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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별난 Mar 26. 2024

Track 06. 던져라

모두 모여 주문~♬


지난 이야기- 가열된 음식의 냉각과정 이야기


그녀는 냉각처리까지 된 음식을 이번 공정으로 밀어준다. 이번 공정 다음은 컨베이어 벨트가 있는 *성형장이다. 성형장에서 편의점 진열대에 오르는 상품 모양이 만들어진다. 이번 공정의 위치는 조리실과 성형실 중간이다.

내가 그저께 일했었고, 어제 일했고, 오늘 일하는 곳이다. 내일......? 난 알 수 없다.  내일을 그저 도모할 뿐이다.


*성형장: 판매 가능한 상품을 만드는 곳


내일을 도모한다

#02. 그저께 


윷놀이에서 출발점이 도착점이라고 가정하면 앞으로만 갈 때 최단 거리는 열한 칸이다. 도로 가도 열한 걸음이면 되는데 열을 삼켜 참고 삭힌 돼지는 가다가 결국 밸브를 못 찾아 열이 터지고 다시 출발점으로 이끌려 잡혀 돌아온다. 그저께까지의 내 모습이 윷놀이판의 도(돼지) 같은 모습 같다.


인간관계에서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어 하지만 안된다. 이끌린 듯한(선택해서 한 것이 아닌듯한) 자신의 모습, 날 무시하고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며 남 탓만 하는 모습을 [도]라 표현하였다. 도저히 이런 삶의 모습을 벗어나는 방법을 모르겠다.


시소의 한쪽 끝을 [도], 반대쪽을 [모]라 한다[도] 끝에 서있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반대쪽 [모] 끝엔 거절하기, 못 한다가 아니라 안 한다고 이야기하기,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쓴소리 하기, 싫다고 이야기하기 등이 있었다. 한쪽 끝에 서있어 형성된 이 가파른 오르막멀고도 높아 보이기만 했다. 미끄러지기만 했던 이 길을 공장입사 때부터 기어이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모내기하듯 모를 옮겨 심고 심고 또 심었다.


#03. 어제


공장에 들어오기 전 내 안에서 괴물 같던 모습은 어느 정도 빠져나갔지만 거울을 들여다볼 때면 탐욕과 파괴의 거품이 여전히 붙어있었다. 한없이 가엾고 안쓰러웠다. 끊임없이 나에게 구해달라고 외쳤던 내 안의 내 모습은 그랬다. 나에게 미안했고 감사했다. 남아있는 거품을 씻어낼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일단 인간관계에 문을 닫고 자신을 바라보며 지내던 중 17살 차이 나는 동생의 끈질긴 마음의  한 자루가  문을 뚫었다. 다시 시작된 인간관계. 다시는 이끌리지 않겠다며, 나를 지키겠다며 못했던 모(말)식 행동에 사활을 걸었다. 마음의 끈을 꽉 조여 매고 못 했던 행동을 하나 둘 하기 시작했다. 내 본성의 무게는 상상이상이라 코끼리도 들어 올릴지 모른다.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시소는 본성 쪽으로 어김없이 기운다. 그 끈을 놓은 적이 거의 없던 4년을 보냈다.


그동안 나를 수식하는 단어들(착함, 내성적, 순함, 삭히기 등)이 주변에서 들리지 않았다. 것도 모자라 들을 수 없었던 단어들(싸가지, 단호, 거절, 선긋기 등)이 들리기 시작했다.


윷놀이를 모로 가면 도착점까지 한달음에 내달릴 수 있다. 마치 먼 거리를 빠르게 가니 말이 잘 안 잡히는 것처럼 내가 하는 말들이 타인에게 잘 안 잡혔다. 관리자들의 날 선 칼과도 계속 부딪혔다. 싹수없는 놈, 선긋기가 심한 사람으로 소문이 났다. 기를 쓰고 했던 행동들을 되기 시작했다.


결과 시소는 정반대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졌다. 반대쪽을 오느라 에너지를 너무 썼다. 난 지쳤고 결국 [도 아니면 모]라는 시소를 내렸다. 사직서를  공장을 떠났다.


#04. 오늘


못했던 행동을 하게 되었지만 모로 치우치는 것 역시 이끌리는 삶이란 걸 느꼈다. 감사하게도 1년이 지났을 무렵 난 공장의 주문을 다시 받고 오늘을 맞이했다. 오늘, 난 시소를 다시 타기 시작했다. 다시 탄 시소는 [도 또는 모]였다.


따릉. 05시 알림이 울린다. 나라는 원재료를 찾아주는 공장의 주문이 들어왔다. 나름 그동안 나라는 원재료를 관리하며 준비해 왔다.  세상이라는 진열대에 오르기 위해 공장출근버스에 올라탔다. 


♬행복할 주문의 노래~♬


Track 06. 던져라 (feat. 모두 모여 주문)


[도 아니면 모]로 치우치니

도만 던져 한 칸

모만 던져 다섯 칸

그 사이 개, 걸, 윷은 어디?


[도 또는 모]를 선택하니

도 던져 한 칸 갈까

모 던져 다섯 칸 갈까

그 사이 개, 걸, 윷은 어때?


큰길 돌아 산책할까

모, 걸, 걸  달려볼까


도 나가 돌아보니

백도 되어 보이는 지난날

내 안의 나를 보니

그 길이 가장 빠른 길이였네


이제야 선택하여

비로소 걸어가네

붉은 눈물 꽃 핀

레드카펫 가는 길


돼지, 개, 양, 소, 말

한마당에 모두 모여

손에 손잡고 가보자

업고 업고도 가보자

한바탕 가보자꾸나


윷놀이 판에 소리가

울려 퍼지는구나


윷가락을 던져라~♬  


다음 이야기- Track 07. 채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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