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홈런
이지아는
수혁의 손을 붙잡고
큰 눈을 그렁거리며
말했다
“호..혼자..있기..
싫어유”
수혁은 심장이 터질것
같았다.
콧구멍이 벌렁 거리기
시작했고,
한순간에 맥박이 엄청나게
빨라졌다
“뭐..뭔 소.소리야..다..
다큰 처녀가…”
이지아는
조금 더 노골적으로
수혁의
한 손을 양손으로
덥썩 붙들었다.
수혁에겐
그 손이 백만볼트
전기 같이 느껴졌다.
“지…진짜…
호..혼자 이..있기
너..너무 싫어유..
가..같이…이..있어주면..
안돼..유?”
이제 한쪽 눈에서는
눈물이 고이다 못해
또르륵 떨어진다.
이 표정으로 말하는
이지아의 얼굴은
도를 넘어서는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었다.
수혁은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였다.
“아…그..그게…
자..잠깐만…”
“허억”
“허억”
‘미치겠네.진짜..
이..이걸 뭘 어떡해야 되는거야?
어..어차피 아부지는
오늘 밤도 안 들어오실 거고..
아니,들어오셔도 나 있던지..
없던지..신경도 안쓰는데…’
.
.
.
.
.
.
.
“아,알았어.
이..일단 들어가봐”
수혁은 받치고 있던
뒷발을 빼고
이지아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 불을 켜니
커피포트와 과자가 보였다.
“야..아..이름이….”
“이지아유”
“그래,지아야.
커피 마실래?”
“야.좋아유”
“여기 과자 있네.자 받아”
“척”
수혁이 던진 사각형 과자를
이지아가 받았다.
“그거라도 먹어.
빼짝 말라가지고는..”
“고맙구만유”
이지아는 고개까지
숙이며 인사했다.
“쪼르르륵…”
“자,마셔”
수혁이 끓인 물로
믹스커피를 종이컵에 타
이지아에게 건냈다
“고마워유”
침대에 걸터 앉았던
이지아가 또 일어서서
허리굽혀 인사 했다
“야.뭘 그렇게 까지 인사를 해.
그렇게 안해도 돼.편하게 해”
.
.
.
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김수혁이 훨씬 더
안편했고..
커피를 코로 탔는지
손으로 탔는지도 모를 지경이였다.
한동안 모텔방안에서
둘은 홀짝 홀짝 커피만
마시고 있었다.
조용한 방에
서로의 “꼴깍”커피는
마시는 소리가
더욱 생생하게 들릴 지경이였다
“쾅!쾅!”
그 정적을 깨고
방문 두드리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너무 놀라 의자에서
공중으로 솟아 오를뻔한 수혁은
짐짓 안놀란척 하며
현관으로 나갔다
“누구세요?”
“문 열어.
나야.카운터”
문을 열었더니
카운터에서
따봉을 날렸던
아저씨였다
“그렇게 급혀?
그래도 이라도
닦고 혀.이거 안가져
가면 어떡해?”
눈이 하회탈 모양이 된
아저씨가 키득 거리며
세면도구 세트 두개를
건냈다.
“아!아~가.감사합니다”
“그려,화이팅!”
아저씨는 팔뚝을 힘껏 올리는
어퍼컷 제스쳐를 하고
돌아갔다.
“아하하하하.
이..이걸 안가져 갔다고
주시네?”
“그게 뭐예유?”
“허으응~”
“네?”
순진무구 하게
그게 뭐냐고 묻는 이지아의
얼굴이 이세상 미모를
넘어서고 있던 덕에
그만 수혁은 입에서 나오는
신음 소리를 제어할 수 없었다.
“아,아..아니야..
아!아..이거..
세..세면도구야.
치..칫솔..며..면도기..”
반은 제정신이 나간
김수혁이 세면도구 백의
내용물을 하나 하나
꺼내며 설명하다..
“그리고 이건.헙!”
콘돔을 꺼내고 만 김수혁.
이지아는 도통 뭔지 모르겠다는
사슴 같은 눈망울로 계속
쳐다 볼 뿐이였다.
