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별난 Apr 04. 2024

Track 08. 모여라

고갯길 주문~♬


지난 이야기- 음식준비의 마지막 부서 이야기


성형

준비실 문을 열고 나가면 탁 트인 공간이 펼쳐진다. 성형장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조리실에서 준비했던 음식을 편의점 진열대에 올려질 모양으로 완성시킨다. 음식이 지나가는 컨베이어 벨트는 패션쇼의 런웨이 같다. 누군가의 손에 가게 될 음식은 하나 둘 옷을 입으며 이 길을 걸어간다. 수많은 조명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공장 밖 세상의 빛을 맞을 준비를 한다.


세상이라는 빛을 보기까지, 나의 모양을 만들기까지 걸어온 길. 기억도 안나는 수많은 시간들을 보내고 감정들을 느끼며 걸어온 길. 이제 나도 드디어 세상이란 빛 앞에 있다. 살아내려 발버둥 치며 맞이한 세상아 날 비추어라.


토핑


A도시락 생산이다. A도시락에 들어갈 음식을 다 가져온다. 컨베이어 벨트 양 옆에 음식들을 비치하고 그 음식을 토핑 할 작업자가 선다. 컨베이어 벨트를 작동하면 작업자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음식을 올린다. 완성이 되는 벨트 끝에서 라벨지를 부착하면 상품이 완성된다. 이 일련의 과정은 순서가 있다. 


세상이라는 빛을 보기까지 무시하고 지나친 나날들. 한 때는 순서를 참 잘 지켰고 세상을 맞이할 모든 준비를 끝냈었던 적이 있다. 세상에 나가기 위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나아갔었던 그때 나를 비추려 했던 세상의 빛 앞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검출


중량 미달되거나 초과되어도 삐익~삐익~ 금속탐지기를 지나갈 때 이상이 있어도 삐익~삐익~ 통과 못 한다. 


젖 먹던 힘으로 살아냈다. 세상에 나오기까지 그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내가 통과 못 할 곳은 없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반드시 통과한다. 결국 세상의 빛을 맞이했다. 내가 통과했고 빛이 나를 통과했다. 이 벅찬 빛 앞에서 나는 소리쳤다. 응애~응애~   


출하


다음공정은 출하라 불린다. 통과된 상품을 상자에 적재하는 주 업무를 맡고 있다. 포장상태와 수량을 확인하고 배송기사에게 인계한다. 해당지역 물류센터에 도착한 상품을 차량기사가 해당지역 편의점에 인계한다. 드디어 진열대에 오르고 고객의 선택을 기다린다. 


난 그녀의 우주 안에서 작은 점에 불과했다. 그녀는 그런 날 밀어주어 세상의 빛을 보게 하였다. 그렇게 탄생한 나라는 원재료. 그 가격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기에 부르는 게 값이다. 지금 누가 사든 말든 상관없다. 지금 상태가 어떻든 상관없다. 좋은 물도 묻히고 좋은 벗들과 손에 손 잡자.  많은 경험들을 적재하듯 쌓으며 배송한 곳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나를 이곳으로 배송한 것은 과거의 나이고 미래로 인계하는 것도 나이다. 미래의 내가 지금 이 순간보다 1원이라도 값지게 느껴지면 된다. 우린 어머니라는 우주 안에서 그 어떤 순간이라도 살아남았고 그 어떤 순간도 뚫어내며 태어났다. 이미 당신이란 원재료는 이걸 갖고 태어난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이다. 어머니는 자신의 품 안에서 날 지켜내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여자의 일생을 뒤로 미루고 세상으로부터 또 지켜내 주었다. 성형장 이모들을 보면서 어머니도 저렇게 나를 지켜내 주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머니는 매의 눈으로 자식에게 묻은(묻을) 이물질을 떼어내 준다 


작업자들의 90% 이상이 여자이다. 평균연령이 50은 넘는다. 이들을 이하 이모라 부르겠다. 이들은 컨베이에 벨트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매의 눈을 뜬다. 음식이 벨트를 지나가는 동안 색, 상태 등을 확인하며 혹시나 있을지 모를 작은 이물질이라도 있을까 매섭게 바라본다. 조명이 밝은  이유이기도 하다. 라벨지가 둘러지기 전까지 끝까지 이 눈을 풀지 않는다. 성형실은 시간과의 싸움이라 벨트가 돌아가서 멈추는 시간까지 긴장감이 장난 아니다.


