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기득권과의 전쟁 - 희망편
대한민국에서 세무는 ‘전문가만이 접근 가능한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시장에는 오래전부터 명확한 진입 장벽이 존재했다. 세무대리는 세무사만이 할 수 있으며, 제3자의 세무사 중개 행위는 ‘위임·계약 주선’의 경우 법적으로 위법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존재한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플랫폼이 바로 삼쩜삼이다.
프리랜서·소상공인을 위한 간편 세무 신고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이 플랫폼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세무사를 사용자와 연결하는 '기반 기술 매칭' 구조를 택했다. 이것이 바로 충돌의 시작이었다. 한국세무사회는 즉각 반발했고,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운영사)를 고발했다. 그러나 이 싸움의 결말은 예상과 달랐다. 로톡, 타다, 닥터나우처럼 무너진 것이 아니라, 삼쩜삼은 살아남았다.
이 글은 묻는다. 기득권의 압박 속에서도, 왜 이 플랫폼은 무너지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 생존은 어떤 전략적 함의를 남기는가?
한국의 세무 서비스는 대체로 고비용·고복잡 구조다.
특히 연 1회 세무신고 시즌에는 소규모 자영업자·프리랜서들이 정보 비대칭과 가격 불투명에 시달린다.
삼쩜삼은 바로 이 문제를 겨냥했다.
세무사를 직접 비교하지 않아도 되고
견적 요청만 하면 매칭되고
예상 세액·수수료까지 자동 계산되며
챗봇으로 언제든 문의할 수 있는 UX 제공
핵심은 ‘간편화’가 아니라 접근성 + 투명성 + 자동화의 결합이었다.
플랫폼 런칭 초기, 프리랜서·크리에이터 시장을 집중 타겟팅
이들은 기존 세무시장 접근성이 낮고, 간편한 신고 수요가 명확한 사용자군
“세금폭탄 맞지 않으려면 지금 신고하세요” 등 위기감 기반 콘텐츠 확산
실제로 연말정산·3.3% 원천징수 신고 시즌에 수요 집중
초기 단계에서 VC의 관심을 받은 몇 안 되는 B2C 세무 플랫폼
자비스앤빌런즈는 삼쩜삼 외에도 기업용 SaaS 회계툴도 운영, 포트폴리오 신뢰성 확보
자동 견적 제공, 챗봇 기반 고객 응대 등 기술 접점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
동시에 '쌤과 함께, 점점 삼(삼쩜삼)'이라는 친근한 브랜딩 전략으로 진입장벽 제거
삼쩜삼은 이 구조를 통해 수십만 건 이상의 세무신고를 자동 중개했고,
자비스앤빌런즈는 시리즈 C 투자까지 유치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 구조가 바로 법적 충돌의 출발점이었다.
세무사회는 삼쩜삼을 단순한 기술 플랫폼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이를 세무사 제도의 근간을 위협하는, 직역 붕괴의 서막으로 인식했다.
세무사법 제20조: 세무사가 아닌 자의 세무대리 금지
특히 ‘세무사 아닌 자가 세무사를 중개하는 행위’도 불법 소지 있음
삼쩜삼은 “세무사법상 불법 중개 플랫폼”이다
단순 매칭이 아닌 ‘고객 유치+요금 견적+의뢰’까지 하는 건 실질적 대리
“기술 플랫폼이라는 외피를 쓴 불법 세무대리”
2020년부터 자비스앤빌런즈를 수차례 고발하며 법적 압박 전략 전개
공정위에는 “시장 질서를 해치는 불공정 중개”로 진정 제기
과기부·법무부 등에도 플랫폼 퇴출을 위한 다각도 민원 제출
세무사회는 지역 기반을 중심으로 강력한 조직력을 보유한 기득권 단체
실제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삼쩜삼 규제 필요성 언급 포함된 서한 전달
세무사회는 보도자료와 인터뷰 등을 통해 다수의 언론에 플랫폼 규제 필요성을 제기하며 여론을 형성
삼쩜삼에 대한 고발은 일회성 대응이 아니라, 플랫폼 모델 자체를 제도 밖으로 밀어내기 위한 시도였다
세무사회는 ‘플랫폼형 중개’를 불법으로 명시하는 방향의 세무사법 개정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으며, 일부 국회의원을 통해 관련 법안 발의를 추진한 바 있다.
