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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Nov 06. 2023

쌤 남자친구 있어요?

아직도 없어요? 그때 그 사람은요?



대학에 붙었으니 밥 한 끼 사달라는 제자의 귀여운 요청을 안 들어줄 수 없으니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했다.

마침 내가 살던 아파트 근처에 있는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수제 햄버거 집을 갔다.




"이야~ 축하해~~~ 어떻게 피아노로 갔어?"


"제가 또~ 한다믄 하잖아요~~~"


그렇게 이어간 근황토크. 녀석의 대학생활은 생각보다 우여곡절이 많아 보였다. 음악을 하는 젊은 아이들이 모인 곳은 치열하다. 누구 음악이 더 좋은지, 누구 교수님 밑에서 일을 받아내는지, 저 사람은 어디서 이미 활동을 하고 있는지 등 알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마저도 알게 되는 곳이 학교다.


"너무 아등바등하지 말고 몸 챙겨가면서 해. 친구들 너무 적으로 두지 말고.. 블라블라.."


"아~ 잔소리~~~ 진짜~~~ 알아서 합니다 알아서 해요"


"야 알아서 한다는 놈이 그렇게 사방이 적이냐!!"


자기를 싫어하는 애들한테 꼭 이유를 만들어주고 만다는 녀석. 저렇게 날카로운 아이였던가? 하는 생각에 걱정도 되었지만 뭐, 자주 볼 사이도 아니고 더 이상 내 학생도 아니니까 잔소리는 넣어두고 그냥 듣기만 했다.


아, 조금 더 솔직하게 써보자면.. 자주 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이즈음 서울생활에 많이 지쳐있었고 다시 고향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컸기 때문에 날카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피곤했다.




"이제 쌤 얘기 좀 해보세요. 남자 친구 있어요? 그때 그 그 누구였지? 그 사람 있잖아요 그때 그 사람은요?"


"아 걔.. 연락은 하고 있는데 사귀고 있지는 않아. 나도 잘 모르겠어 뭔지."


"아 참 답답하네. 그냥 얘기해요! 왜 못해요?"


"나도 잘 모르겠네. 너나 여자친구 만들어."


나는 오랜 시간 썸 아닌 썸을 타던 친구가 있었다. 주변 모두가 아는 그런 사이. 나는 그때 그 친구와 당연하게 사귀게 될 줄 알았고 나의 20대의 절반을 그 친구와 함께 했으며.. 나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그 친구를 첫사랑으로 기억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바래다주고 간다는데 나는 그게 왜 그렇게 웃겼는지 모르겠다.


"야 내가 길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뭘 데려다줘 그냥 가"


"아~ 가는 길이라고요~"


못 이기는 척 집 앞에서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러고 얼마나 지났을까. 뜬금없는 연락이다.


"오늘 저녁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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