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리비가 컴포즈를 추가 인수한 이유 - 전략기획
2019년, 졸리비는 글로벌 커피 브랜드인 커피빈(Coffee Bean & Tea Leaf)의 80% 지분을 약 3.5억 달러에 인수했고, 이후 2020년에 100% 인수를 완료했다. 그로부터 5년 후인 2024년, 졸리비는 또 한 번 커피 브랜드를 인수했다. 이번에는 글로벌 브랜드도, 프리미엄 감성도 아닌, 한국의 가성비 커피 브랜드 컴포즈커피였다.
그 인수 금액은 약 4,700억 원.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졸리비가 컴포즈커피의 지분 100%가 아니라 70%만 인수했다는 사실이다. 나머지 30%는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함께 인수해, 공동 소유 구조를 형성했다. 이는 졸리비가 단순히 컴포즈를 운영 자산으로만 본 것이 아니라, 중장기 확장성과 리스크 분산을 고려한 파트너십 기반의 구조적 선택이었음을 보여준다.
즉, 이 딜은 단순한 커피 브랜드 확보가 아니라, 외식 플랫폼 기업으로서 졸리비가 선택한 전략적 확장의 일환으로 해석해야 한다.
졸리비는 이미 커피빈이라는 글로벌 커피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또 커피 브랜드를 인수한 것일까?
그 이유는 단순한 시장 확대가 아니라, 커피빈과는 전혀 다른 구조적 목적과 운영 논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졸리비는 컴포즈커피에서 브랜드가 아닌 구조를, 한국이라는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실행 플랫폼을 본 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졸리비가 외식 기업에서 글로벌 식음료 투자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둘 다 ‘커피 브랜드’지만, 비즈니스 구조와 브랜드의 존재 방식 자체가 다르다.
커피빈은 브랜드 감도는 있으나 실행력이 부족한 브랜드였다. 졸리비는 여기에 운영 구조를 입혀 리빌딩하려는 시도를 했다.
반면, 컴포즈커피는 브랜드 감도는 약하지만 매장 확장 속도, 운영 효율, 본사 구조까지 이미 최적화된 브랜드다. 졸리비 입장에서 보면, 브랜드 감도만 입히면 곧바로 글로벌 확장이 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즉, 졸리비는
커피빈에서는 브랜드를 살릴 구조를,
컴포즈에서는 구조를 살릴 브랜드를 본 것이다.
2024년 기준, 컴포즈커피는 국내에 약 2,3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수치는 스타벅스(1,900여 개)를 넘어선 매장 수 기준 국내 3위 규모이며, 특히 지방 거점 도시와 주거 밀집 지역에서 강력한 로컬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 핵심은 ‘저가+소형+프랜차이즈’라는 초효율 운영 모델이다:
매장 평균 규모: 10평 내외
좌석 중심이 아닌 테이크아웃 중심 레이아웃
고정비가 낮고 회전율이 빠름
스타벅스처럼 고급스러운 공간 연출이나 경험 디자인 없이도, 운영 구조만으로 전국에 침투한 사례라는 점에서 졸리비 입장에선 매우 매력적인 자산이다.
스타벅스나 커피빈이 감도와 공간을 앞세운다면, 컴포즈는 메뉴 단순화, 재료 표준화,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초가성비’ 포지셔닝을 구축해왔다.
이는 단순히 한국 내에서의 성공을 넘어, 동남아, 중동, 남미 등 고급 브랜드가 뿌리내리기 어려운 시장에서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확장 가능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졸리비는 이 점에 주목했다. 커피빈은 감도는 있지만 가격과 접근성에서 제약이 많은 반면, 컴포즈는 ‘가성비 기반의 미드티어 브랜드’를 프랜차이즈 모델로 대량 수출할 수 있는 구조다.
커피빈은 “없는 감도는 만들 수 있지만, 구조는 어렵다.”
컴포즈는 “감도는 없지만, 구조는 이미 완성돼 있다.”
컴포즈커피는 한국에서 자체 개발된 시스템형 브랜드다. 졸리비는 이번 인수를 통해 한국 시장 진입 이상의 효과, 즉 한국의 프랜차이즈 운영 노하우, 물류, 메뉴 운영 시스템까지 흡수하는 기회를 얻었다.
B2B 원재료 유통 구조
매뉴얼 기반의 점포 오픈 툴킷
본사-가맹점 간 수익 균형 구조
이러한 운영 시스템은 졸리비가 기존에 보유한 브랜드들과는 다른 ‘운영의 언어’를 지니고 있다. 졸리비는 이 구조를 학습하고, 기존 브랜드에 이식하거나 제3국 진출 시 벤치마킹할 수 있다.
한국은 브랜드 감도에서는 과잉 경쟁 시장이지만, 실행 구조만큼은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수준이다. 졸리비가 본 것은 한국 커피 시장의 ‘시스템적 내공’이었을지도 모른다.
졸리비는 이번 컴포즈 인수를 통해 단순히 커피 브랜드를 하나 더 확보한 것이 아니다. 프리미엄 감도 기반의 커피빈과 초실행 구조 기반의 컴포즈커피를 병렬로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이원화 전략을 완성한 것이다.
졸리비는 이 둘의 시너지도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컴포즈의 초효율 시스템을 커피빈에 적용해 회복 속도를 높이거나,
커피빈의 브랜드 자산을 컴포즈에 이식해 브랜드 감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궁극적으로 졸리비는 두 브랜드를 병렬 운영하기보다, 서로의 전략 자산을 유기적으로 교차 적용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다층적인 포지셔닝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졸리비는 커피빈에서는 감도를 회복할 수 있는 구조를 찾았고, 컴포즈에서는 구조에 감도를 입힐 수 있는 기회를 찾았다.
커피빈은 ‘무너졌지만 회복 가능한 감도 자산’이었고,
컴포즈는 ‘감도는 없지만 실행력이 완성된 성장 플랫폼’이었다.
커피빈은 위에서 아래로 리빌딩해야 하는 브랜드였다.
컴포즈는 아래에서 위로 확장할 수 있는 구조였다.
졸리비는 외식 기업을 넘어 글로벌 식음료 투자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리고 컴포즈 인수는 그 플랫폼 전략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