기득권은 단순한 ‘기술 저항’이 아니라, 직역 해체를 막기 위한 조직적·정치적·제도적 전방위 방어전을 펼치고 있었다.
세무사법은 1960~70년대에 형성된 구조로, 디지털 플랫폼이나 중개 기술을 전제로 설계되지 않음
‘세무사 외에는 세무사 광고·소개·중개 불가’라는 조항은 해석의 여지가 크고, 플랫폼 경제와 충돌 가능성 높음
실제로 ‘자동 견적 제공’이 광고인지 대리인지조차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음
이 회색지대가 존재했기에, 삼쩜삼은 법을 정면으로 어기지 않고도 제도 안에서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었다.
놀라운 점은, 이 충돌 이후에도 법은 바뀌지 않았고, 삼쩜삼도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이건 단순한 법의 방치가 아니라, 플랫폼이 제도의 틈을 해석하고 재설계한 결과다.
우리는 단지 “세무사 광고 플랫폼”이다 → ‘직접 대리 행위’ 회피
유저가 견적 받고, 자율적으로 세무사를 선택하는 구조 강조
계약은 삼쩜삼이 아닌 세무사와 고객 간에 직접 체결
“광고 + 기술 기반 매칭” 구조에 대해서는 세무사법상 불법 여부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아, 해석에 따라 합법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음
오히려 세무사법은 시대 변화에 비해 지나치게 모호하고 경직됨
명백한 불법 판정은 없었고, 사업도 유지
세무사회는 견제 중이나, 제도를 바꾸지는 못함
삼쩜삼은 법과 제도를 정면으로 부수지 않았다. 피하면서 돌파한 전략의 사례였다.
삼쩜삼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나 기득권과 제도의 벽을 넘은 것은 아니다.
현재 구조는 여전히 법적 불확실성과 기득권의 저항 아래 놓인 상태이며, 대규모 마케팅, 신규 기능 확대 등에서는 정치적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는 플랫폼이다.
또한, 세무사 개인의 협조 없이는 작동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플랫폼의 확장성과 파워는 제약받는다.
수십만 명의 프리랜서와 자영업자들이 기존 세무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삼쩜삼은 단순히 편리한 서비스를 넘어서, 정보 격차와 비용 장벽을 해소하는 공공적 역할을 했다
오히려 이러한 플랫폼의 등장이 늦은 것이 문제일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
즉, 삼쩜삼의 존재는 단지 ‘합법 여부’를 넘어, ‘시장 수요 기반의 정당성’을 획득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그러나 이 생존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로톡도, 타다도, 닥터나우도 기득권과의 전면전에서 제도화에 실패하며 후퇴했지만, 삼쩜삼은 전략을 조정했고, 제도 틈을 해석했으며, 그 안에서 살아남았다.
삼쩜삼은 대한민국에서 기득권에 맞서 싸우지 않고도 살아남은 드문 혁신 플랫폼이다.
타다는 무너졌고, 로톡은 정면충돌 끝에 제도화되지 못했고, 닥터나우는 보건당국과 약사회 모두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삼쩜삼은 싸우는 대신 피했고, 설계했고, 생존했다.
이 생존은 단순한 눈치보기나 우연이 아니다.
법의 경계선에서 “중개인지 아닌지”의 기준을 설계했고
서비스 구조를 “기술 + 자율 계약”으로 포지셔닝했으며
법이 바뀌지 않아도 플랫폼은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 질문을 남긴다. "혁신은 기득권을 무너뜨릴 때만 가능한가, 아니면 피할 수 있는가?”
삼쩜삼은 후자였다. 그렇기에 이 플랫폼은, 지금도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