“아,아하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
“이..이건..
머…머지?
무..무….무…물..
물비눈가?.으하하하하하하하”
“저도 보게 줘봐유”
이지아가 손을 쑥
내밀었다.
“으하하하하!!!
아냐.아냐!이딴거
모.몰라도 돼!!”
“탁!!”
당황한 수혁은
그 물건들을
화장대 서랍안에
쑤셔 박아버렸다.
“오..빠는
이..이런데..
자주 와봤나.봐유..
잘 아시네유?”
(쿠쿵!)
“아!!아냐!!!!
아냐!아냐!아냐!
그..그런게..아..아니고!!
그..그게 이..있잖.
있잖아!!”
“어!그..그래!
의..의경..알아?
내..내가..의경 제대..
했거덩!”
“의경?잘..모…르겠구먼유”
“아..그..그래?
으하하하하하하하!
아,그래..저..전경!
아..알지!
그..데모 막는 경찰..
하이바에 철창 같은거..
달린거 쓰고…
무..슨 러..럭비 선수 같은..
두툼한..옷 입은..”
“아!그건 뉴스에서 봤어요”
“그치!그래!의경이 그거..
비슷한 거거덩?
그..근데..데모 안 막을땐
그냥..보통 경찰…복..
입고..그냥..보통 경찰
업무를 봐”
“아..그래서 아까 파출소에
아는분이 그렇게 있었던
거구먼유~!”
이지아가 처음으로 옅은 미소를
띄웠고,
안 웃어도 정신을 잃을 지경이였는데
수혁은 졸도 직전 상태까지 갔다.
관용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살짝 현기증을 느낀
수혁이였다.
“아….”
“어머.왜그래유?”
“어?..아..아냐”
고개를 가로로 휙휙 여러번
흔들어 정신을 겨우 차린 수혁.
“어..어디까지 이야기..했지?”
“경찰이였다고..”
“아!아..그래 그 의경
생활 하면 이런
모텔에서..할 수 없이..
그러니까 근무 여건상
자는 수가 있거덩..
그래..으하하하하하하
그래서 좀 아는거야.으하하”
의경이 모텔에서 자면 탈영이다
“그..그렇구먼유”
수혁이 실컷 떠들고 나니
이젠 마실 커피마저
없어서 방안의 공기는
더욱 썰렁 했다.
실제로 5분이상 침묵이 흐르고…
겨우 정신줄을 잡은 수혁이 이야기 했다
“너..거기 그 똘이정식?
거긴..어떻게 들어가게
된거야?”
“저..전봇대에..
구인..광고가..있어서..
전화 했구만유..”
“얼마나 일했는데?”
“오늘이 이틀째구먼유”
“뭐?그럼 그 새끼가
어제는 아무짓도 안했어?”
“야.어제는 그냥
그 여인숙도
잡아주고..잘 자고
내일 잘 나오라구 허구..
아무렇지도 않았어유”
“그래?근데 오늘은
왜 그런거야?”
“저녁부터..장사가..
안된다고 쬐끔씩 성질을 내더니..
술을 먹기 시작했슈.
그러더니..술이 취하더니..
그만..”
“어유~개새끼 진짜”
“그럼,너는 고향에서
서울로는 왜 온거야?”
“…….”
따박 따박 대답을
잘 하던 이지아는
고향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를 떨구고
말이 없어졌다.
“?”
“으하하.아..
얘기 하기 싫음 안해도 돼”
“으허험…
그럼..어…
아!그래..
우리..테..테레비나
볼까?”
수혁이 리모콘을
찾아 TV를
킨 순간
이지아가 말했다.
“먼저 씻을래유?”
“큽니다!!홈~~~~런!!!
좌측 담장을 크게 넘긴
장외 홈런입니다!!!!”
방안에는 TV의 야구중계 소리만 울렸다
“딸랑~”
“어,저 왔어요.별 일 없죠?”
무비월드 1호점으로
이신이 들어 왔다.
“그래,니는 어데를 그래
빨빨 돌아댕기 쌌노?
