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중심 편향과 스포트라이트 효과
이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았는데 거울을 보니 아주 이상하게 보여 ‘이거 큰 일 났네.’ 하면서 내일 학교에 가 면 친구들이 ‘그게 뭐냐’ 하면서 웃음거리가 되는 것 아닌가 걱정을 했던 일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그 머리로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니 머리가 이상하다고 하기는커녕 머리 깎은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자신이 가진 정보나 경험을 기준으로 타인의 생각을 추측하는 경향을 ‘자기중심 편향’이라고 하며, 특히 자신의 겉모습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도 자신과 같은 정도로 주의를 기울인다고 믿는 성향을 ‘스포트라이트 효과’라고 한답니다.
저도 대학시절 친하게 지내던 고등학교 후배가 이런 스포트라이트 효과에 빠져, 자기에게 조그마한 문제가 생기거나 잘못된 일이 일어나면 청주에서 큰 소문이 날 것이라는 등 제가 보기에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얘기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아무리 ‘야 이 친구야, 쓸데없는 걱정하지 마라. 누가 네 얘기를 얼마나 한다고 그러냐?’하고 핀잔을 줘도 ‘형은 몰라서 그래요. 내 친구들은 입이 싸서 내가 무얼 했다고 하면 뻥을 쳐서 얼마나 떠들고 다니는데...’하는 겁니다.
이와 관련하여 2000년 미국 코넬대학교의 행동경제학자인 토마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 교수가 실험을 하였다고 합니다.
자기 강의를 듣는 학생들 가운데 희망자를 뽑아서 요즘으로 치면 한참 흘러간 가수라 할 수 있는 배리 마닐로우(Barry Manilow : 미국 가수로 70, 80년대 유명했다고 합니다)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강의실로 들어가게 하면서, ‘ 친구들이 네가 입은 티셔츠의 사진을 얼마나 기억할 것 같으냐?’하고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강의실 학생들의 절반 정도는 기억할 것이라고 대답을 하였답니다. 워낙 독특한 티셔츠니까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러나 결과는 의외로 기억하고 있는 학생들은 20%를 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것도 ‘음... 기억이 나네요.’ 정도였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기억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티셔츠를 입은 학생들은 ‘티셔츠’를 의식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다른 학생들의 마음에 겹쳐버리게 하는데 기인한 것으로 봅니다. 티셔츠를 입지 않은 다른 학생들은 친구들과 이야기하거나 강의에 신경을 쓰고 있어 다른 사람의 일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외출하기 전 옷매무새나 심지어 옷에 붙은 티끌 하나까지도 신경을 쓰지만 사실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자기는 마치 무대 위에 올려져 조명을 받는 배우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극소수에 가까운 사람만 신경을 쓰지 대다수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보면 우리가 저지른 작은 실수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남이 저지른 그런 작은 실수들은 쉽게 잊어버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학시절 그 걱정 많았던 저의 후배처럼 고향의 많은 사람들이 저만 생각하고 떠들고 다닐 것이라는 기우를 버리고 나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는 없다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아무렇게나 자기 멋대로 사는 사람이 되라는 것은 아닙니다. 지나치게 주위로부터 비치는 ‘스포트라이트’를 의식해서 너무 예민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의식으로 대범하게 나가라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