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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화아재 Aug 01. 2024

34화-흥정

34화-흥정


“신아!야야!클났데이.

이거 우짜마 좋노?”


이신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말로 설명이 안된다며

빨리 무비월드 본점으로

오라고 성화였다.


급히 차를 몰아 도착한 이신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반갑게 바로 달려드는

이신 어머니.


“아이고.야야~우짜마 좋노?

어이?”


“왜?왜 엄마?”


“않있나(있잖아)

오늘 오전부터 희한하이

전화가 안오는 기라(거야)

점빵에.

이상하다…싶었지.

그런데 오후가 되도 전화가 안와”


“원래 신작 테이프 있냐?

신작 만화 있냐고 전화가 

맨날 불난다 아이가?”


“어”

라고 대답하며 이신은

슬금 슬금 카운터 컴퓨터 쪽으로

걸어갔다.


“야이누무 새끼야!

엄마 말하는데 어데를

실실 내빼노?(도망가니?)”


“아,아냐.미안.그래서?”


“그래가가 기양

속만 끓이고 있었는데

않있나?좀 전에 아가씨

손님이 들어와가가

내를 보고 다짜고짜

짜증을 내는 기라”


“뭐라고?”

엄마한테 짜증을 냈다니까

확 성질이 돋은 이신이였다.


“와 그래 전화를 안 받냐고.

어데다가 그래 통화를 하냐꼬.

내사(나야) 통화는 고사하고

전화기만 쳐다 보고 있었는데”


“아이고 야야.그카디 안 있나?

그 소리를 듣고는 테이프 고르던

다른 아저씨 손님도,자기도

통화가 안되서 왔다 카는기라.


오요(얘)이거 우짜마 좋노?

내가 하도 답답해가

니한테 전화를 할라 캤거덩?


근데 거는거도 안되데?

그래가 우리 알바 아가씨

휴대폰인가 뭔가로

니한테 전화 했는기다.

우째 좀 해봐봐라.신아”


“잠깐만”


이신이 카운터 컴퓨터 앞으로

갔고


화면을 보고는 편안한

표정이 되었다.


씨익 웃는 표정으로

엄마를 돌아보며 물었다.


“엄마,PC통신 몇시 부터 했어?”


“어?야야.니 와 웃노?여엉(아주)

돌아뿟나?”


“하하.하여튼 언제부터 했냐고요”


“언제 부터는 아침에 오자마자

했지.10시 전에 부터 했을걸?”


“탁”

이신이 자신의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


“아이고~엄니.이건 다아~

제 잘못입니다”


“뭣이?뭣이?와 그래됐는줄

알았나?와카는긴데?”


“클릭,클릭”


마우스를 조작 해

PC통신 프로그램을 종료한

이신.


옆의 수화기를 들어

엄마에게 건낸다.


“들어봐.신호 가나 안가나?”


“들어보라꼬?어데보자.

.

.

엄마야!진짜로 되네?

아깨는 안되던데!”


“엄마.그거 내려 놓고..”


“아..내가..참..

말 안한 내가 잘못이야.

PC통신은 전화선을 사용해서

사실상 통화 하는거랑 같아.

그래서 이거 하면 딴데서 걸면

통화중이고 여기서 걸지도 못해.

내가 말씀 드렸어야 됐는데..

미안합니다”


“뭐라꼬?!!”


“찰싹!찰싹!”

“아야야야!!”


이신 어머니의

분노의 등짝 스매슁이

작렬 했다

“야이노무 짜슥아!

그래 중요한걸 안캐주마

우짜노?장사 조질일

있..”

“따르르르릉!!”

이신이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네.무비월듭니…

으악..아..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저희 사정이

있어서 전화를 못 받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후로도

이신 등짝에는 불이 났고

그 등짝 스매시를

맞으면서 이신은 한가지

걱정이 더 생겼다

‘조졌네..전화 요금 고지서

나오면 엄마 졸도 할거 같은데

잘 빼돌려야지’


그랬다.

당시에는 인터넷 전용선이 없어서..

말하자면 요즘 어린애들이

엄빠폰으로 수백만원 게임템을 지르듯

이신 어머니처럼 원리를 몰라

전화요금 폭탄이 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툭”


“어?이게 뭡니까?

그리고 누구유?”


“아,나 말여라?..

쩌그…

음..므..무?

