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각자도생
“자,넌 내려.
난 그냥 바로 본점 가려고..”
“형..”
“왜 또?”
“왔는데 얼굴 보고 가지?”
“아…그러네.오케이”
이신과 수혁은
무비월드 2호점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유~”
가슴이 무릎에 닿을 지경으로
엄청나게 굽혀 인사를
한 여직원이
다시 얼굴을 들자
이신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사람들이 연예인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만큼
격이 다른 미모의 직원이였다.
바로 수혁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야이새끼.너 잠 안잤지?’
라고 복화술로 얘기했다.
“아이씨!!”
“뭔 개소리야.사람 앞에 두고”
수혁이 질색을 하며 이신을
밀어 냈다.
“오빠.누구세유?”
“풉!오빠?”
이신이 바로 또
놀려댔다
“야~가게에선
사장님이라고 하라고 했잖아!”
“아,죄송해유,오..아,아니.
사장님”
“어..인사드려.
여긴 무비월드 전체
사장님이야.왕사장님”
“어이구!
인사드릴게유.이지아라고 해유”
이지아는 또 120도 인사를 했다.
“어,어,반가워..근데 그렇게
심하게 인사 안해도 돼”
다음 순간 뻘쭘하게
셋은 말이 없어졌다.
“야.수혁아.니네 아부지는
또 안계시냐?”
“어?어..그러네..”
“저기..우리 아부지 어디..”
“됐어.놔둬..
쩝..난 인사도 했고 그만 가 볼게”
따라 나서려는 수혁에게
귓속말로 이신이 말한다
‘야.새꺄.너 쟤 때메
일 개판 치면 안된다?’
“아이~안 그래”
“그래.갈게.일봐”
가게를 나오는 이신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자신도 다 겪어본 20대.
50이 넘어보면
20대.아니,30대도
과거의 자신을 패주고 싶을만큼
어설프고 멍청한 선택 밖에 없다.
애기나 마찬가지인 20대에
저런 미인이 옆에 있는데
중심을 잡을 수 있다고?
이신은 마음이 매우 불안해졌다.
그렇다고 수혁에게 연애를
하지 말라고 할 순 없는것이 사실.
생각치도 못한 위기가
이렇게 찾아오나…싶어
이신은 축 처져버렸다.
‘수혁이를 믿는 수 밖에 없어’
“그래,우리 아들 왔나?”
“네.저 왔어요”
“야야.신아.이것 좀 봐봐라”
이신 어머니가
A4용지 묶음을 내밀었다.
“봐봐래이.니가 사준 프린터로
좌악~뽑았다 아이가.
그노무 프린터 연결 그기
어띠나 (어떻게나)어렵든동.거어 거어(거기)
용산에
최사장 않있나?(있잖아?)
가아(걔)가 내가 갈치줘도
몬 알아묵겠다 캉께네(라고하니)
어제 가아가 와서
연결 해줬다 아이가?”
“진짜?와..고맙네”
“고맙고 말고.다 지 묵고 살기
바쁜데”
“엄마,엄마.근데..”
이신이 엄마를 구석쪽으로
데리고 가서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엄마.근데 이거 가게 매출을
이렇게 종이에 프린트해서
두면 자리 비울때 알바 애들이
보잖아.이러면 어떡해?’
“짝”
“아!”
“야이눔아!이기 이기
돈 좀 벌두만도(벌더니)
저거 어마이가(지 애미가) 등신인줄 아네?
뭣을 구석에 와서 속닥 거리고 앉았노?”
“내가 그런 분간도 몬할까봐?
원래 가방에 딱 여어서(넣어서)
자꾸(지퍼) 딱!잠가 놓는다.
니 비줄라꼬 꺼냈지.
이기 어데 건방지그러”
“아야야~~
알써요.난 만에 하나 싶어서 그랬지
알았다고”
“근데 순이익은 좀 나아져요?”
“하모!(그럼)
야야~맨날 첫날 이래 나가마
(이렇게 나가면)내사(나야)
천지 걱정이 없겠다.
요거 봐봐라”
이신 어머니는 손에 침을 묻혀가며
페이지를 넘겨 이신에게 보여준다.
“요고 요고 잘 비제?(보이지?)
요고는 어이?학원에서 배운걸로
만든 그래프 아이가!이쁘제?”
“이거 봐라.우상향.
이 초록선은 매출선,
이 뺄간선은(빨간선은)순이익.
캬아~이 아름다븐(아름다운)우상향
그래프 봐봐라.기가 찬다.오호호호”
“우와~엄마 이거 죽인다!!
한눈에 다 보이네?
엄마 짱이다!하하하”
“맞제?내가 쫌 하지.오호호”
실제로 초반 이벤트가
모두 끝났는데도
장사는 2개점 모두 호조였다.
아니,초반 이벤트때의 기세
그 이상이였다.
비디오는 물론,
같은 수법으로 만화책도
신간을 대량 매입해 제공했기
때문에 항상 물량이 널널한
무비월드를 알게 된 고객은
다른 가게로 돌아가는 일이 없었다.
평일 낮시간에도
이신 모자가 이야기 하고
있는 사이에도
손님은 계속 들어 왔다.
