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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프로세스의 모든 것 제3탄(실적용부터 재영업까지)

영업사원 실전노트

by 영업본부장 한상봉

영업프로세스의 모든 것 - 제3탄(실적용부터 재영업까지)


한번 쭉 펼쳐보자.


사업기획 - RFI - RFP(제안설명회) - 제안발표회 -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 기술협의 - 계약


영업이 끝난거 같은 깔끔한 마무리이다. 하지만 앞 글에서도 말했듯이 찐 영업사원은 이걸로 끝내지 않는다. 남아있는 두단계의 절차를 마무리 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시킨다. 글을 끝까지 읽으면 저절로 알게될 것이다.



8. PM 선정 및 제품설치


그동안의 과정이 설계도그리는 거였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집을 짓는다. 그런데 현장소장이 필요하다. 영업사원이 떴다방 부동산 업자였다면 소위 PM이라고 불리는 Project Manager는 현장소장이다. 프로젝트의 모든 마무리까지 고객과 접하면서 그 고객의 특수한 상황까지 고려해 제품설치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그러려면 자사 연구소 개발자와도 논의를 진행해야 하고 고객사의 불필요한 요구도 잘라내야 하는 지휘자가 되어야 한다. 일견 정해져 있는 설계도가 있으니 영업보다 쉬워 보이지만 나름의 고충이 있다. 현장소장이 아니라 현장송장이 되는 경우도 많다.


PM선정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PM은 영업사원의 산업스파이다. 맨날 살붙이고 고객사 담당자와 부대끼다 보면 어느새 상당히 친해지게 되는 경우가 많고 기간이 긴 프로젝트인 경우엔 마치 고객사의 직원처럼 변하는 경우도 많다. 출근도 고객사로 하고 회사에서는 주간보고 하러 올때나 얼굴을 본다.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산업스파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영업사원은 유능한 PM을 선호하고 그에게 미션임파서블을 요구한다. 그 회사에 우리회사 제품이 더 필요한게 없는지, 그 회사의 다음 사업은 뭐가 될건지 등등. 이건 마지막 챕터에서 다루겠다.


PM의 주도하에 제품이 설치되고 프로젝트가 마무리 된다. 이 과정에서도 많은 우여곡절이 탄생한다. 고객이 요구해서 PM이 교체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반면에 PM이 도저히 이 인간들(고객사)과는 일못하겠다고 사이트를 바꿔달라고 하는 경우도 생긴다. 제안 때는 전혀 고려하지 못했던 변수가 생겨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지체상금이 빌런처럼 등장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모든 격랑의 한가운데에서 영업사원은 컨트롤타워가 된다. 고객을 달래고 PM도 달래고, 가능한 경험많고 노련한 PM을 자기 프로젝트에 조인시키기 위한 내부영업을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영업사원과 싸우기도 하고 PM에게 갖은 향락을 제공하기도 하고 고객의 성향과 매치되는 PM을 찾기위해 사내평판도 듣고 분석도 한다.


하지만 유능한 PM을 배정받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관리팀장 또는 그 위의 전략사업본부 본부장을 내편으로 만드는 일이다. PM들에게 프로젝트를 배정하는 최고결정자들이기 때문이다. 난 오랜시간동안 사업관리팀장이 내 친한 친구라 덕을 많이 봤다. 그는 항상, 늘, 언제나 최고의 PM을 내 프로젝트에 배정해 줬다.ㅎ


이제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어 간다. PM이 제일 많이 고생했지만 영업사원도 궂은 일, 좋은 일, 곤란한 일, 순조로운 일 모든걸 함께 했다. 그런데 다 끝난거 같지만 이제 다시 시작이다.



9. 완료보고회, 유지보수, 그리고 재영업


이 세상 어느 회사도 프로젝트 하나 끝내고 폐업하는 곳은 없다. 프로젝트는 끝나도 회사는 남는다. PM은 고객사에 더 출근하지 않아도 영업사원은 고객사를 찾아간다.


이미 영업사원에게는 그 회사의 기밀파일이 손에 쥐어져 있다. 유능한 산업스파이를 둔 덕에 내가 쏘는 영업화살에 가장 아파할 약점 부위가 어딘지 난 다 알고 있다. 심지어 어느 부위가 곧 아파할 지도 미리 알고 있다. 이제 다시 화살을 고객에게 날릴 시간이 다가 왔다.


