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똑! 똑! 똑!
"안개 너무 심한데..."
짙은 안개 때문에 모두가 거북이 서행이었다. 밤이 되어서야 겨우 집에 도착했다. 힘든 하루였다. 기분 좋은 꿈 하나 꾸었으면 좋겠다. 아침에 깼을 때, 활기찬 하루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zzz 쿨쿨
하루
짙은 안개가 내리깔리면,
난, 어 디로 가 야할 지 몰 랐다.
그저 몸이 이끄는 대로 움직일 뿐이다.
익숙한 길을 해메이다 보면, 어김없이 밤이 찾아온다.
안개는 어둠 속으로 숨어 버리고, 난 또 눈을 감고 꿈을 꾼다.
이틀
또다시 세상이 밝아오고, 아직 뜨지 않은 눈은 암흑 속에서 작은 떨림을 갖는다.
아직은 꿈을 깰 때가 아니라고 눈짓을 하는 건가?
또 시작되는 이 하루가 무서워 떠는 건가?
내게 잠시 비친 이 새벽빛을 행여나 놓칠세라 어둠을 연다.
꿈을 깬 현실에 내쉰 한숨들이 모여 희뿌연 안개 되고,
빛은 또 숨어버린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머릿속에 울리는 어린 날의 노래 따라,
즐거웠던 지난날의 추억에 눈물을 따라,
밤새 술잔을 채우며 향수에 취한다.
사흘
복잡한 머리가 지끈대기 시작한다.
팔, 다리를 힘겹게 움직여 이 안개를 휘저어 보지만,
잿빛의 소용돌이는 내 마음을 휘돌아 헤집는다.
나흘
또다시 이른 새벽 눈을 뜨지만,
한숨 짙은 잿빛 안개가 걷히지 않는다.
이 돌고 도는 숨바꼭질을 하다 보면,
빛이 숨어 있을 것 같은 수많은 문들을 만난다.
기회였지만 두려워 못 들어가는 문
싫지만 들어가야 하는 문
절대 들어가면 안 되는 문
그리고 들어왔는지, 나갔는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문
오늘도 난 그런 문을 열고 내일로 가고 있다.
보일 듯 말 듯했던 삶의 많은 문들이 잡힐 듯 말 듯하다 '펑'하고 사라진다.
'펑, 펑, 펑, 펑, 펑'
이 짙은 안개도 '펑' 하고 연기처럼 사라지고,
나의 숨결이 내일 또 다가올 빛의 발 끝에 닿길 바란다.
이 문 너머에는 있을까?
두렵지만 오늘은 용기 내 손잡이를 잡아본다.
온몸의 세포들이 거부하는 것 같다. 이겨내려 할수록 그 진동이 요동친다.
문을 열지 못하는 나를 또 마주할까 봐 두렵다.
결국 난 들어가지 못하고 뒤걸음 치며 나에게 묻는다.
이 문을 넘어가는 것이 왜 이리 어렵고 힘든 걸까?
이제는 노크도 못한 채 뒤돌아서는 나는 대체 왜 그런 걸까?
안갯속에 갇힌 나를 찾기 시작했다.
지치고 힘들었다.
잊으려 했던 순간들을 정면으로 부딪혀야 했다.
잊은 줄 알았는데, 마치 어제 일처럼 살아나는 감정에 공포와 두려움을 다시 느껴야 했다.
안개 따윈 얼씬도 못하는 그런 날도 만났다. 그 날은 환한 빛이 가득했다.
그 빛 덕분에, 어둠에 갇혀있던 나를 볼 수 있었다. 그 빛과 웃음을 되찾고 싶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이제 세상을 마주 보기 시작했다.
'난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
이 생각을 철저히 지우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난 마음먹은 걸 할 수 없다'를 생각날 때마다 써 내려갔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을 행동으로 잇지 못하는 모습이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남아있었다.
나는 꿈, 소망, 희망의 유, 무가 먼저가 아니었다. 이 능력부터 키우는 게 급선무라 여겼다.
그건 지금 내 세상에 없을 수도 있고, 못 보는 것일 수 있다.
그래 일단 밖이든, 안이든 가면 만날 가능성이 높아지겠지.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바라만 보고 돌아서던 삶의 문 하나를 만났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전에 못 봤던 문의 형태였다. 넘어가도 손해 볼 게 없는 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순간 내 앞에 있는 문에 글씨가 새겨졌다.
2023년 10월
미칠 듯이 기뻤다. 내 안의 모든 것을 활짝 펴며, 세상밖으로 울먹이며 이 기쁨을 외쳤다.
"으아아아아"
그때, 그 지긋지긋했던 짙은 잿빛 안개가 거짓말처럼 걷히기 시작했다.
설사
힘들고 고된 시간을 보냈다
하더라도
설사
아직 그렇다
하더라도
희망을 가지자
바로 앞이 문이다
똑! 똑! 똑!
'철컹'
당신의 꿈이 열리는 소리가
당신의 내일로 문을 열고 퍼져 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