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호 Sep 29. 2024

#초등학교 (2)

나의 다름은

"저희 가족은 아홉 명입니다." 자기소개의 첫 운을 떼는 내 말에 아이들이 헤에에엑하고 다 같이 놀랐다. 앞의 친구들이 소개를 하고 들어갈 동안에는 한번도 나온 적 없었던 이 같은 반응을 나는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지금까지의 일관성에서 벗어난 친구들의 반응에 나는 살짝 당황했고,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던 나는 그저 잠깐 눈치를 보다가 이어서 "할머니는요, 아빠는요, 엄마는요, 첫째 누나는요, 둘째 누나는요, 셋째 누나는요, 형은요, 여동생은요." 하면서 한 명씩 소개를 했다. 한번에 모두 매끄럽게 소개를 해낸 것은 아니다. 셋째 누나쯤에서 울먹거리느라 잠깐 소개가 끊겼기 때문이었다.


내 앞차례에 자기소개와 가족소개를 했던 아이들은 부모님의 이름과 나이 같은 것들 그리고 많으면 손위나, 손아래로 한두 명 정도 짧게 소개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데 나는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하던 중, 내가 소개를 너무 길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아이들은 이미 모든 소개를 마치고 고개를 꾸벅하거나 아니면 그냥 재빨리 자리로 돌아가거나 했을 시간인데도 나는 열심히 적어온 종이를 손에 들고 앞에 혼자 서있다는 걸 인지해버렸다. 그리고 종이에는 아직 소개하지 않은 남매 몇 명이 남아있고 그래서 심지어 시간을 더 쓰게 될 거라는 생각에 미치자 부끄러웠는지, 싫었는지 눈물이 났다.


발표를 하다 말고 잠깐 조용해지더니 통통했을 팔뚝으로 눈을 비비는 나를 보면서 담임선생님은 "왜 그러냐"고 "괜찮다"고 상냥하게 달래주셨다. 아이의 뜬금없는 울음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게 아이라는 걸 이해하셨던 선생님의 표정 변화가 떠오른다. 지금까지도 성함을 잊지 않고 있는 좋은 선생님이셨다. 나의 첫 선생님.


마음을 가다듬고 처음에만 끅끅이 조금 섞인 채로 소개를 다시 시작했고, 이어가다 보니 끅끅도 없어지고 여동생까지 어떻게 마무리를 했다.


밟으면 조금씩 들어가는, 새까맣을 정도로 짙은 갈색 나무 교실 바닥 위에 서있던 내 몸뚱아리의 감각이나, 그 작은 몸뚱아리 안에 들어가 있던 나라는 어린 인간의 모양이 이토록 생생하게 남아있다.  후로도 어린 시절 내내 남들보다 가족이 두 배 정도 되는 것 때문에 평범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계속 받으면서 살았다.

이전 01화 #초등학교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