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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ia Jun 10. 2024

[13] 세인트폴 대성당, 영국스러운 아름다움.

런던여행기_세인트폴대성당

https://brunch.co.kr/@myhugday/54

(지난 화에 이어지는 이야기)


...



매우 아름다운 것을 보면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힘과 동시에 도파민이 분비되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데, 세인트폴 대성당에 들어가자마자 마주한 광경에 바로 그러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나는 어느 절세가인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혈기왕성한 청년처럼 황홀함에 젖어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성당 외부도 우아하고 아름다웠지만 내부는 그에 화려함이 더해져 성당 한 채가 그야말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천장과 벽, 그리고 창문을 수놓은 그림들과 도금 장식, 조형물, 샹들리에, 기념비들이 보는 이에게서 감탄을 자아내도록 화려함을 뽐내는 한편, 영국 고유의 분위기 또한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어 과연 런던의 명소로 손꼽을 만하였다. 같은 런던 내에 있는 웨스트민스터 수도원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 두 곳 모두 입장료가 꽤 비싸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두 장소 모두 꼭 방문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아함에 화려함까지 더해진 세인트폴 대성당 내부.



무엇보다 세인트폴 대성당만의 차별화된 장점은 바로 런던 시내를 한눈에 관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는 점인데, 나 역시 이 때문에 세인트폴 대성당을 꼭 방문하고자 마음먹었었다. 전망대에 올라가려면 안타깝게도 승강기가 없어 나선형 계단을 직접 두 다리로 걸어 올라야 하지만 나는 운동이라 생각하고 아주 즐겁게 올랐다. 하지만 무려 528개의 돌층계를 오르내려야 하니 몸이 불편하거나 체력이 부족한 사람, 혹은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사항인 것 같다. 첫 번째 전망대인 Stone Gallery를 지나 그보다 더 높은 Golden Gallery로 갈 때는 아주 좁은 철제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포기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 올라간다면 탁 트인 멋진 전망을 무료로 볼 수 있다. 더군다나 내가 세인트폴 대성당을 방문한 이 날은 날씨가 매우 화창하여 그야말로 고생하여 올라온 보람이 넘쳤다. 비록 바람이 매우 거세게 불고 햇빛이 강렬하여 눈을 똑바로 뜨기 어렵기는 했지만 말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전경
Golden Gallery 전망대로 가기 위한 철제 나선형 계단



이 정도면 런던 스카이가든은 안 가도 되겠다 여겨질 만큼 만족스러운 조망을 마치고 내려와 지하의 예배당 및 묘지를 둘러보았다. 무종교인인 나에게 이 지하 예배당이 대단히 의미 있는 장소는 아니었지만 이곳의 아늑하면서도 신성한 분위기가 지친 여행자의 심신을 경건하고 차분하게 만들어 주었다. (참고로 이곳은 사진 촬영이 불가하다.)


예배당을 둘러본 후 나는 기프트샵으로 가 살만한 것이 있는지 둘러보았다. 세인트폴 대성당 기프트샵에는 의외로 살 만한 기념품들이 굉장히 많았고 가격 또한 관광명소 굿즈임에도 그리 고가는 아니었다. 런던 물가가 전체적으로 워낙 높아서 그렇지 이곳의 기념품이 특별하게 더 비싼 것 같지는 않았다.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음반 코너에서 가장 긴 고민의 시간을 보냈는데, 고민하다가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오르간으로 연주된 구스타브 홀스트(Gustav Theodore Holst)의 ‘행성(The Planets Op.32)’ 음반을 구매했다. 음반이 내 품 안에 들어오고 나니 한시라도 어서 재생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이 음반을 듣고 싶어 대한민국의 내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탐나던 귀여운 머그와 접시(좌), 기프트샵 내 음반코너(중), 귀국하여 집에서 개시한 행성 음반(우)

(*음반 재생한 영상을 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 게시물 참고(링크))



이 경이롭도록 아름다운 성당 구석구석을 둘러볼 만큼 둘러본 것 같고, 쇼핑도 마쳤으니 아쉽기는 하지만 이제 그만 다음을 기약할 때가 된 것 같아 나가려던 참에 곧 미사가 시작된다는 안내를 받고 호기심이 인 나는 어느새 안내 책자도 한 장 손에 받아 쥔 채 자리에 앉았다. 연주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오르간 소리는 높고 둥근 성당 천장과 긴 홀을 빈틈없이 메웠고, 콘서트홀에서 듣던 오르간소리와는 분명히 다른 감동과 울림을 전해 주었다.



아름다운 성당 안에 울려 퍼지는 오르간 소리.



솔직히 말하면, 다른 곳을 못 가게 되어도 좋으니 이 성당에 좀 더 머무르며 아름다움에 만취하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세인트폴 대성당이 이토록 좋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과거의 ‘나’가 R과 버로우마켓에서 만나기로 약속해 둔 바람에 이제는 정말 떠나야만 했다.



영국스러운 아름다움과 종교적인 아름다움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세인트폴 대성당. 그뿐만 아니라 런던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 세인트폴 대성당은 영국인들에게도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중요한 장소이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방문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정말 영국스럽지 않은가!
오르간이 연주될 때 찍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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