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이란?
저는 애주가입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다 고3 되어서 처음 술을 알게 되었고, 아무 것도 모른 채 인사불성이 되어 친구 등에 업혀온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숱한 날을 술과 함께 지내온 것 같습니다. 우리 친가 쪽에서는 그리 술을 잘 마시지 못하여 아버지께서는 약으로 소주 반잔만 자셔도 얼굴이 붉어져 어쩌질 못하는 경우를 봤습니다. 반면에 외가 쪽에서는 상당히 술을 잘 드셨던 모양입니다. 어릴 적 이모부께서 제게 들려준 말씀으로는 외할아버지께서 당시 사시던 남주동에서 이름난 호주가이셨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저는 외가 쪽 유전자를 받아 술을 즐기게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술을 마실 수 있는 건강이 있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젊은 시절처럼 폭주는 금물이고, 아주 비겁할 정도로 약하게 해서 마십니다. 요즈음 소주는 옛날에 비하여 아주 약해져 여성들도 많이 즐기고 있는데 저는 여기에 더 약하게 희석하여 즐기고 있습니다.
술 예찬을 하려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고,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보면 저 사람은 엄청난 주량이겠다 하는 사람이 의외로 한 잔 술에 취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반면 뜻밖에 아주 연약하여 입에도 대지 못하겠지 하는 사람이 말술을 마다않는 경우가 있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도 모르게 사람들을 비슷한 그룹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근면하다, 일본 사람들은 친절하다, 미국 사람들은 대범하다 등으로 특징을 단순화시킨 일종의 선입견을 갖게 되는데 이를 ‘스트레오타입’이란 말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외부정보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기존 인지체계와 일치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타입은 우리의 생각, 행동, 태도를 한쪽으로 기울게 하는 이른바 ‘편견(Bias)’으로 나타나고, 이에 근거하여 불이익을 주는 행위인 ‘차별(discrimination)’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유명한 방송 리포터로, 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사회심리학자 클로디아 코헨(Claudia Cohen)은 고정관념이 사람의 인지를 왜곡하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 참가자에게 부부의 생일 축하 영상을 보여주면서 한 그룹에게는 ‘여성이 도서관 사서’라고 알려주고, 다른 그룹에게는 ‘여성이 웨이트리스’라고 알려주고, 영상을 본 뒤 여성의 특징에 관한 기억 테스트를 했습니다.
그렇게 하자 ‘도서관 사서’라고 알려준 그룹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와 ‘ 서가에 책이 많이 있었다’ 등 도서관 사서의 고정관념에 부합되는 내용을 잘 기억했습니다. 반면에 ‘웨이트리스’라고 알려준 그룹은 ‘팝뮤직을 듣고 있었다’와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등 웨이트리스 고정관념에 합치되는 내용을 잘 기억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무의식중에 타인의 특징을 고정관념이라는 ‘필터’를 통해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특징을 빨리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고정관념이 유용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양한 특징을 지니며, 앞에서 예를 든 바와 같이 반드시 고정관념을 따르지도 않습니다. 또 고정관념 자체가 현실에 꼭 맞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사람은 미국인이기 때문에 ○○하다’는 식으로 개인의 특징을 고정관념에 적용해 단순하게 판단하는 것은 편견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편견에 치우치지 않고 타인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고정관념으로 타인의 특징을 단정 짓지 않는지 의심해 보는 일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