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여유가 생겨서
정말 간만에
플스를 키고
"몬스터 헌터 선브레이크"를
돌려봤다
1년 이상 안했어서
하는법도 많이 까먹어
새 캐릭터를 첨부터
다시 키웠다.
이 게임은 몬스터를
최대 4명이서
잡을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이다.
사람 끼리 싸우는게 아니라
협동해서 몬스터를 잡는 게임인
것이다.
나는 주로 솔로 플레이를 즐기지만
새캐릭터를 빨리 키우기 위해
속칭"버스"를 탔다.
온라인 게임에서
"버스"란
하수가 고수들의 실력에 얹혀
쉽게 레벨업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걸어가지 않고 남의 버스타고
고속으로 편하게 간다는 의미)
내 실력은 별로라도
저 4명 사이에
끼어서 어떻게든 몬스터를
잡으면 내 역할은 비록
미약했더라도
그 보상은 똑같이 먹을 수 있는
꿀 빠는 지름길이다.
그렇게 버스를
몇번 타다
한 게임에 딱
접속을 했다.
딱 이 몬스터를
잡는 퀘(스트)였는데
딱 내가 방에 들어가니
누군지 모를
한명이 홀로 15분이나
싸우고 있었다.
이 게임은 숙달되면
10분이면 몹을 잡도록
되어 있고 어느정도 고수라면
5분만에 잡는다.
그런데 15분이면
꽤나 고전하고 있었는데
내가 띡.등장한 것이다.
원래 하고 있던
사람 입장이라면
이때 두가지 기분이 든다.
1-아...다 잡아 가는데
쟤가 망치면 어쩌지?
2-아..저 사람이 제발 고수라서
이 몹 좀 잡아주길.
왜 1번의 염려가 생기냐면
이 게임은 참가 인원수에 따라
적 몬스터의 체력이 높아진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4명 풀방은 항상 너무 쉽게
깰 수 있으니 당연한 처사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하면
참가 인원은 자기 역할을
해야지.그걸 못해내면
참가한 자체로 몬스터 체력만
키워서 피해를 입히는 구조다.
거기다 더 치명적인것.
몬스터와 싸우다
"빈사"라고 해서
체력이 0이 되면
캠프로 강제로 송환 되는데
이게 옛날 게임의 목숨 같은것이다.
이 빈사를 3번 당하면
이 퀘스트가 무조건 실패처리 되고
게임이 끝난다.
그러니 15분 넘게 싸우고 있는
저 사람이 내가 들어오기 전
몇번 빈사를 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들어가서 빈사를 한번이던
세번이던 당하면
내가 도움의 손길이 아니라
저주가 되는 것이다.
여하튼
이런 상황에서
내가 들어가서
채 3분이 되지 않아
몬스터를 잡아 주었다.
내가 특별히 잘한것이 아니라
앞서 하던 사람이
사실상 체력을 다
깍아 놨던 것이리라.
적 몬스터도 "빈사"상태 표시가
뜨는데 그게 뜨면 덫을 깔아서
포획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조금 남은 체력을 깍느라
시간을 더 안써도 되고
포획으로 잡으면 보상이 더 크다.
그런데 이 덫을 만드려면
내 소재가 필요하고
그래서 온라인 모드에선
자기 덫을 아끼려고
안 쓰는 사람도 간혹 있다.
그런데 내가 빈사가
뜨자마자 빛의 속도로
덫 깔고 포획해서
게임을 끝내버렸다.
플스 게임이라
채팅을 치려면
따로 플스에 키보드를 연결하는
수고가 필요해 거의
쓰는 사람이 없고 대신에
게임상에서 상용구와 이모티콘을
제공해주고 있다.
내가 게임을 끝내자 마자
상대가
이모티콘을 날렸다.
눈망울이 반짝이며
감동한
캐릭터 이모티콘에
"역시.."라는 대사가 찍혔다.
순간 요즘 말로
"코쓱~"
이라는 기분이 되었다.
"코쓱"이란 만화에서
칭찬 받았을때
검지 손가락으로
코 밑을 스윽~밀며
"에이 뭘요~"하는
그 감정을 나타내는 말이다.
뭐가 어찌되었든
간단하게
그리고 깔끔하게
이름모를 타인과의
이런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게임이란 참 좋은
매체인듯 하다.
인생에서 이런 코쓱~이나
누군가를 이렇게
짧고 깔끔하게 도와줄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물론 나도 수 없이
받아왔던 도움이기도 하고.
성인중에는
영화는 보면서도
애니는
"에이~"하면서 절대
안보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성인이 아니라
애들중에도 있다.
마찬가지로 게임도
절대 안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놓치기엔 아까운
훌륭한 문화가 게임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