. 계산할 때 직원이 책을 구매해 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했는데 이 한마디가 왠지 모르게 뭉클했다.


undefined
undefined



기대한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볼거리가 가득했던 브릭레인 마켓 및 쇼디치 구경을 마치고 이제 걸어서 Barbican Centre(바비칸센터)로 향한다.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London Symphony Orchestra(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와 Daniil Trifonov의 연주를 들으러 가는 날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68



낮의 햇살 가득한 푸른 하늘에 이어 일몰 시간대의 하늘 역시 분홍빛깔과 푸른 빛깔이 아름답게 서로에게 젖어들며 예술 작품과 같은 모습을 자아내고 있었다. 사실 쇼디치에서 바비칸 센터까지 걸어가는 길은 꽤 멀었고 기온 역시 꽤 낮아 추웠는데도 불구하고 가는 길이 온통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하여 마냥 좋기만 했다.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딱딱한 구두를 신은 채 추위 속에서 먼 길을 걸어가다 보니 손과 발에 감각이 없어져 슬슬 고되게 느껴질 때쯤, 저 멀리 바비칸센터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것처럼 너무나도 반가웠다.


undefined
undefined



내부는 생각보다 컸고(그래서 화장실 가기가 힘들었다) 딱히 인상적인 인테리어는 아니었다.


undefined
undefined



아트샵에는 정말 다양한 물건들이 판매되고 있었는데 혹시 마음 가는 책이나 음반이 있으면 사려고 했지만 확 구미가 당기는 것들은 없어서 그냥 구경만 하고 나왔다. 아마도 추위에 질려버린 탓에 몸도 마음도 얼어붙은 상태인 탓일 거다.


undefined
undefined



아직 공연 시간까지는 거의 두 시간 정도 남아서 인근의 커피숍을 다녀오려고 했는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추위에 질려 버려서 도저히 다시 못 나가겠더라.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그냥 바비칸센터 안에 있는 바비칸 키친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별로 맛있을 것 같지 않아 보였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undefined
undefined



딱 구내 카페테리아 같은 느낌의 내부로, 북적북적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undefined
undefined



빵과 커피 한 잔을 먹으려고 했는데 맛있어 보이는 빵이 하나도 없어서 플랫화이트 한 잔만 주문했다. 받아 들자마자 밀크폼이 게거품처럼 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는 곧바로 맛에 대한 기대를 싹 버렸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다지 맛있지 않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87



아까 서점에서 산 책을 읽으며 공연을 기다렸다. 아직 끝까지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지금까지 읽은 바로는 예상했던 것과는 전개가 조금 다른 듯하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내용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인 내용만이 가득하다. 아직까지는.


undefined
undefined



읽다가 인상적인 문구가 있어 찍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90



드디어 공연장 안에 들어왔다. 내 생애 첫 바비칸센터였기에 괜히 들뜨고 신이 났다. 게다가 높은 가격대의 좌석인 만큼 자리가 정말 좋아서 첫 바비칸센터에 대해 긍정적인 기억을 남길 수 있었다. 2층 앞열 한가운데 자리였어서 소리 전달력 및 균형도, 시야도 다 너무너무 좋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91



공연은 기대한 만큼 정말 좋았고, 이전에 일찍이 게시한 공연 후기 글의 링크를 첨부하니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읽고 싶으신 분들은 첨부된 링크를 따라가시면 되겠다.


https://brunch.co.kr/@myhugday/119



undefined
undefined
undefined



공연이 끝난 후 귀갓길에는 버스를 탔는데 구글맵이 알려주는 시간보다 버스가 훨씬 늦게 와서 기다리는 동안 또 한 번 추위에 고생했다. 내 옆에서 기다리던 어떤 분은 혼잣말로 욕까지 하시더라....


안전하게 집에 잘 돌아온 뒤, 돌아오자마자 행여나 감기 걸리지 않도록 따뜻한 차로 몸속을 데웠다.

 

브런치 글 이미지 95



예술 작품처럼 아름답기 그지없던 날씨 속에서 보낸 하루는 그 마지막까지도 음악이라는 예술에 흠뻑 젖은 채 마무리하게 됐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장소에서 예상치 않은 즐거움과 만족감을 얻기도 하고, 기대하던 장소에서 예상한 것보다 더 큰 즐거움과 만족감을 얻었던 하루. 알차고 유익하며 감동적이기까지 했던 런던에서의 어느 주말이 이렇게 또 저문다.



이 글이 좋았다면
응원 댓글로 특별한 마음을 표현해 보세요.
추천 브런치
매거진의 이전글 [15] 런던일상 이틀치 : 함께 하는 것의 소중함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