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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타월을 이마에 얹은 아이

열이 날 때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by Wishbluee

2025년 11월 10일 11시 14분


꾸벅꾸벅 졸면서 오늘의 일기를 쓰려고 꾸역꾸역 컴퓨터를 켰다.


오늘은 꽤 멀리 다녀왔어서, 너무 피곤하다.

지금 눈이 반쯤 감겨 있다.


오늘은 너무 좋은 일이 많았다.

생각만 해도 미소가 띠어진다.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한 순간, 그 기분은 고이 접어 서랍 속에 넣어두어야 했다.

오자마자 저녁 걱정부터 한다.

컨디션이 오르락내리락하던 둘째 걱정도 된다.

독감은 아닐까, 생각하다가 또 열이 내렸었는데. 하며 고개를 갸웃 거린다.


큰애는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한다.

결국 나도 귀찮아서 배달앱을 켠다.

이번 달은 이걸로 배달 끝이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살짝 충격받은 듯한 표정을 짓는 큰애를 외면하고 음식을 시킨다.


바쁜 엄마 탓에, 좋지 않은 몸상태로 학원까지 마치고 온 둘째가 돌아온다.

꽈악 껴안아준다.

아이들 저녁을 먹이고 숙제를 시킨다.

그런데 둘째가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아뿔싸, 이마를 짚어보니 심상치가 않다.

열이 다시 오르나 보다.


왜 자꾸 열이 오르지. 설마 진짜 독감인가.

덜컥 겁이 나서 일단 학원 선생님께 내일 학원은 안 갈게요라고 문자를 보낸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도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병원에 데리고 가야지.

아이를 눕히고 이마를 짚는다.

여전히 38도가 넘는다.


뜨거운 이마를 식히려고 차가운 물수건을 얹어줄까 했더니,

아이의 입에서 엉뚱한 말이 나온다.


"때타월도 나쁘지 않아."


주말에도 열이 살짝 올랐던 둘째. 아빠가 이마에 뭘 올려놨다. 가까이서 보니, 때타월이었다.

왜 때타월을 애 이마에 올려놨느냐고 물어봤더니, 가볍고 적시니까 잘 달라붙고. 괜찮아 보여서 물수건 대신에 올려놨다고 했다. 애는 열이 올라서 볼이 빨간데 이마에 허연 때타월을 올리고 있으니, 꼴이 조금 우스웠다. 그리고 엄청 귀여웠다.


나는 다시 때타월을 찾아서, 찬물에 적시고 꾹 짜서 다시 애 이마에 올려둔다.

벌건 불위에 또다시 하얀 때타월이 올라갔다.

축 처진 눈을 꼭 감고 쌔액쌔액 이불속으로 폭 들어간 우리 꼬맹이가 애처롭다.

그런데 또 우습기도 하고, 또 엄청 귀엽다.


IMG_5238.jpg 허연 때타월...



내일은 열이 내렸으면 좋겠다.

큰애한테도 옮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병원에 다니는 지인이 요즘 독감은 성인이 거의 네발로 기어서 올 정도로 독하다고 했는데...

제발 독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그대로 솔직하게 옮겨 적는다.


오늘 있었던 엄청 좋은 일은 뭐냐고?


그건...


비밀이다.






피곤한 날은 역시 초딩일기..

일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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