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을 사러 나갔다가-
2025년 11월 7일 오후 12시 반
남편이 부탁한 양말을 사러 나왔다.
검은 양말이 단체로 빵꾸가 나서, 여러 켤레를 사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우리 동네에는 양말 트럭 아저씨가 오신다. 나는 큰 아이 스타킹부터 시작해서, 남편 양말, 작은 아이 양말. 내 양말 모조리 그 트럭에서 산다. 아저씨는 추천도 잘해주신다. 한 마디만 하면 척에서 척. 트럭 구석에서 마법처럼 내가 찾는 양말을 찾아내 주신다.
"남자 양말이요"
"아들 거예요? 남편 거예요?"
"남편 거요"
아저씨가 스윽 꺼내주신 양말은 두 종류였다.
둘 다 목길이는 적당했는데, 하나는 발목 부분에 조임이 없어 보였다.
"아저씨, 가격은 어때요? 요 조임 없는 양말이 더 싸요?"
조금 볼품없어 보이고, 헐렁해 보였기 때문에 더 쌀 거라고 생각해서 물어본 질문이었다.
"아뇨, 가격은 똑같아요."
"아, 그러면 목조임이 있는 게 훨씬 예쁜데요? 왜 가격이 같아요?"
"아저씨 당뇨 없으시죠?"
"네?"
"당뇨 없으시면 목조임 있는 거 사가세요"
아, 갑자기 마음이 조금 쿵.
당뇨에 걸리면 혈액순환이 안되니까. 거기서 더 안되면 큰일이니까. 목 조임이 없는 양말을 신어야겠구나.
헐렁해서 불편할 텐데. 그래도 꼭 그 양말을 사야 하겠구나.
양말 값은 현금으로 보내야 해서 양말트럭 앞쪽으로 와서 계좌 번호를 보고 이체를 하고 있었다.
"어이쿠..."
"아저씨, 왜 그러세요?"
아저씨가 갑자기 눈을 지긋이 감고 멈춰 서계셨다.
"아유. 이게 당이 떨어졌나.. 갑자기 어지럽네요. 어유."
"괜찮으세요??"
아저씨는 조금 있다가 다시 눈을 뜨고서는 늘 그렇듯이 사람 좋게 웃어 보이셨다.
"아, 예. 이제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검은 봉지에 양말 여덟 켤레를 넣어 주셨다. 나는 만원을 이체했다.
"또 오세요~"
비닐 봉다리 속 옹기종기 뒤엉켜있는 목이 좁은 양말을 슬쩍 쳐다본다. 그리고, 남편의 건강검진 수치를 떠올려 본다. 공복혈당도 전보다 높아졌고, 당화혈색소는... 얼마였지. 순간 어지럽다는 아저씨를 보니. 또 내 남편이 생각난다. 지금쯤 밥 먹고 있을 텐데. 남편도 혹시 순간 띵 하고 어지럽지는 않겠지.
나이가 먹으니 오지랖도 넓어진다.
남의 집 아저씨를 다 걱정을 한다.
저 집 아줌마는 오늘 아저씨가 어질, 했던 걸 모르시겠지?
아저씨가 어디 아픈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맛있는 거 드시고 괜찮아지셨기를.
내 남편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를.
나도 이제 단 것 좀 줄이고, 집에도 빵 그만 사다놔야지.
다음에도 목 좁은 양말을 여덟 켤레 사야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