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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별난 Mar 22. 2024

Track 05. 내려라

모내기 주문~♬


지난 이야기- 솥, 튀김, 오븐의 조리과정 이야기


내용에 앞서


이번 공정이 냉각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곳의 기후를 한대기후라 한다. 작업자는 주로 여성이 한대기후의 작업자를 그녀라 부른다. 반면 열대기후의 대표로 선정한  작업자는 남성들이기에 열대기후의 작업자들을 그들이라 부른다. 열대든 한대든 조리실이라는 한 공간에 있기에 온도차가 어휘의 차이만큼 크진 않다. 설명의 편의상 용어 설정을 한 것임을 밝혀두는 바이다. 이제 그녀를 만나러 간다.


내 일은 냉각한다


솥, 튀김, 오븐 작업자들이 최종적으로 온도를 확인하고 승인을 받던 이가 이번 공정의 주인공인 그녀이다. 그녀는 *탐침기 온도계음식 온도를 확인하고 조리완료의 최종승인을 한다. 그녀가 있는 곳은 열을 뜨겁게 품고 있는 음식을 냉각하는 곳이다. 열대기후에서 넘어온 음식을 냉각하기 전에 색, 냄새, 재료 누락 여부 등을 재확인한다. 잠시 후 적재된 음식박스를 *진공 냉각기에 넣는다. 그녀가 하는 업무는 다음과 같다.


*탐침기 온도계: 길쭉한 바늘 모양의  온도계

*진공냉각기: 진공상태를 만들어 급속 냉각하는 기계


1. 음식- 냉각, 색과 냄새 확인, 재료누락여부확인, 품질 및 상태이상 확인


음식온도가 냉각기의 설정온도까지 내려가면 작동이 멈추고 진공상태가 풀린다. 음식을 빼내고 온도를 재확인한다. 냉각기는 높은 온도를 급속도로 내리고, 식품의 변질과 미생물 번식을 방지한다. 그녀의 주 업무는 냉각기 작동과 음식의 품질확인이다. 마지막 음식까지 확인하고 다음 공정으로 보내줘야 하루 업무가 끝난다. 퇴근을 마지막에 할 때가 많다.


2. 위생- 작업자의 위생규정준수 및 작업환경의 위생상태 수시점검


부업무로 위생규정을 자칫 실수하는 그들의 행동(장갑의 교체와 주정 사용 등) 포착되면 이를 바로잡아줘야 한다.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위생의 위협요소(바닥의 물, 복장 등) 발견 시에도 그들이 이를 조치할 수 있도록 바로잡아줘야 한다. 즉 타인의 행동을 바로잡아줘야 한다. 부업무가 더 어려워 보인다.


3. 감정- 관리


규정대로 하자는 거니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은데 그러지 않을 때가 있다. 타인의 행동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관계는 문서로 해결되지 않는 성격, 감정, 관행, 컨디션 등 많은 것들이 얽히고설켜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소통해야 하는 그들은 심지어 다른 기후 사람들이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음식의 온도뿐 아니라 본인 감정의 온도까지 관리해야 한다. 남이 몰라줘도 해야 하는 제3의 업무이다. 감정 탐침기 온도계로 찌를 수도 없고 진공냉각기에 집어넣을 수도 없다. 감정의 열기와 한기를 오롯이 관리해야 한다.



대기후 그들, 대기후 그녀


 걸


그녀는 조리실 음식의 온도, 품질, 위생의 책임자다. 음식 온도를 재고 냉각을 하기 위해 열대지방과 한대지방으로 온종일 걷는다. 물리적으로 그녀는 열대와 한대지방을 걷는다. 심리적으로 그녀는 감정의 열한 을 걷는다. 


 소리

 

조리실엔 열대기후에서 일하는 그들이 다수이다. 그녀의 소리가 다수의 소리를 뚫고 나가는 건 쉽지 않다. 그녀는 소수에 속한다. 한대(소수)가 열대(다수)를 상대하려면 힘이 강력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한 대 치고 열 대 맞는다. 앞에서 맞는 것도 모자라 뒤에서 험담이라는 형태로 뒷담화를 또 맞아야 한다. 같은 (기후)환경에 살고 있지 않기에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소수의 소리가 결과적으로 맞는 이야기라 해도(규정이라 해도) 다수에겐 듣기 불편할 수 있다. 그래도 그녀는 험담을 맞더라도 그들에게 싫은 소릴 해야 하고 불편해할지 모를 말을 해야 한다. 규정을 지키려는 그녀의 소리는 조리실에 없어서는 안 될 소리이다. 그녀는 오늘도 열정적으로 한 소리 한다. "삼촌 장갑 갈아 끼셔야 해요!!"


 무게


공장에선 소수가 다수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게 책임이란 무게를 보태준다. 위생모에 색띠 몇 g을 둥글게 둘러준다. 그 색에 따라 직책이 다르다. 그녀 또한 책임이 무거운 직책이라 색띠를 두르고 있다. 그녀는 다수의 그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 위치에 있다. 소통이 원활하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아 상반된 감정이 부딪힐 때가 있다. 이 부딪힘이 서로의 감정소모를 일으키고 한쪽에(때론 양쪽에) 열을 쌓는다. 이 쌓이는 열은 마음의 밸브를 열지 않는 이상 쉽사리 사라지지 않다가 어떤 형태로든 터진다. 그러나 그녀가 소수라는 사실은 치명적이다. 결국 그녀는 열 사람이 한 사람을 누르는 듯한 무게를 받으며 긴 고민 끝에 사직서를 제출한다. 일하면서 퇴사율이 높은 직책이기도 하다. 많은 그녀들이 오고 가는 걸 지켜봤다. 그녀들 띠의 무게 몇 g이 얼마나 무거웠던 건지 새삼 느낀다. 그녀들이 다음 무대에 서서 목소리를 낼 때 귀 기울여주는 동료를 만나길 바란다. 동료들이 살짝 '쿵' 얹어주는 귀 기울임의 무게가 더해져 그녀의 살짝 가벼워진 목소리가 무대에 '쾅' 울려 퍼지길 바란다.


♬행복할 주문의 노래~♬


Track 05. 내려라 (feat. 모내기 주문)


감정의 온도가 오르락 내리락

감정의 시소가 기울고 기운다  

눈물이 꽈당 주르륵 미끄러져

눈물이 미끄덩 주르륵 흐른다


기울어져 있던 시간이 길어져

너머 바라본 세월이 길어져

눈물이 찰찰 차디찬 소주잔에 

눈물이 꽁꽁 무겁게 기울어진다


도떼기시장 같은

감정의 웅성거림

열 내는 소리 한 내는 소리

한데 모여 짠한 소리

기울어진 소주잔 소리

기울이진 마음 소리


도로 열한 걸음인데 그게 안된다

모로 한달음인데 것도 안된다

도~저히 모~르겠다

도~떼면 가능할까


~떼어 모~를 내자

도~떼고 모~내기 가자

심어라 심어라 내 가슴에

모를 옮겨 심어라


이제 그만

기울어진 시소를 내려라~♬


다음 이야기- Track 06.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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