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실과 성형장 사이에 있는 이곳을 준비실이라고 부른다. 냉각처리된 익힘류 음식과 비 익힘류 음식, 즉 모든 음식을 보관하는 장소이다. 지금부터는 청결구역으로 위생규정이 더 강화된다. 변질을 막기 위해 실내온도는 더 떨어진다. 준비실은 4°까지 떨어진다.아직 준비되지 않은 음식이 있다. 비 익힘류 음식을 준비하는 곳 중 하나이다. 이 부서만의 특별한 업무도있는데 추가라 부른다. 글씨를 쓰고 수를 계산하는 일이다.
1. 추가업무
눈을 마주 보는 시간과 짧은 대화 한 마디의 힘
주문량보다 음식이 부족한 경우가 여러 가지 요인들에 기인해 발생한다. 그 부족분의 음식을 추가적으로 준비해야 주문량을 맞출 수 있다. 일단 부족분을 알아야 한다. 이건 성형실에서 알려준다. 난 부족분의음식준비량을 계산한다. 음식에 들어갈 재료의 중량을 계산해서 쓴 종이를해당 부서에 직접 건네준다. (예: A도시락상품의 B제육고기 100식 추가발생 시 B음식의 재료를 파악하여 고기, 양배추채, 전용유 등 100 식분을 계산) 도처에 로봇들 천지인 시대에 종이와 글씨라니. 비효율적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나에겐 그렇지 않다. 서로 눈을 마주 보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직접 전달하며 오고 가는 대화 한 마디의 힘은 상상이상으로 강력하다. 전달하고 있는 것은 얇은 종이이지만 나라는 에너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하면서 일한다. 아주 가끔 힘이 빠져있는 동료에겐 종이에 응원 메시지를 적기도 한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타 부서 사람들과 마주치는 횟수가 많아진다. 타 부서의 분위기, 동료들의 컨디션, 공장의 상황파악을 할 수 있다. 먼 부서 사람들은 서로가 한 번도 못 마주치는 경우가 몇 날 며칠 간다. 특히 조리실과 성형실이 그러하다. 난 업무 특성상 공장 전 구역을 다니게 된다. 모두를 만나게 되니 혼자가 아닌 기분이 좋다.
많은 사람들의 서로 다른 소리가 존재하는 이 공간
공장과 펜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깨져버린 지 오래다. 펜이 노동이 된다는 것을 여기서 알게 되었다. 솥에서 삽질을 할 때 난 펜질을 한다. 내 몸 중 가장 다치지 말아야 하는 곳은 손과 귀이다. 한쪽 귀에는 늘 볼펜 한 자루를 끼워야 하기 때문이다. 뚜껑이 있거나 분리가 쉬운 펜은 사용금지인데 가끔 반대로 끼우다 구레나룻을 그릴 때도 있다. 한 창 바쁠 때는 몇 시간을 글씨만 쓰게 된다. 편하게 쓰고 싶은 마음은 허락지 않는다. 빠르고 정확히 쓰지 않으면 전달이 늦어져 각 부서의 재료준비가 늦어지고 추가성형작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중간에 위치한 부서라 사람들이 많이 들락날락거리며 업무협조가 많다. 중간 심부름꾼 역할이다. 사람들의 소리가 끊이질 않는 곳이다. 추가작업과 음식보관을 하는 공간이라 추가현황과 음식상태를 보기 위해 관리자도 많이 찾아오니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이는 형국이다. 서로의 위치에서 하는 생각들을 본의 아니게 듣게 될 때가 많다. 입은 무겁게 누르고 펜은 가볍게 들어야 하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의 서로 다른 소리 속에서 진행되는 글씨 쓰기와 계산은 집중력 훈련에 최적이다. 글씨 연습과 계산을 몇 시간씩 몇 년을 시켜주는 곳이다. 머리가 굳어지지 않게 해 주니 좋다.
2. 비 익힘류 음식 준비 (혼합, 절단, 소스준비)
그녀가 밀어준 음식들 중 소스를 버무려 놓아야 하는 것이 있다. 비율에 맞게 혼합한다.
등분해서 절단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주로 햄버거, 샌드위치에 쓰일 각종 소스도 중량을 맞춰 준비해 둔다.
내일을 도모한다
#05. 오늘
한 곳에서 6년이면 공장생산직에서 오래 일한 편에 속한다. 참 힘들 때 와서 그런지 애정이 각별하다. 시간을 버티게 해 주었던 곳이고 안정을 찾게 해 준 고마운 곳이다. 이곳이 번창하고 동료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06. 내일
오늘의 행복은 내일로 이어진다. 이제 행복할 요리준비는 끝이 났다. 행복을 포장하러 다음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