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출근버스를 타고 도착한 공장. 필수적인 위생절차를 거쳐 드디어 현장에 도착했다.
사람은 중요하다
모두가 하얀 위생복을 입는 것은 아니다. 진한 네이비색의 옷을 입는 부서가 있다. 원재료가 있는 창고를 담당하는 자재와 최종적으로 포장된 상품을 적재하는 출하 직원들이다. 현장의 첫 공정과 마지막 공정인 이 두 곳은 적재되는 박스로 인해 한창 붐비는 시간에 길이 막힐 지경이다. 그땐 이곳이 정글과 같은 모습을 연상케 한다. 길이 막히면 정글숲을 헤치듯 나아가야 한다. 그중 맨 앞 공정을 책임지는 자재팀에 내가타잔이라 부르고 싶은 형님이 있다. 공장에서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현장 첫 공정은 그의 손에서 시작된다. 타잔이라는 사람은 중요하다.
뒤처지지 않으며 소통을 잘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 타잔을 보면서 자랐을 이 형님은 [아아아아~~~~]라는 타잔 특유의 함성이 트렌드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하는지 지르지 않는다. 그의 함성은 다음과 같다.[끼워. 박아. 빼. 싸. 쌓아.] 이 함성소리에 그를 따르는 20대 젊은 피들이 따라 흐른다. 그는 이 네 단어로만으로도 젊은이들과 소통이 가능하다.트렌드에 뒤쳐지기 싫어하는, 젊은이들과 소통을 잘하는, 공장 최고의 섹시가이 타잔이 자재정글에 숨을 쉬고 있다.
있어야 할 위치를 잡는다
내가 출근하듯 원재료들도 신선도를 유지하며 출근하고 있다. 냉동고기, 각종야채, 조미료, 각종소스 수백 킬로가 밀려오고 있다. 시간차이를 두고 물건이 차례차례 도착하면 자재팀은 공장외부에서 지게차로 정해진 위치에 끌어올린다. 현장 자재팀은 올라온 원재료를 창고에 끼우고 박고 빼고 쌓는다. 그들의 하루 일과이다. 그래야만 원재료를 가지러 오는 해당부서 생산자들이 수월하게 찾아갈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한다
자재를 찾아오는 생산자들은 모두 다 비슷해 보인다. 성별만이 구별될 뿐 한동안은 누가 누군지 잘 모른다. 관심을 안 가지면 누가 누군지 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모두가 눈만 내놓은 채 순백의 위생복을 입고 있어 다 비슷해 보인다. 이들은 하나둘 와서 필요한 물건을 꺼내간다. 여성이 나타나면 이 정글 속 타잔은 이들을 마치 순백의 제인이라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는 찾아오는 제인들을 위해 헌신한다. 타잔이 세상에 소설로 나온 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제인의 세월도 흘러갔고 이모들은 대부분 50대를 넘었다. 몇십 킬로씩 하는 물건 꺼내기가 쉽지 않다. 높은 곳의 물건을 꺼내주고, 냉동창고의 물건을 꺼내주고, 무거운 물건을 꺼내준다. 물건을 쉴 틈 없이 꺼내주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가끔 난 이런 말을 던진다. "와 이 형님 남자는 안 도와주고 그러다 형님 물건도 꺼내주는 거 아니에요." 타잔은 씨~익 웃으며 계속 꺼내준다. 제인이모들의 인기 독차지다. 그렇게나 물건을 꺼내주는데 인기가 있는 건 당연하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 아니 여자사람을 위한다. 타잔은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도 제인 찾아 사랑 찾는 로맨티시스트이기도 하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잔다
이 로맨티시스트와 폭포에 함께 간 적이 있다. 영광스러운 경험이었다. 난 눈을 감고 폭포소리에 서서히 잠식당해 들리지 않는 나의 소리에집중하며 시원함을 느끼고 있었다. 옆에 있던 타잔은 얼마나 시원한지 몸마저 파르르 떨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자연현상 앞에 나는 내가 무한히 작아짐을 느꼈다.그의 옆에서 그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으면 가본 적 없는 나이아가라 폭포로 순간이동이 가능하다. 여기는 화장실이다. 엄청났다. 들어본 적 없는 소리였다. 정글에 폭포가 있다면 이곳이었다. 난 그 이후 그의 생활습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일단 식생활이다. 점심시간에 그가 담은 음식량은 내 것의 두 배는 족히 넘는다. 다음은 잠시간, 주량, 마인드 등 여러 가지를 질문하였다. 그는 그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이라 대답하였다.
