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에필로그에서는 10년의 교육현장에서 받은 최고의 극찬과 홈수업에서 만난 한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집필후기로 책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어느 날 유치원 수업 중, 6세 여자아이가 내게 한 말은 내가 10년 동안 받은 최고의 극찬이었다.
"선생님, 왜 이리 아기 같아요?"
나는 아이들과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 수업을 해왔다. 아이들의 눈높이보다 딱 1mm 낮은 곳으로 다가가려 했고, 그 노력을 알아봐 준 질문이었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나는 기분이 좋아서 갑자기 하이파이브를 하려고 손을 들었다. 아이는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빠르게 전개된 상황에 손을 올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때 다 못한 대답을 이제 전하고 싶다.
"너의 질문은 선생님이 가려는 방향을 인정받았다는 느낌을 줬어. 눈높이를 맞추려고 애썼던 노력을 알아주는 것이었어. 부딪히는 손바닥으로 전해진 너의 온기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교육 목표를 흔들리지 않게 해 주었어. 고마워. 너는 나에게 큰 힘을 줬어. 날 아기처럼 봐줘서 고마워. 그 덕분에 선생님은 그 누구를 만나도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어."
서로의 눈높이에서
7차 교육과정 개정으로 사교육 시장에 논술과 코딩 열풍이 불던 시기였다. 본사는 그 흐름을 읽고 논술과 코딩을 교육프로그램에 단계적으로 편성하고 있었다. 수업의 범위는 중학생까지 확장되었고, 성인 코딩 자격증반까지 신설되었다. 공부할 양과 연령대의 폭이 너무 커졌다. 이제는 3세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수업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날 아기가 불러준 아이 덕분에 오히려 설레었다. 이제 눈높이를 3세에서 성인까지 맞출 수 있다.
맞잡은 손에 온기가 흐른다
교구 수업은 만지고 조립하는 놀이 학습으로, 아이들이 지쳐 있더라도 힘을 내서 참여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수업에서도 지쳐 있는 아이들이 있다. 다음은 그중 한 명의 이야기이다.
엄마, 나 너무 힘들어. 자고 싶어
홈수업 때 5세 남자아이와의 수업 때의 일이다. 이 아이는 주말에 서울까지 가서 과학수업을 받았고, 평일 일정도 꽉 차있었다. 끝나는 시간은 9시 정도이다. 아이는 쌓여가는 피로에 속으로 말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엄마, 나 너무 힘들어. 자고 싶어'
어느 날, 수업 중 아이는 밀려오는 잠에 쓰러질 지경이었다. 나는 수업을 멈추고 아이를 업었다. 30분 동안 아이를 편안히 재웠다. 수업이 끝나고 어머님께 사실대로 상황을 설명한 뒤, 보강 일정을 조정했다.
아들, 힘들었지. 이리 와.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수업이 종료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몇 년 후에 어머님이 나한테 수업받겠다고 연락을 다시 하였다. 다시 만난 아이는 10살이 되어있었고, 갓난아기였던 동생이 5세가 되어있었다. 동생 수업에 나를 부른 것이었다. 다시 만난 큰 아이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동생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낄 수 있었고, 엄마와 할머니를 대하는 태도도 성숙해 보였다. 아이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어느 날, 다음 수업일정에 여유가 생기고 어머님과 차 한 잔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어느 시점부터 주말에 아이들과 여행만 다녔다고 하면서, 내가 업어준 그날도 기억하고 있었다. 어머님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서 그 지쳤던 아이의 피로는 씻겨있어 보였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머님의 표정 역시 밝아져 있었다. 사실 큰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님 마음도 많이 지쳐갔을 거라 생각한다. 어머님이 얼마나 노력했을지 헤아릴 수 없다. 그 결실이 수십 장의 사진 속에 담겨있었다. 사진 속 어머님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아들, 힘들었지. 이리 와. 손 잡자'
그때 깨달았다. 최고의 교육은 서로가 맞잡은 손에 흐르는 온기였다는 것을.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이 교육의 필수조건이라는 것을.
집필 후기
노력의 가치
하루하루 쏟는 노력의 결실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내 삶의 가장 높은 곳까지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노력하고 땀 흘리는 것이다. 비록 내 힘이 1%에 불과하더라도,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99%가 되는 날이 오기 때문이다. 1%의 노력을 포기하면 결실은 그 언제,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과정의 가치
이제는 노력하는 과정이 재밌고 즐겁다는 것을 믿는다. 아이들에게 했듯이, 나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나를 즐겁게 해 주려고 쏟는 노력을 하자. 나에게 재밌고 즐거운 하루하루를 선물해 주자.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독자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