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평대 올수리 인테리어 예산을 3천5백만 원으로 잡았어도 '조명'만큼은 욕심을 내려놓지 못했다. 아무리 고가의 자재와 정교한 목공이 뒷받침된다 한들, 그들을 비추는 빛이 어긋나면 공간은 생명력을 잃고 말 것이다. 다른 것은 다 타협할지라도 '빛' 하나만큼은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모든 공정이 그러하듯 조명 또한 단순히 전구를 다는 일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벽 뒤와 천장 속으로 전기가 흐르는 길을 만드는 '전기 포설'이 선행되어야만 했다. 지난 글에서 분배기를 이동하며 겪었던 전기 공사의 난관을 기억하는가. 예산을 아끼기 위해 전기 작업을 포기했던 공간이었는데, 분배기에 전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게 된 것이다. 턴키 실장님의 역할을 직접 수행하기에 나는 열정만 있었지, 그 복잡한 공정의 지도를 다 그려내지 못한 것이다.
때로는 '돈'이 해결사가 되기도 한다. 예산 때문에 포기했던 난도 높은 전기 포설 자리에, 역설적으로 '분배기' 덕분에 전선을 끌어와야만 했다. 방과 방 사이, 자칫 숨결 없이 죽은 공간이 될 뻔한 곳에 전기가 흐르자 작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은은향 향취로 집 안의 공기를 채워주는 전기캔들과 잔잔한 선율로 공간을 차분하게 만드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이내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 비로소 사심 가득한 취향이 공간을 채우게 된 것이다.
7여 년 전 인테리어 당시, 메인 등을 다운라이트 10인치로 시공했던 기억이 있다. 강산이 변하듯 인테리어 업계도 진화하여 3인치를 넘어 2인치가 대세인 오늘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비싸고 예쁜 2인치와 저렴하고 투박한 3인치 사이에서 쉽게 선택하지 못했다. 각각 유저들의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내가 선택한 것은 3인치 움푹 다운라이트. 타공은 3인치이지만 전구가 깊게 매립되어 있어, 실제로 빛을 내는 발광부는 2.5인치 남짓이다. 2인치의 심미성과 3인치의 광량을 모두 잡으면서도 시공비 부담을 줄인 뿌듯한 차선책이었다.
전구 사이즈를 결정했다면 다음은 빛의 색감이다. 주광색은 너무 차갑고 전구색은 너무 노랗다. 깨끗하고 화사한 아이보리 빛의 주백색(4000K)을 거실의 메인등과 주방, 그리고 복도에 배치하여 생동감을 주었다. 아늑하고 편안한 미색인 온백색(3500K)은 공간 곳곳에 배치해 집안의 온기와 깊이감을 더했다. 이 500 켈빈의 미세한 차이가 서로 부드럽게 더해져 안정된 색감을 완성해 냈다.
집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전실은 '페이드인-페이드아웃(Fade in-out)' 조명을 설치해 들어서는 순간의 품격을 높였다. 식탁이 놓일 자리에는 과감하게 식탁을 없애고 홈카페와 미니 서가를 조성하였는데, 이곳에는 산 모양의 '호른형 COB 조명'을 배치해 분위기를 압도했다. 거실 다이닝 공간에는 '실린더 다운라이트'로 입체적인 포인트를 주어 갤러리 같은 무드를 완성했다.
예산의 압박으로 작은 방 두 곳은 다운라이트 대신 합리적인 직부등을 선택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T5 간접조명'이다. 커튼박스는 물론 주방 상부장 하단, 전실 신발장 하단, 그리고 두 곳의 욕실 슬라이딩 도어 하단까지. T5 조명은 그 가치를 톡톡히 증명해 냈다. 공간의 마침표는 T5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간접조명이 주는 고급스러움과 평온한 품격은 들인 비용 그 이상의 가치를 생생하게 발현해내고 있었다.
저예산에도 조명의 품격을 더할 수 있었던 건 20여 개의 조명 견적서 중 숨어있던 고수를 만났던 인복과 더불어, 품삯 하나를 빼고 조명 일정을 추가하시던 조명 사장님의 유연한 대처가 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반셀프 인테리어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조율이라는 것을 '빛'의 공정을 통해 한번 더 깨달았다.
뼈대 위에 빛이 내려앉으니 보금자리에 온기가 더해졌다. 다음 퍼즐은 이번 인테리어의 시작이자 피날레를 함께한 '욕실'이다. 예산의 한계로 공정에 없었던 욕실을 가성비 덧방 시공과 조적 파티션으로 우리 집 무드를 더한 그 공간을 풀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