에이씨 이름을 꼬부랑 글씨로

해놔서 기억이 안나네?

하여튼 저기 저저..

미아동에 점포 두개 있는..

그 비디오방 몰라요?

거기 사장이올씨다”



“어?아..무비월드요?”


“어!고거요!고거!

아따~대구빡이 팽~팽~돌아가시네”


“근데 어쩐일로?

그리고 이건..”


“어허!머리는 돌아가는데

눈은 해태눈인가?

쌕!쌕!한글로 빡스에

써 있구만!”

“쌕!쌕!몰러라?”


수혁아버지는

검지와 중지사이에 엄지를

끼운 조선뻐큐를 남자 얼굴앞에

흔들며 이야기 했다.



대한테이프 강사장님에게

인사를 온 수혁아버지의

태도가 이러했던 것이다.


이신아버지는 낡은 의자를

손으로 탁탁 털며 말했다.

“아따~점빵 깝깝시러구마이~

이래서 장사가 되긴 하요?”


“……..”

강사장은 불쾌감을

속으로 삭이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의자에 앉은 이신 아버지가

연이어 말한다

“웜마?대꾸도 안해버려야?

여긴 커피 같은거도 없소?


손님이 이렇게 추운날.

불알이 바짝 오그라붙어

가민서 먼길 왔는데 말이시?”


“흠…”

눈을 감고 한번 더

참은 강사장은

슬쩍 일어나 전기포트에

물을 데웠다.


그리고 커피잔을 준비하고

유리용기에 담긴

커피와 프림을 잔에

넣으며 말했다


“근데 어쩐 일입니까?

인사라면 이신 사장이랑

그 어머니까지 왔다 갔는데”


“웜마?그랬어?

하…그 어린노무 새끼가

하도 갖다 오라고

재촉을 해싸서 왔구만.

그 애미까지 왔다 갔으면

뭐~슬 한다고 나를 고렇고롬

쫬단 말이여?에이,그새끼 그거”


커피를 준비 하다 말고

수혁아버지의 말뽄새가

너무 어이가 없어 돌아보는

강사장이였다.


“아니…그..이신..사장님

밑에 있는 사람 아닌가요?

아무리 어리더라도

자기 상관한테…”


“푸학!!!

상관은 니미..

에이..아자씨가 잘 몰라서

그러는디..내가 갸 밑에?

캬캬 개가 웃긋네.

동업자여.아니.

내가 쩐주여.쩐주.

암만~내가 시바 어디 그런

대가리 피도 안마른 새끼

밑에는.푸하하하.

기가차네”



더 어이가 없어진 강사장은

커피를 다 타고서

마지못해 수혁아버지

앞에 놓았다


“찰그랑”

“드셔”


“이.그라죠이.아 근디..

점빵이라고 이렇게..웜마..

참..깝깝시럽네..이래서 이거

풀칠이나 되요?”


“뭐요?초면에 말이 심하잖소”

강사장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웜마!아따 놀라부렀네.

허허..거 그냥 한 소릴갖고

어따 사시미 들겄네이..웜마 무서버라.

농이여~농”


“쾅”


수혁아버지는 커피에

입술만 적시고는

잔을 거칠게 놓고

일어섰다.


“아~~따.사장님이 내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거 같고

내는 이만 갈라요!

나는 쌕쌕이 분명히

전달 했쇼이..”

“따르르릉~”


강사장의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

예?뭐요??

아,예!

예!바로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사장의

얼굴은 잿빛이 되었다


그리고 바로 수혁아버지의

양어깨를 꽉 잡고 소리쳤다


“저..여보슈!

내 부탁하나 합시다!

제..제..제아내가 아주 위독합니다!

여.여기..잠시만 계시면 배달 하는

애들이 올거유.걔들 아무한테나

샷다만 내려달라고..

예?그렇게 좀 전해주쇼!”


말을 마치자 이 엄동설한에

겉옷도 잊고 강사장은 바로

문밖으로 전력질주해

나갔다


“웜마!씨부럴꺼!

이거 봐!!어이!

거기!!”



“야!대머리!!”


잠시 따라가봤자

따라가질 못하자

수혁아버지는

따라가는걸

포기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강사장 자리에

앉은 수혁아버지는

테이블에 구두발을 올리며

중얼 거렸다


“허!씨벌.대머리새끼가

돌았나?나 김덕구헌티

심부름을 시켜야?”