매의 눈으로 나를 보살펴주었을 어머니 눈가의 주름에  어리석음의 때가 묻어있는 듯하다. 그 마디마다 이어진 고갯길이 몇 굽이길인지 난 감히 헤아릴 수 없다.  


어머니는 고개를 떨궈 두 지역을 차단시킨다


성형실에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하기 위해 때론 관리자의 언성이 높아진다. 조리실과 다르게 소수가 다수를 상대해 낼 수 있게 띠의 무게가 무거운 직책의 관리자가 현장에 배치된다. 시간과의 싸움이기에 소통할 시간조차 없다. 시소의 기울기는 소수 쪽으로 기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그 책임의 무게 또한 다르다. 이곳에서 실수는 책임이 무겁다. 훈훈하게 끝나지 않을 때가 있다. 가끔 이모들이 질책받는 모습을 보게 된다.


어머니도 누군가의 앞에서 고개를 떨구셨을 것이다. 이 순간 고개를 떨구지 않으면 내 자식이 굶는 세상과 자식이 연결되어 버린다. 두 세상을 차단시키기 위해 고개를 떨군다. 산으로 막힌 저 너머 연결된 고갯길을 없애기 위해 고개를 떨궈낸다. 길 하나를 통째로 들어내버리기 위해 에너지 소모가 엄청날 수 있다. 이런 이모들을 볼 때면 모른 척 친절모드로 들어가고 너스레도 떨면서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드리려 한다.      


어머니는 고개를 들어 세상 규정에 없던 길도 만든다


이모들의 모습에서 어머니의 50대 때 모습을 떠올릴 때가 있다. 내가 지금보다 더 철없던 20대 후반이다. 폐기해야 할 음식마저 아까워하는 이모들의 모습을 볼 때면 늘 뜨거운 밥을 하시고 남은 찬밥을 드시던 어머니. 지나가면 배고프냐고 샌드위치 하나 만들어주려는 이모도 있다. 규정상 안되는데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면 자식의 배고픔 앞에서 세상의 규정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을 어머니. 이땐 고개를 들어 자신이 두 지역을 잇는 고갯길이 다. 내 자식을 어떻게든 먹여야 한다는 세상과 자식의 세상을 잇는다.


어머니의 고갯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다


어머니의 고개는 내 앞에 놓인 높고 험한 산을 넘어갈 수 있는 고갯길이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니 어머니 우주 안에 작은 점 하나를 보게 되었다. 그 점에 행복의 시작이 있었다. 행복은 그 우주 속에 있는 나라는 보잘것없는 작은 점에서 시작되고 나라는 원재료의 소중한 가치를 느껴갈수록 내 안에 충만해지기 시작했다. 그곳에 사랑과 감사가 있었다.   


♬행복할 주문의 노래~♬


Track 08. 모여라(feat. 고갯길 주문)


모~♬(母)


열 달을 품었던 살을 떼어내

한 존재를 세상에 낳아주니

"열 뻗친다고 열 내면 네 한 끼 밥은 어쩔 건데"

"내 너를 위해 못 할 것이 없다"

"내 너를 위해 못 넘을 고개가 어디 있고 못 놓을 고개가 어디 있겠니"

"혀를 말아 내 젖을 죽을힘을 다해 살겠다고 땀 뻘뻘 흘리던 너를 느낄 때

내 흘렸던 눈물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다"

"아들아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여~♬(女)


"어머니 인생을 사세요! 어머니를 위해 돈도 쓰시고!"

외치기만 하다 돌아본 당신이란 여자의 일생

모든 에너지를 나에게 쏟으며

여자로 지낼 에너지조차 남겨 놓지 않았네

당신이 여자의 삶을 누릴 수 없는 이유가

바로 나였다는 걸

감사하며 그저 끌어안았으면 되었네


라~(나)


어느 날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너머 너를 만나는 긴 고갯길에서

고개를 떨구며 길이 끊긴 듯했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세상이라는 진열대긴 앞에 보이고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어머니 이미 나를 밀어

세상이라는 무대에 나를 올리고 빛을 주었네


만약 세상이 편의점이~라면


원재료: 우주에서 고갯길 넘어옴

상품명: 세상이 감사와 사랑이~라면

가   격: 지금 이 순간+1원

특   징: 세상 단 하나

맛: 그때그때 달라요


다음 이야기- Track 09. 날아라


세상 모든 어머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