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
어렸을 때 병원에 가자고 하면 싫어했던 기억이 나십니까?
왜 싫었을까요?
분명히 주사 때문이었을 겁니다.
아마 주사가 싫은 건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할 것입니다 . 보기에도 섬뜩한 가늘고 뾰족한 바늘을 맨살에 찌르는 것이 기분 좋을 리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주사 맞는 것을 그리 두려워하진 않는데도 혈액을 검사하기 위하여 정맥을 찾아 혈액을 채취하는 일은 무척 고역입니다 . 혈관은 튼튼하다는데 살이 쪄서 그런지 피부 깊숙이 숨어있어 간호사들 애를 먹입니다. 여러 번 하다가 안되면 어린이용 작은 바늘을 이용하여 팔뚝 아닌 손등에서 채취하곤 합니다 .
주사기 (syringe)는 피부에 바늘을 찔러넣어 몸 안에 약물, 수액 등을 직접 투입하는 의료도구입니다. 그리고 주사기는 현대 기술의 산물입니다. 가는 바늘의 속을 비게 하는 기술은 철강가공 기술의 발전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주사의 역사는 꽤 오래되어 약 1200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9세기경 중동의 한 외과의사가 유리관을 이용한 주사기를 발명하였다고 합니다. 그 이후 속이 빈 새 뼈, 상아, 은을 이용하여 피부에 약물을 주입하였다고 합니다 . 그전에는 피부를 절개하여 약물을 주입하였다니 얼마나 고생이었을까요?
그러다가 1844년 아일랜드의 프란시스 린드(Francis Rynd) 라는 의사가 속이 빈 금속바늘을 만들어 사용했고, 1853년 프랑스의 샤를 가브리엘 프라바쯔(Charles Gabriel Pravaz), 스코틀랜드의 알렉산더 우드 (Alexander Wood)라는 의사가 오늘날과 같은 피스톤과 원통형을 결합하여 압력을 주어 약물을 주입하는 피하주사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보기에는 섬뜩해도 살을 가르는 고역에서 벗어나 잠깐 따끔한 것으로 끝나는 주사기의 발명은 분명히 고마운 것이라 하겠습니다 .
주사의 종류는 4가지인데 근육주사, 피하주사, 정맥주사 , 피내주사입니다.
근육주사는 진통제, 항생제를 주입하는데 엉덩이, 어깨 등에 놓습니다.
피하주사는 인슐린 , 지혈제를 주입하며 아랫배, 팔 바깥쪽에 놓습니다.
정맥주사는 수액, 수혈하기 위하여 팔 안쪽, 손등의 핏줄에 놓습니다 .
피내주사는 예방접종으로 어깨, 팔에 놓게 됩니다.
이 가운데 예방접종을 하는 피내주사가 까다롭다고 합니다. 이 주사는 피부의 1~2mm 두께로 얇은 표피층과 진피층에 소량을 주입하여야 하므로 바늘을 정확히 꽂아야 합니다. 그래서 장인 수준의 손기술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 특히 각종 면역세포는 피부의 표피층과 진피층에 존재하여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우리가 최근 겪은 코로나 백신도 여기에 해당하겠지요.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숭실대 배원규 교수 연구팀이 ‘ 뒷어금니 독사’의 어금니 모양을 본 뜬 구조물을 만들어 직접 피부 속으로 바늘을 넣지 않고도 약물을 주입할 수 있도록 하는데 성공 하였다고 합니다.
배교수팀은 기존 주사기 속이 20~50μl(1μ l는 100만분의 1L) 용량의 큰 바늘 한 개를 쓰는 것을 0.2μl 용량의 미세한 바늘 20개를 사용한 주사기를 만들었습니다. 피스톤 없이 이 20 개 바늘을 피부에 닿게 하면 바늘이 피부 틈을 아주 미세하게 벌리게 하고 그곳으로 약물을 피하에 넣어주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에 발표하였습니다.
이제 주사 무서워 백신을 맞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고, 정확히 주입하기 위한 장인 수준의 손기술도 필요 없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고 봅니다.
저는 여기서 나아가 정맥주사도 손쉽게 맞을 수 있는 기술이 나오길 학수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