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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별난 Mar 29. 2024

Track 07. 채워라

열+한 소리~♬


지난 이야기- 입사, 퇴사, 재입사하기까지의 이야기


내 일은 추가한다


조리실과 성형장 사이에 있는 이곳을 준비실이라고 부른다. 냉각처리된 익힘류 음식과 비 익힘류 음식, 즉 모든 음식을 보관하는 장소이다. 지금부터는 청결구역으로 위생규정이 더 강화된다. 변질을 막기 위해 실내온도는 더 떨어진다. 준비실은 4°까지 떨어진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음식이 있다. 비 익힘류 음식을 준비하는 곳 중 하나이다. 이 부서만의 특별한 업무도 있는데 추가라 부른다. 글씨를 쓰고 수를 계산하는 일이다.


1. 추가업무


눈을 마주 보는 시간과 짧은 대화 한 마디의 힘


주문량보다 음식이 부족한 경우가 여러 가지 요인들에 기인해 발생한다. 그 부족분의 음식을 추가적으로 준비해야 주문량을 맞출 수 있다. 일단 부족분을 알아야 한다. 이건 성형실에서 알려준다. 난 부족분의 음식준비량을 계산한다. 음식에 들어갈 재료의 중량을 계산해서 쓴 종이 해당 부서에 직접 건네준다. (예: A도시락상품의 B제육고기 100식 추가발생 시 B음식의 재료를 파악하여 고기, 양배추채, 전용유 등 100 식분을 계산) 도처에 로봇들 천지인 시대에 종이와 글씨라니. 비효율적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나에겐 그렇지 않다. 서로 눈을 마주 보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직접 전달하며 오고 가는 대화 한 마디의 힘은 상상이상으로 강력하다. 전달하고 있는 것은 얇은 종이이지만 나라는 에너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하면서 일한다. 아주 가끔 힘이 빠져있는 동료에겐 종이에 응원 메시지를 적기도 한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타 부서 사람들과 마주치는 횟수가 많아진다. 타 부서의 분위기, 동료들의 컨디션, 공장의 상황파악을 할 수 있다. 먼 부서 사람들은 서로가 한 번도 못 마주치는 경우가 몇 날 며칠 간다. 특히 조리실과 성형실이 그러하다. 난 업무 특성상 공장 전 구역을 다니게 된다. 모두를 만나게 되니 혼자가 아닌 기분이 좋다.


많은 사람들의 서로 다른 소리가 존재하는 이 공간


공장과 펜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깨져버린 지 오래다. 펜이 노동이 된다는 것을 여기서 알게 되었다. 솥에서 삽질을 할 때 난 펜질을 한다. 내 몸 중 가장 다치지 말아야 하는 곳은 손과 귀이다. 한쪽 귀에는 늘 볼펜 한 자루를 끼워야 하기 때문이다. 뚜껑이 있거나 분리가 쉬운 펜은 사용금지인데 가끔 반대로 끼우다 구레나룻을 그릴 때도 있다. 한 창 바쁠 때는 몇 시간을 글씨만 쓰게 된다. 편하게 쓰고 싶은 마음은 허락지 않는다. 빠르고 정확히 쓰지 않으면 전달이 늦어져 각 부서의 재료준비가 늦어지고 추가성형작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중간에 위치한 부서라 사람들이 많이 들락날락거리며 업무협조가 많다. 중간 심부름꾼 역할이다. 사람들의 소리가 끊이질 않는 곳이다. 추가작업과 음식보관을 하는 공간이라 추가현황과 음식상태를 보기 위해 관리자도 많이 찾아오니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이는 형국이다. 서로의 위치에서 하는 생각들을 본의 아니게 듣게 될 때가 많다. 입은 무겁게 누르고 펜은 가볍게 들어야 하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의 서로 다른 소리 속에서 진행되는 글씨 쓰기와 계산은 집중력 훈련에 최적이다. 글씨 연습과 계산을 몇 시간씩 몇 년을 시켜주는 곳이다. 머리가 굳어지지 않게 해 주니 좋다.


