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차오른다

희망과 열정

by 이별난

지난 이야기 부모참여수업 당일


수업 후기


착각을 부르다


수업이 잘 마무리되었다. 만족스러웠다. 이제 인사하고 어린이집을 나가면 된다. 그런데 주임 선생님이 평소와 달리 나를 보며 웃는다. '뭐지? 수업이 그렇게 좋았었나. 하하.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반응한다고?' 머쓱하고 쑥스러웠지만 은근히 좋았다. 그런데 주임 선생님이 계속 나를 보며 웃는다. '뭐지? 내가 준비한 풍선의 하트가 주임선생님한테 날아간 건가?' 이런 추측은 모두 착각이었다.


허당기 흐르다


잠시 후, 주임선생님이 알려줘서 그 이유를 알았다. 우리는 가끔 고정관념을 벗어난 것을 봤을 때, 그냥 웃길 때가 있다. 주임 선생님의 웃음은 그런 것 아니었을까. 실상 더 웃긴 건 정작 본인이 이 상황을 모르고 있으니까 말이다. 분홍색 셔츠가 땀에 심하게 젖어 속살이 훤히 비치고 있던 것이다. 순간, 내가 본 내 몸에 놀랐다. 상당히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 특히 꼭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싶은 부위가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었다. 본능은 말한다. "이건 무조건 가려야 한다." 나도 모르게 두 손이 올라가서 가리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코미디 프로도 아니고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순간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얼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이 상태로 수업을 했다는 것 아닌가. 가만 보니 부모참여수업 때 부모님들이 나를 이렇게 많이 바라본 적이 없던 거 같다. 이렇게 많은 박수를 받은 적도 없었다. 왜 수업 중간에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늘 내 허당기는 어이없게 나타난다. 이런 상황이 그나마 해프닝이 되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계속 배우고 익혀가야 한다. 인사를 마치고 차에 타 에어컨을 최대치로 켰다. 뭐 어쩌겠나? 이와 같은 어이없는 상황이 한두 번도 아니고 이런 허당 같은 내 모습에 헛웃음이 내며 다음 수업장소로 이동하였다.


초인종 누르다


오늘 하루는 또 무슨 일들이 있을까? 오후 시간부터는 아이와의 1:1 홈수업 들이다. 다음 수업은 장래 꿈이 레고선생님이라는 5세 남자아이와 함께한다. 하원한 후 집에서 꼼짝 않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혹시 모를 땀내 제거를 위해 섬유탈취제를 뿌리고, 가글을 하고 차에서 내린다. 딩동딩동 초인종을 누르며 오후 일정을 시작한다.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부모참여수업에서 찍었던 영화는 예상치 못한 코미디로 끝났다. 이 영화의 제목을 이렇게 짓는다.


허당남의 패션쇼


훤칠한 183cm 키에 분홍 셔츠에 하트풍선을 들고 어린이집을 걷는다. 셔츠가 땀에 젖어 시스루패션이 된 줄도 모르고 수업에 몰입한다. 이 어린이집에서 이 날 이후로 난 별명을 갖게 되었다. 그다음 주 수업부터 주임선생님은 나를 땀*샘(선생님)이라고 놀렸다. 복도에서 마주친 선생님 한 분이 "킥킥킥"하고 웃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걸어간 길을 돌아보니 이 장면들이 떠오른다


1. 내가 걸어 다닌 길

2. 풍선 가득한 교실

3. 땀이 묻었을 바닥


그리고 내가 꼭 해낼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꿈과 희망

걸어온 길 따라

흐르는 땀이

땅에 맺힌다

끈처럼 이어진 길 따라

흩뿌려진 땀이

세상을 적신다


세상이

불어준 첫 숨에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인생의

흐르는 땀과 눈물에

희망의 바람이 불어오고

가슴이 차오른다


부풀어 오른 가슴으로

오늘을 띄워 올린다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빨리 감기 ▶▶


부모참여수업-인형극


왕자, 공주, 마녀, 말의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여 코팅하였다. 나무젓가락에 색띠를 감아 붙였다. 양쪽에 폴대를 세우고, 동화 속 언덕 배경을 설치했다. 이번 부모참여수업은 배경 뒤에 숨어 인형극을 했다. 아이들이 집중하는 이 세계로 아빠, 엄마가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새로운 도전이다. 오늘은 다행히 가을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짙은 색을 입었다. 거기에 겉옷까지 입었다. 오늘 걸어갈 길의 패션은 결혼 때 입은 예복 슈트핏이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연령은 4세다. 열기구 때는 개입을 안 했지만 이 연령은 많이 움직여 다녀야 한다. 그러다 바지가 살짝 뜯어졌다. 결혼 후 살이 찌고 잘 안 입었던 옷이었는데, 의욕이 과했다. 신경써서 다니며 조심한 덕에 아무 문제 없이 수업을 마무리했다. 하하. 나는 이제 허당이 아니다.


패션의 시작-마음에 열정을 입히다


바지에 너무 신경 쓰느라 수업에 몰입도가 낮아졌다. 그래서일까. 박수소리가 열기구 때보다 작아졌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난 그 요인 중 하나를 땀과 열정이라 본다. 그냥 과감히 다녔어야 했다. 나를 드러내고 몰입을 할 때 박수가 커진다. 그냥 확 다 찢어지더라도 몰입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예복슈트핏보다 허당 시스루패션이었던 때가 더 근사해 보인다. 상대가 나를 인정해 주는 가치는 땀과 열정으로 살 수 있다. 바지는 몇 번이고 돈으로 고칠 수 있다. 맞다. 난 그때 깨달았어야 한다. 패션은 마음에 열정부터 먼저 입혀야한다는 것을.


부모참여수업 편 -끝-


꿈과 희망아 높이높이 떠올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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