에너지 넘치는 건강상태 유지한다
타잔은 늘 자신의 에너지를 건강하게 관리한다. 나도 타잔만큼은 아니지만 건강관리를 하고 있긴 하다. 에너지가 떨어질 때 두 가지 방법을 활용하며 지낸다. 첫 번째는 주변에 에너지 넘치는 사람에게 가 말한다. "오늘 에너지가 떨어지는데 파이팅 한 번 해주세요." 공장에서 그런 사람이 이 타잔형님이다. 어느 날 기운이 좀 떨어져 그의 기를 받으려고 갔는데 그는 한쪽에 고개 숙이고 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 것이다. 난 말없이 그의 시야에서 조용히 벗어났다. 아무리 타잔이라도 지칠 때가 있었나 보다. 에너지를 그렇게 쓰고 나눠주는데도 안 지치는 게 더 이상하긴 했다. 난 하루를 잘 버티고 퇴근 후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살리기 위해 두 번째 방법을 활용했다. 그 방법은 이전에 기분 좋았고 벅찬 기분이 들었던 행동을 무조건 하는 것이다. 내 부족한 기를 살리기 위해 욕조 속에서 와인 한 잔에 음악을 들으며 에너지를 보충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우렁찬 함성을 내지르다
다음날 회복된 기를 나눠주기 위해 타잔을 찾아갔다. 나눠주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바로 알았다. 역시 그는 타잔이었다. 그는 넘치는 기로 제인이모들을 도와주고 있었고 흡사 자신의 물건을 꺼내줄 정도의 에너지였다. 어제보다 더 우렁찬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끼워. 박아. 빼. 쌓아~~~~~~~아아아.
무엇이 되기 위해 포기 않고 잡으려 한다
형님의 폭포소리를 따라가긴 힘들겠지만 나 역시 차기 타잔이 되기 위해 그를 포기 않고 따라잡으려 한다. 건강관리에 힘쓰자. 그가정글을 넘어 세상의 타잔으로 건강하길 바란다. 쏴아아 아아아~. 아차! 이 소리를 떠올리니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내가 그 모습을 오래 볼 수 있도록 건강관리하자.
젊은 피보다 진한 향기가 나다
그들은 온몸을 써서 창고정리를 한다. 그래서 20대 남성들이 주축이 된다. 이 젊은 혈기들도 힘들어하는곳이다. 이곳에 20대 젊은 피보다도 진한 향기의 타잔이 있다. 공장에서 그가 하는 일은 동료들의 안전과 편의 그리고 정글의 에너지 유지이다. 난 오늘도 "형님 안녕하십니까"하며 그의 손을 잡는다. 그는 오늘도 젊은 친구들과 테트리스게임을 하듯 끼우고 박고 쌓고 빼낸다. 그들의 모습에서 마음의 테트리스 게임도 이와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 행복할 주문의 노래 ♬
Track 02. 자바라 (feat. 위치 잡기 주문)
테트리스 띠리 리리
네모 T자 L자 ㄹ자~
모양 바꿔 내려온다
모양 맞아 차곡차곡
일자 블록 기다리고
모든 모양 맞춰진다
여기 저기 요기 고기
여기 태워 연기 내고
저기 잡아 정기 받고
요기 떨쳐용기 얻고
고기 힘내 공기 불면
비틀 비틀 마음 조각
용기 가득위치잡네
하다 보면위치 실수
그로 인한 짜증힘듦
그러나 그 순간에도~
마음의 조각들 뿌리내리면
메마른 땅에서도꽃은핀다
(내레이션)
힘겨웠던 일들 태워버리세요. 좋은 사람 잡아 기 받으시고 두려움 떨쳐버리고 용기로 바꾸세요. 그곳에서 힘내어 공기 불어넣으며 심호흡 깊게 하세요. 비틀대던 마음들을 가슴이란 용기에 용기로 가득 채우세요. 내 주변에 누굴 곁에 둬야 하는지에 따라 내 에너지 소모값이 달라지네요. 에너지를 잘 사용하고 보존해서 나란 원재료를 신선하게 하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에너지는 소중합니다. 에너지 충만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