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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범덕 Oct 14. 2023

내로남불의 과학적 근거

행위자-관찰자 편향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 말은 1990년대 정치권에서부터  쓰기 시작하였다는데, 이제는 어디에서나 내가 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남이 하면 나쁘다는 식으로 말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도 이런 말은 자주 나옵니다. 아침 출근시간, 내가 지각을 하면 지각을 하게 된 어쩔 수 없는 이유가 꽤 여러 가지 있습니다. 가족 중에 누가 아파서, 집에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든지, 또 오는 길이 평소와 달리 엄청 막혀서, 아니 내 차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등등 지각하게 된 이유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지각을 하게 되면 이런 불가피한 사정은 전혀 보이지 않고 원래 저 친구는 느려서, 일찍 올 생각을 하지 않아서 늘 늦는 거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즉 자기가 행동의 원인이 되는 경우에는 나를 둘러싼 외적 요인, 상황과 환경을 보게 되는데 비하여 타인이 행동의 원인이 되는 경우에는 외적 요인 보다는 성격과 노력이라는 내적 요인을 보는 데에서 이런 내로남불 현상이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편향은 자신이 ‘행위자’일 때와 자신이 ‘관찰자’로서 타인을 볼 때 원인의 파악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행위자-관찰자 편향’이라고 합니다. 이 편향은 미국 미시간 대학의 리처드 니스벳(Richard Nisbett) 교수가 1972년 제창했다고 과학잡지 Newton 2023년 2월호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행위자-관찰자 편향’을 주장한 미국 미시간 대학의 리처드 니스벳(Richard Nisbett) 교수


이 분은 현재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행복연구센터를 이끌면서 행복연구 권위자이신 최인철 박사의 스승으로 ‘생각의 지도(Geograph of Thought)’란 저서에서 동, 서양의 사고차이를 밝혀낸 이론으로 유명한 분입니다.


동양은 관계를 중시한 통합적 사고로 대상 간의 관계를 보는데 비하여 서양은 범주를 중시한 분석적 사고로 대상과 주변을 묶어 보는 것으로 설명한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컬럼니스트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도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학자로 이 분을 꼽는다고 하는데, 저도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해서 읽어볼 생각입니다. 여러분도 읽기를 권해드립니다.


생각의 지도(Geograph of Thought)


행위자-관찰자 편향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행위자와  관찰자가 가진 정보량의 차이에 있다고 합니다.


자신이 지각한 당사자일 때는 앞에서 본대로 지각에 이르게 된 과정과 상황을 아주 세세하게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관찰자일 때는 다른 사람이 지각하게 된 과정과 상황에 관한 정보를 그다지 많이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행위자 본인의 성격과 능력이라는 일부 정보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행위자가 자신이든 타인이든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을 모두 주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입니다. 직장에서 다른 사람이 지각을 했을 때 무조건 ‘칠칠치 못한 사람’이라고 단정 지을 것이 아니라 지각하게 된 상황도 주목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자신이 지각했을 때도 그것을 ‘교통체증’이라는 상황논리로만 보지 말고 왜 그렇게 되었나를 냉철히 따져보고 좀 더 서둘러본다든지 다시는 늦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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