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류 조리다. 준비된 고기, 야채, 양념들을 넣고 볶는다. 스팀열로 올라가는 솥의 온도는 이 근처를 열대기후로 만든다. 제품에 들어갈 재료를 누락 없이 넣는다. *교반기의 날이 돌아가서 골고루 익힌다. 그래도 혹시나 안 익은 고기가 있을 수 있기에 작업자는 육안으로 잘 확인해야 하고 특히 교반기 날에 붙어있는 고기를 중간중간 떼어내야 한다.최종적으로 온도를 확인하고 승인을 받으면 솥의 기울기를 조정하며 삽으로 음식을 박스에 담아 적재한다. 이 과정 때문에 하루종일 삽질을 하게 된다. 스팀열과 음식열에 온몸에 땀이 난다. 적재된 음식들을 다음 공정으로 보낸다.
*교반기: 서로 섞거나 휘젓기 위해 쓰이는 기구
오븐
익힘류 조리다. 재료를 판에 깔아 오븐에 넣는다. 제품에 따라 습도, 온도, 시간 설정을 하여 익힌다. 몇십 판을 끼울 수 있는 *대차식 오븐기가 몇 대나 있다. 쉴 틈 없이 풀가동 되려면 손은 눈보다 빨라야 한다. 오븐기의 작동이 종료된 후 최종적으로 온도를 확인하고 승인 받으면 그 뜨거운 판을 들어 박스에 음식을 털어낸다. 털어낸 판은 전용세제를 사용하는*초음파세척기에 들어간다. 초음파의 진동이 구석구석 기름기마저 다 떨궈낸다. 일정 시간이 흐른 뒤 그 판들을 뜨거운 물에 설거지를 하는데 개인적으로 오븐에서 젤 힘들었던 작업은 이 설거지이다. 몇백 판을 닦다 보면 뜨거운 물의 열에 땀이 안 날 수가 없다. 박스에 담겨 적재된 음식들을 다음 공정으로 보낸다.
*대차: 운반을 쉽게 하기 위해 바퀴가 달린 운반기
*초음파세척기: 음파의 진동을 이용한 세척기
튀김
튀김류 조리다. 전용유가 가득 차 있는 길고 긴 기름바닷길을 철망사 컨베이어 벨트가 돈다. 입구에서 잠수를 시작한 튀김들은 출구로 나와 박스에 다이빙한다. 역시나 최종적으로 온도를 확인하고 승인 받으면 박스를 적재한다. 제품별로 잠수시간과 바다온도가 다르다. 위험한 바다다. 바사삭 튀김들의 유혹은 치명적이다. 사람은 무언가에 배고플 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데 자칫 기름이 묻어있는 바닥이 있을 수 있어 더욱더 위험하다. 이 근처를 다닐 때 각별히 주의하여야 한다. 솥, 오븐의 온도와 차원이 다르다. 일하면서 다행히 사고가 나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때론 애매한 것보다 위험을 확실히 인지하는 것이 사고예방에 더 좋기도 하다. 다들 조심하는 곳이다.
이 세 곳이 형성하는 지역은 공장 최고의 열대기후 지역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이들은 물을 많이 마신다. 열이 진을 쏙 빼놓아 지치게 만드는 곳이다. 더 지치는 건 그림의 떡들이라는 것이다. 우린 잡을 수 없는 그것들에 온종일 유혹당한다. 배가 욕심을 향해 항해하며 요동칠때가 있다. 규정상 특별한 경우 아니면 먹는다. 특별한 경우는 음식의 품질 및 상태이상 점검이다. 이 부서들은 공장에서 본의 아니게 퇴근이 약간 늦어지기도 한다. 손이 물과 땀에 불어서 지문인식이 안될 때가 많다. 출근 때 지문이 생겼다가 퇴근 때 지문이 희미해지는 이들은 오늘도 열을 올리기 위해 밸브를 연다. 솥에서 밸브를 안 열고 열을 올릴 방법은 없다. 그렇게 된다면 관은 터지고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것이다. 공장이라는 몸의 중요한 관 하나가 터진다. 열을 방출해 온도를 올리려면 밸브를 열어야 한다.
♬행복할 주문 노래♬
Track 04. 올려라 (feat. 밸브 열기 주문)
꽁꽁 얼은 냉동 돼지활활 타는 열기 타고
불판 위에 냉삼 익고 술잔 위에 세월익고
지난 세월 깊은 한숨 한 잔 두 잔 가득 차네
끙끙 참아 삭힌 마음 활활 타는 열기 삼켜
열한저름 열삼 먹고 열기 담은 마음 엉켜
오늘 하루 지친 내 맘 한 칸 두 칸 이끌리네
도로 가면 이쪽저쪽 손가락질 하도 받아
돌아가도 이들 저들 들바람이 들이불어
도로 가니 이 산 저 산 내 걸음을 막아서네
가면 잡혀 가도 잡혀 내 마음이 잡혀가니
갑질 욕질 상한 마음 상해버려다친 육질
그래도 나는 간다. 남은 육질 내겐 있다.
열 한 걸음 나는 간다. 요리하러 나는 간다.
밸브를 열어라~♬
♬~도개걸윷모~♬
(간주 중)
♬~모윷걸개도~♬
윷놀이 판에 말을 올려라~♬
도를 떼고 모를 내자.
내일을 도모한다
#01. 그저께
거절을 하고 싶었다. 화를 내고 싶었다.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잘 표현하고 싶었다.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이런 것들이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상대가 꿀꿀하면 돼지가 되어 열을 삼켜먹고선 참고 삭히며 쌓다가 한 번에 터트리기 일쑤였다. 터지기 전 밸브를 열어 열을 내야 하는데 못 한다. 심지어 밸브라는 것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결국 나도 상대도 마음이 닫히기 일쑤였다. 상대에게 이끌리는 을이라 생각하며 남 탓을 많이 했다. 감정은 어김없이 [도]로 흐르고 어김없이 그 길을 걸었다. 하염없이 [도] 같은 내 모습을 [모]로 바꾸고 싶었다. 그리고 어제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