어데 갔다 왔노?”
“아..누구 만난다고..
낙원상가 좀 갔다 왔어”
“낙원상가?거거..거..
기타 띵띵 거리고 본 정신
나간 아아들만 있는데 아이가?”
“하하.기타 치는데 왜 본정신이 나가?
그런 사람들 아냐”
“아이기는.그 사나아 자슥들이
대가리를 그래에 질가가(길러서)
영 미친개이들(미친놈들)꼬라지두만.
그런데를 니가 와 가노?”
“하이고~어무니..돈 벌려고 갔어요.
그리고 나는 머리 안 기를꺼니 걱정
마시고요.
그건 그렇고 오늘도 매출 잘 나와요?”
돈 얘기가 나오니까 갑자기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이신 어머니는 옆에 있던
아가씨 알바에게 말한다.
“거거..이양아.저,저 저 구석에.어이?
도난 없는가..가가 케이스 좀
열어 봐봐라..저저..
성인코너”
“네”
이양이라고 불린
알바가 대답하고
그쪽으로 갔다
‘신아.신아’
이양이 같지만
이신 어머니는 간첩 접선하듯
고개를 숙이고 한손을
꼿꼿히 펴서 입을 옆으로 가리고는
이야기 했다
‘이기.이기..우짠 일이고?
내사 마 잠이 안오겠데이.
장사가 이키(이렇게)잘되노?
막 깔쿠리로(갈퀴로) 긁어 모둔다.무다!(모아!)’
그 말을 하고 바로
입을 틀어 막고
어깨만 들썩이며 웃는 이신 어머니.
“잘됐네.엄마.하하.
엄마가 좋아하시면 그게
최고지”
“근데 엄마.PC통신은 좀 해봤어?”
“아.맞다
피씨통신.그거
학원 선생님 한테 물어봤는데
그건 과목도 아이고
자기도 잘 모른다 카던데?”
“그래?흐음..
최사장 한테 이야기
해봐야겠네”
“엄마가 그거 배워서
그걸로 돈도 벌어주고 해보쇼”
“돈을 벌어? 그걸로 돈을 우째 버는데?”
“나 사실 오늘 낙원상가
가서 만난 사람도 PC통신에서
만난 사람이야”
“사람?사람을 만내가(만나서) 뭘 하는데?”
“으음…”
이신은 턱에 손가락을 괴고
잠시 어떻게 설명 드려야 할지를
고민했다
“아,만약에 말이야.
엄마가 뭘 만들었어.
아무도 못 만드..아니다.
더 쉽게.엄마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단 꿀 사과 종자를
만들어서 이제 이걸 팔기만
하면 돈벼락을 맞는다 쳐”
“오~꿀 사과?거 맛나겠네.
그래.그래서?”
“그랬는데 엄마가 그 사과를
등에 지고 전국 과일점마다
다 가서 팔 순 없잖아?”
“그렇지.어느 미친놈이 그런짓을 하겠노?”
“그래서 유통업자를 찾아야 하는데
어떤 사람은 유통가게가 10개고
어떤 사람은 3000개다.그럴때
후자를 PC통신에서 찾을 수 있단 거지”
“뭣이라꼬?그래 대단한걸
할수가 있다꼬?참말이가?”
이신 어머니는 펄쩍 뛰며 반응했다.
“아니..이건 그냥 엄마 이해
쉬우라고 사과로 예시를 든거고..
그렇게 찾고 싶은 재주 있는 사람을
찾기 편하다고”
“우째 그런데?”
“그..게시판..이란게 있는데..
으음..
그러니까 노래 잘하는 사람이면
노래 잘하는 사람.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면
그림 잘 그리는 사람.
이렇게 모여 있는 게시판이 있어.
거기 들어가서
이러 이런거 잘하는
사람 계신가요?저랑
얘기 좀 하실래요?.이렇게
할 수 있단 거지”
“엄마야!그래 희한한기…”
“딸랑..”
“어?수혁이..여기..
왠....”
“야!너 얼굴이 왜 이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