이 기세를 몰아
이신은 두 가게
모두를 처분할 생각이였다.
“아,엄마”
“와?”
“내가 내일 엄마한테
좋은 선물 드릴게”
“선물?아이고 임마 이기
등때기 한대 더 맞아야
정신 채릴라 카나?”
“됐다!됐어.요새
돈 좀 번다고 돈을 물 쓰듯
쓸라카노?그런거 없어도
요새 너무 좋데이.
디도 않는 짓(되지도 않는 짓)
하지 마래이(말아라)”
“아냐.아냐!”
“돈 쓰는게 아니라.
오히려 돈 버는거야”
“이기 뭐라 카노?선물이라메?”
“하하.하여튼 내일 기다려 봐봐”
“진짜 괜찮아유?”
이지아는 큰 눈으로
수혁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
“아..뭔소리야?
내가 사장이야.내맘이지”
“그..그래유?근디 사장님
아부지가 사장님 아니에요?”
“아~씨.따지지 말고.
그리고 나 맥주 한잔
하고 싶다니까 그렇게 싫어?”
“아,그래서 여기 왔잖아유.
여기는 다 된담서유”
무비월드는 1,2호점 공히
밤 12시에 영업종료 한다.
그런데 지금은 밤 9시
수혁이 이지아를 데리고
근처의 카페에 들어왔기 때문에
이지아가 걱정을 하는 것이였다.
“캬아아아아~~~죽인다”
맥주를 벌컥 벌컥 들이킨
수혁이 감탄한다.
“아.거 참.아부지 금방 오신다 그랬어.
잠시야 알바 혼자 봐도 된다고”
“알았슈..”
“근데 이거 너무 이뻐유.
이거 이름이 뭐라 그랬어유?파,,”
“파르페”
“이.맞아.파르페.
이 쬐끔한 우산 봐봐유,
소꿉놀이 같어.호호”
파르페를 첨 봤는지 즐거워 하는
이지아를 수혁은 흐뭇하게
바라본다.
“지아야”
“야?”
“너 근데 집은 어떡할거야?
그렇게 계속 모텔에 살 순 없잖아?”
그 말에 신나 있던 이지아의
표정이 한순간 어두워진다.
분위기를 읽은 수혁도
잠시 아무말이 없다가
말을 꺼낸다
“야..너 그러지 말고
고향 내려..”
“싫어유!죽어도 싫어유!”
이지아가 너무 큰 소리를 내서
놀란 수혁
“아,,알았어”
머리를 긁적이며 한탄한다
“아…계속 모텔이 있을 순 없고..
작은방이라도 하나 얻어야 되는데..”
“오…오빠”
“어?”
“지는유..여기서 죽으면 죽었지..
고향에는 안내려가유..
두번 다시 그런 말씀 하덜 마세유”
“…….”
“왜..왜그러는데?
부모님 계시다메?”
“그런건!!!부모도 아니구만유!
그러니께 다신 그런말 말아유”
뭔가 큰 사연이 있는거 같아
수혁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어쩌면 해선 안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음날,이신은
충무로의 대한테이프를
찾았다.신작 테이프 주문을
위해서 온것이였는데..
이상하게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강사장에게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느낌이 좋지 않아
가게 앞에서 기다리며
지나가는 배달원들에게
묻길 몇차례
한 배달원에게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된다
“뭐라고요?”
“나도 좀 전에 우리
사장님 한테 들었어요”
“예?어느 병원인데요?”
“저야 모르죠.
우리 사장님은 아마 아실걸요?”
이신은 오토바이 배달부에게
부탁해 그의 오토바이
짐칸에 타고 근처 점포에 가게 됐다
“아~그러세요..
허 참..안그래도 투병 기간이
길긴 했어”
“그러셨어요?
혹시 병명이..?”
이신이 근심스럽게
점포 사장에게 물었다
“무슨 암이였어.벌써
몇년이나 됐지.
강사장이 참 애처가였거든.
쇼크가 클거야”
“그러시군요..혹시 장례식장
주소를 좀 알 수 있을까요?”
이신은 업체 사장에게
강사장의 아내 장례식장 주소를
얻고 난 후,무비월드 1호점으로
차를 몰았다.
‘아…이럴때 할 생각은 아닌거 같지만..
이건 아닌데…
이거 우리한테 너무 타격이겠는걸?
어쩌지?’
이신은 본능적으로 무비월드의 걱정이
들었다.
하나뿐인 공급업체에서 물품 수급을
못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조금만 더 버텨준다면 어차피 처분할 가게였는데
이렇게 꼬이나 싶다가도
지금 사람이 죽었는데 이딴 생각을
하고 있나 싶은 자책 또한 들었다.
이신은 복잡한 마음으로
무비월드 근처의 서점에
들렀다가 무비월드 본점으로
들러갔다
“그래,우리 아들 왔나?”
“엄마!내가 오늘
선물 드린다 그랬었지?”
“아.그래..근데 이누무 새끼 이거.
진짜로 돈 안 든거 맞제?
돈 썼는기마(쓴 거면)내 바로
환부..”
“툭!”
“엄마야 이기 뭐고?”
“거기 이름 잘 봐봐.엄마”
“엄마야!엄마야!
신아!!”
이신 어머니는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