2. 비 익힘류 음식 준비 (혼합, 절단, 소스준비)


그녀가 밀어준 음식들 중 소스를 버무려 놓아야 하는 것이 있다. 비율에 맞게 혼합한다.

등분해서 절단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주로 햄버거, 샌드위치에 쓰일 각종 소스도 중량을 맞춰 준비해 둔다.  


내일을 도모한다

#05. 오늘


한 곳에서 6년이면 공장생산직에서 오래 일한 편에 속한다. 참 힘들 때 와서 그런지 애정이 각별하다. 시간을 버티게 해 주었던 곳이고 안정을 찾게 해 준 고마운 곳이다. 이곳이 번창하고 동료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06. 내일


오늘의 행복은 내일로 이어진다. 이제 행복할 요리준비는 끝이 났다. 행복을 포장하러 다음 문을 연다.    


♬행복할 주문의 노래~♬


Track 07. 채워라 (feat. 열+한 소리 주문)


여러 소리가 뒤섞인 공장에서

많은 소리가 함께하는 세상에서

열한 소리 한 마당을 부른다


따릉 따릉~♬ 점주의 주문 소리가 울리고

세상이 나를 찾는 주문 소리가 울린다


아아아아~ 띠리 리리~~♬

타잔과 젊은이들은 테트리스 게임 하듯

창고 정리를 시작하고

난 마음의 조각들을 끼우고 박고 쌓고 빼가며 맞춰간다


탁탁 탁탁~♬ 제인들의 칼질 소리에 야채가 썰려나가듯

세월에 찌든 때를 싹둑하고 살릴 때는 소독하고 세척한다 


졸졸졸졸~♬ 물 흐르듯 자연인은 신선한 고기를 준비하고

자연을 벗 삼아 좋은 물로 씻으니 거품 방울 펑펑 사라진다


지글지글~♬ 솥에 재료 넣고 전용유를 주르르륵~♬

활활 타는 열기로 불어버린 지문아 퇴근하자 하루 고생했다

끓어오른 눈물로 불어버린 울화통에 가득 담은 이 말

토닥토닥! 고생했어! 힘내! 이리 와!

내가 날 끌어안는다


바사사삭~♬ 튀김 소리 내 욕심을 유혹하니

그 유혹을 좇아 펄펄 끓는 기름에 손대고

그림의 떡을 먹으려 종이를 씹다 보니

끓는 기름을 씹으려 했네

욕심 나와  잠겨진 문   

이제 나와......

봄을 맞이하네


치이이익~♬ 오븐 소리 햄버거 된 패티

돌아보니 실수였네 알고 보니 도시락 패티

누구나 하는 실수 인정하고 배워내면 된다

난 튀김 편에서 규정상 특별한 경우 아니면 먹는다라고 썼다

못 먹는다를 새우패티 생각하다 침 흘리며 먹는다라고 썼다

이거 하나뿐이겠는가  더 나올 게 뻔하다


오르고 오르고 열을 품은 음식 그녀를 만나고

내리고 내리고 엘사를 닮은 그녀의 노랫소리

동료들 살짝 쿵 귀 기울여 듣는 사이

음식은 열이 식고 노래는 희망을 품는다


The cold never bothered me anyway~♬

추위는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못해


슥슥 참기름 10g 계량실로 편지 쓰고

슥슥 양파채 11g 야채실로 편지 쓰고

슥슥~♬ 이쪽부터 줄까 저쪽부터 줄까

계량실부터 가도 되고 야채실부터 가도 된다


인생길 고민의 연속 어디로 가야 할까

인생길 어디로 가든 사랑만은 가져가자


쉴 틈 없이 울려 퍼지는 공장 열 소리

늘 함께하는 세상 참 많은 소리

나를 사랑하는 소리~♬ 더하니

열+한 소리 채워져 한 마당에 서있네

세상이란 한 마당에 모두가 함께 하네


세상에 내 소리를

채워라~


다음 이야기- Track 08.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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