아무리 결혼준비를 하기전에 죽을것처럼 싸워도 결혼을 하는 순간 그 전의 모든 갈등은 눈녹듯 사라진다.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다시는 이 회사와 거래하지 않겠다고 서로 다짐을 하는 일들이 있었어도 프로젝트의 완료보고회를 끝내고 완료보고서를 제출하는 순간 영업사원과 고객사는 신혼부부가 된다.


이제 영업사원은 다시 틈을 파고든다. 틈이 작다고 실망하지 말자. 어쩌면 이전 프로젝트보다 더 큰 수주를 할 수 있는 마법의 틈일수가 있다. 이미 고객사는 우리 제품에 중독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먼저 선점한 영업사원에게 익숙한 제품이라는 것 만큼 큰 무기는 없다. 그래서 영업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다른 회사의 제품을 뒤엎고 내 것을 박아넣는 것이다.


만약 PM이 그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그걸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거짓말같지만 PM으로 고객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고객사에서 그 PM을 스카웃 하는 경우도 있다. 비정하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 그리고 실효적인 측면에서 볼때 내 회사 동료였던 사람이, 심지어 친했던 사람이 떡하니 고객사에 있게 되는 것 아닌가? 손해 만은 아니다.


두말할 필요없이 유지보수를 문제없이 수행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일단 문제없이 퀄리티가 좋은 제품이라는 반증이고 혹여나 문제가 생겨도 바로 처리할 수 있는 회사라는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회사는 유지보수팀을 따로 두기도 한다. 유지보수의 생명은 신속처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업사원은 그런 문제에서도 영업의 기회를 찾는다.


예전에 어느 회사에서 도입한 우리 제품에 문제가 생겨서 모든 직원들의 문서가 열리지 않은 적이 있었다. 문서를 보안하는 제품이었기 때문에 어떤 자그마한 오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품이었다. 당연히 고객사에서는 난리가 났고 영업사원은 물론 임원, 사장까지 호출 당할 위기였다.


유지보수팀은 신속히 출동했고 다행히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런데 거기서 영업사원은 새로운 기회와 제품업그레이드를 찾아낸다. 적어도 이 제품은 다른 경쟁사로의 문서유출은 확실히 막는 제품인것이 증명된 거 아니냐고 고객을 설득한다. 그리고 회사내부에는 보안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옵션기능을 넣어야 할 것을 제안한다. 그래서 다른 회사에 영업할 때는 고객의 요구와 선호에 맞춰 보안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임을 어필한다. 영업의 기회와 방법을 찾는것에 제한은 없다.




오랜기간 영업프로세스, 특별히 IT 제품 기술영업등을 진행할때의 프로세스를 자세히 살펴봤다. 하지만 놓치지 않고 싶었던 기조는 각 단계 프로세스에서 발현되는 영업사원의 역할이 무엇일까 하는 거였다. 비단 IT 솔루션이 아니더라도, 그것이 자동차여도 정수기여도, 아니면 옥장판이어도 더해지고 덜해질 것이 있을 뿐 비슷한 프로세스를 거칠 것이기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럴때 영업사원은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제품기능에 전문가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영업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적재적소에 관여하는 일이다. 낄끼빠빠의 예술이 영업이다. 그러나 슬픈건 빠빠일때도 영업사원의 마음은 항상 그곳에 있다.


영업사원들은 무시받을 존재가 아니다. 아무나 해병이 될 수 없기에 해병이 되었다는 빨간모자 아저씨들처럼 아무나 영업사원이 될 용기를 갖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격려받고 응원받아야 할 존재들이다. 헐크의 무식한 스매시와 토르의 번쩍이는 아이디어 번개, 그리고 아이언맨의 기술력과 완다의 마인드컨트롤까지 갖춰야 하는 아무나 될수 없는 어벤저스들이다. 그 히어로들은 오늘도 양복에 몸을 숨기고 거리곳곳을 누비고 있다.



사족 : 무빙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한국형 어벤저스를 표방하여 더 친근한 느낌으로 정말 재밌게 정주행했다. 역시 현지화는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히어로물 역시 토착형으로, 싸울때도 한국의 거리에서 한국어로 한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할때 더 몰입이 잘되는 느낌이랄까? 영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일반적인 영업의 법칙과 스킬이라도 우리나라의 현실과 잘 어우러 진다는 전제하에 그 효과가 배가 될 것이다.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고등학교 동창은 꽤 오래 그곳에 있었음에도 아직 문화적 차이 때문에 놀랄때가 많다더라. 내가 수많은 영업관련 번역책을 읽으면서 크게 와닿지 않았던 이유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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