“착”

담배에 불을 붙이며

계속 투덜거린다


“씨벌.마누라가 위독혀?

니미랄꺼.내 마누라는

확!꼬꾸라져 디져버렸구만.

누구 염장 지르는거여?

뭐여?카아악!!퉷”


























“으아아아~~이거 너무 넓은데?”

수혁이 놀라며 소리지른다


“아니,사장님이 되도록 넓은데

찾으셔서 보여 드리는건데요?”

부동산 업자가 말했다


“아뇨.좋습니다.아주 좋아요”

이신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한다.


여기는 미아동의 어느 상가건물 2층

PC방 점포를 보러 온 둘이였다



“어때요?괜찮습니까?”

“예.좋네요.가격이 얼마라고 하셨죠?”

“아 네..보증금 5천에 월세 500입니다”

“네???”

수혁이 펄쩍 뛰며 소리 질렀다.

그리고 바로 이신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되지도 않는 복화술을

시작했다


(미..미쳤어?그..그런 돈이..어딨어?

그..그리고 이래서 본전을 어떻게..)


“비싸네요!”

이신이 큰 소리로 말했다

“네?”

부동산 업자가 당황하며

설명을 이었다

“아니..사장님.아까

가게에서 제가 가격이랑 설명 다

드렸지 않습니까?점포 괜찮다면서요..”


“아뇨.직접 보니까 이 가격은

너무 비싼거 같네요.

그럼 주인분한테 가격조정 말씀

드려 보시고 연락주세요.

가자!수혁아”


이신은 자기 할말만 잽사게

내뱉고 재빠르게 수혁과 1층으로

내려갔다


“저!사..사장님!

저기요..잠깐..”


이신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한쪽 손만 들며 이야기 했다

“연락주세요~~”




차에 탄 둘.


“뭐야?형.보고서는

가게 좋다더니 왜 또 비싸데?”


“하하.바보냐?이런게 흥정이지”


“부우우웅~~~”


차를 출발 시킨 이신.


“흥정?”

의아하다는 듯이 수혁이 물었다


“내가 이래서 미리 미리

점포 보자고 한거야.


내가 가게 보고 엄청나게 좋아하는거 같이 보였지?”


“어..뭐?그럼 형 일부러 연기한거야?”

“뭐..연기?그정도까진 아니고 좋긴 좋았어.

근데 더욱 좋아 하는 척은 했지”


“왜?”


“그래야 주인이 깍아 줄거 아냐”


“뭐??왜?”


“이제 저 업자가 주인한테 전화로

얘기할거 아냐.뭐라고 할거 같아?”


“깍아달란다고.얼마까지

깍아줄 수 있냐고 묻겠지”


슬쩍 수혁을 쳐다본 이신은

다시 전방주시를 하며 말했다


“우리 수혁이.아직 공부 마아안히

더 해야겠다”


“아.왜?또 뭔데?”


“그렇게 업자가 말한다고?

내 생각은 다른데?”


“일단 주인은 깍아주려 하지 않을거야.

당연하잖아.싸게 자기 점포 내 주고 싶은 사람이

어딨겠냐?”


“그렇겠지?”


“그건 저 부동산 업자도 당연히

알겠지.근데 저 사람은 이 점포를

팔아야 수익이 생기는 사람인데

니가 말한것 처럼

깍아주세요.얼마 가능?이렇게

말한다고?”


“아이씨..또 짜증나네.

빨리 해답이나 말해.정답이 뭔데?”


“이렇게 말하겠지.오!

마핌 신호 걸렸네”


이신은 수혁쪽으로 상체를 확 꺽어서

양손을 수혁 앞에 들고 오바 하며

말했다


“사장님!사장님!

방금 한분이 보고 가셨는데..

아이고 글쎄.가게 보고

너무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누가 자기 말고 앞에 더 보고 간

사람 없냐면서.막 당장이라도

계약 하고 싶어하더라고요”


얼굴앞에 바짝 들이댄

얼굴로 오바하는 이신한테

놀란 수혁이 몸을 뒤로 뺀 채

계속 듣는다


“하아~~그런데 그 분이

금액이 쬐애끔 부족하다고

하시는데.예?

사장님?얼마 조금 빼주실

수 없으실까요?”


이신의 짧은 재현이 끝나자

서서히 미소가 만개한

수혁


“와!씨.형 천재 아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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