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딸랑. M은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전히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지만 자신이 오랜 시간 음식을 안 먹었다는 걸 인지하고 나니 뭐라도 먹어야 될 것만 같았다. 꽤나 붐비는 편의점에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다.
"엄마. 이것도 사줘. 응?"
"안 돼!"
"아 이제 진짜 못해먹겠어. 그만하려고."
"형님 안돼!"
"소주 한 병 더 주이소."
"어르신 이제 더 드시면 안 돼요!"
"OO 6mm 하나 주세요."
"신분증 보여주세요. 미성년자에게 담배 판매는 안 돼요!"
"라면 먹고 갈래?"라는 그녀의 달콤한 유혹. 결정적인 순간에 나올지 모를 그녀의 한 마디 "안 돼!"까지 주도면밀히 계산해 놓은 청년은 새빨개진 얼굴로 말한다. "콘돔은 어디에 있죠?"
안돼. 안돼. 안돼. 뭐가 이리도 안 되는 게 많은지. 좀 되면 안 되나? 뭐가 이리도 안 되는 건데?
난 안 되는 건가?
그토록 안 되는 자기 자신을 탓하는 사이 많은 것이 망가져있다는 걸M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이 모두 다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도. 안 되는 것이 많은 이 편의점이 일상의 행복이란 걸 뒤늦게 깨닫기 시작했다. M이 다시 그곳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였다.
M은 편의점을 들르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평범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라면 먹고 가"의 황홀한 라면 맛은 인생에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저 숨을 쉼에 감사하자.'를 되뇌고 되뇌었다. 그러는 사이 익은 라면을 한 입 먹었다. 일주일 만에 먹은 음식에 속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속을 잠시 달래며 편의점 진열대에 놓인 많은 상품들을 바라보았다.
만약 세상이 편의점이~라면
내가 이 진열대에 올라갈 수 있을까?
나란 원재료의 상태는?
내게 묻어있는 양념과 조리상태는?
나를 올린다면 과연 얼마일까?
나의 유통기한은 끝난 거 아닌가?
M은 자신에게 하는 질문에 답이 쉬웠다. 올릴 수 없다. 쓰레기를 진열대에 올릴 순 없다. 깊은 어둠 속에서 나왔지만 또다시 맞이한 어둠이었다. 그동안 동아줄을 외부에서만 찾아왔다. 그러나 구원의 동아줄은 안 내려올뿐더러 잡는 건 어리석게도 허상의 동아줄이었다. 마치 목욕 거품을 엮어만든 듯했다. 잡으려 하면 그 거품은 몸에 달라붙었다. 잡으려 할수록 더 달라붙었다. 씻을 생각을 안 한 채 잡기를 멈추지 않으니 그 많은 거품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감사하게도 눈앞에 동아줄이 보였고 그건 숨을 쉼에 대한 감사였다. M은 이때 몰랐다. 이것이 훗날 삶을 뚫어낼 강력한 창이자 삶을 막아줄 단단한 방패가 된다는 걸 말이다. M은 다행히도 이 줄을 쥐기 시작했다. 그리고 행복한 맛의 [만약~라면]이라는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조리가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M은 그 길을 걷기 위해 신발끈을 꽉 조여 메었다. 의도치 않는 단식으로 몸의 독소도 빼냈다. 그래도 아직 남은 독소를 빼러 그날 장실을 쉼 없이 들락날락거렸다. 명현현상이라 믿으며, 거품을 씻기 시작하며 무지했던 자신의 몸과 마음을 맛있게 만들어 진열대에 올리기 위한 출발을 그렇게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