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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세 번째 인테리어, 첫 번째 질문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될까?

by 아리스

결혼한 지 11년 차에 그 어렵다는 올수리 인테리어를 세 번이나 경험했다. 물론 같은 집은 아니고 매번 구축 아파트를 매수하여 고치고 들어간 것.


첫 번째 집은 아파트 상가 인테리어 사장님에게, 두 번째 집은 인터넷 서핑 중 한 시간 만에 찾은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사장님에게, 두 번 모두 '턴키(Turn-key)'로 맡겼다. 헌 집이 새집이 되었으니 공사가 끝난 직후의 만족도는 당연히 높을 수밖에. 그러나 그 만족감이 '진짜 만족'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년만 살아봐도 어설픈 마감과 부실 공사는 여지없이 모습을 드러냈고, 시간이 흐르면 사람 좋던 턴키 사장님들조차 연락이 두절되거나 "그건 고객님 과실"이라는 말로 전화를 끊기 바빴다. "내 집"이라 부르기엔 어딘가 모르게 2% 부족한 공간, '내 취향'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많은 것을 타협해야 했던 박제된 결과물만 남았다. 지난 두 번의 경험은 내게 값비싼 교훈과 약간의 오기, 그리고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



"인테리어 '100% 만족'할 수 없을까?"


요즘 트렌드와 나의 취향, 가성비 리폼에서부터 하이엔드 퀄리티까지. 트렌드에 맞게 집을 고쳐도 내일 유행이 지나면 그만 아닌가. 트렌드? 좋은 자재? 당최 어디에 뿌리를 내려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 모든 혼돈의 중심에는,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몰랐던 나 자신이 있었다. 트렌드를 좇을 것이냐, 클래식을 고수할 것이냐, 편리함이냐, 멋스러움이냐, 모든 고민들 속에 핵심은 바로 '돈'이었다. 돈, '예산'은 인테리어의 중심이라는 점을 먼저 인지해야 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구축 아파트는 특성상 발코니 공간이 매우 넓다. 이 공간을 손대지 않으면 공사 비용이 0원에서 출발하지만 확장하게 되면 어렵지 않게 1천만 원이 공사 비용으로 발생하게 된다. 나와 같은 경우도 그랬다. 처음 '턴키'로 견적을 받았을 때 높은 예산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던 주방과 화장실 그리고 중문을 반셀프로 진행하면서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집을 앞두고, 더 이상 '턴키'라는 그늘 아래 숨지 않기로 다짐해 본다. 예산과 로망 사이에서 현실에 타협하면서도 이상을 좇아갈 수 있었던 건 '반셀프'였기에 가능했다. 그렇게 '반셀프 인테리어'라는, 무모하고도 험난한 여정을 감행해 본다.


저서는 턴키 견적 20개, 반셀프 견적 100개, 도합 120개의 견적서를 받아 들고 '드림팀'을 찾아 나선 필자의 처절한 분투기다. "요즘 월넛 많이 안 해요"라는 전문가의 조언에 나의 로망을 포기할 뻔했던 순간부터, 9mm 문선과 12mm 문선의 그깟 3mm 차이 때문에 밤새 잠 못 이루던 날들까지. 그 모든 여정과 약간의 요령을 담아본다.


부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는 실패를 줄여주는 '공략집'이, 지쳐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는 등을 토닥여주는 '응원가'가 되기를. 그리하여 언젠가 당신이 "이번 인테리어, 정말 만족하세요?"라는 질문 앞에, 망설임 없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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