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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라 Jun 12. 2024

일단 내가 살고 보자!

작년 건강검진 이후 나는 회사출근을 못 했다.

나의 안위가 전부였다.

그동안 하루 8시간씩 꼬박꼬박 출퇴근을 반복하며

지냈으나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나 불편은 딱히 없었기 때문에 억울하거나 화가 나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일어날 수 없었고 출근을 위한 그 어떤 행위도 할 수 없었다.

무단으로 결근이란 것을 하게 될 만큼 복잡했으나, 같은 직장에 소속되어 있던 남편의 도움으로 간신히 나의 상황을 전달하며 5일의 시간을 버텼다.

 

지금 생각해 보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이었는데도 의사의 말만 맹신했고 초음파 상의 모양에만 집중했다.


총 3명의 의사가 고개를 갸우뚱했고, 그중 나이가 제일 많고 경험이 많아 보이는 한 명의 의사는 의중이긴 하지만 C코드를 내려주었다.

반쯤 정신이 나갔지만 나머지 반의 정신으로 상급병원을 예약했고 오진이었던 그 C코드로

빠른 날짜 예약에 성공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오진의 병원을 폭파시키고 싶었으나 암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후에는 세상 모든 것이 용서되는 자애로움이 생겨났다.

누군가가 내 뺨을 때려도 웃음이  나고 다른 뺨 한쪽을 내어 줄 정도로 멍청하게 기분이 좋았다.

"난소암은 아니고 기형종이에요."

기형종은 첫째 아들을 낳기 전에도 한번 수술했던 이력이 있는 혹이다.

같은 혹인데도 모양과 크기가 많이 달랐다.

게다가 몇 개월 사이에 12cm나 커 버렸다.


그때서야 출근하지 못했던 회사가 보였고, 너무 황당했을 것 같은 직장사람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그려졌다.

그리고 반대의 경우를 그려봤다.

다른 직원이 건강검진 이후 안 좋다는 소식을 듣고

결근을 한다. 확실한 결과를 나오기도 전에......

한 명의 직원이 결근을 하면 다른 직원들이 나눠서 해야 하는 일이기에 좋아할 수는 없지만 책임감이 없다고 비난하거나 다그치지 말자!

나는 나의 소중한 경험으로 터득했다.

그럼에도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그리고 이제는 건강을 자신할 만큼 젊지 않은 나이에 살짝 의기소침해졌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당시 흘러갔던 사건의 전말과 이후의 상황들을

다시 한번 기억해 본다.

한 번의 복강경 수술이 필요했고,

그 해 6월까지만 가능했던 휴직 카드를 덥석 내밀었고,

결과가 나오기 전 5일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출근을 못 했고 잠만 잤다.

잠이라도 잤으니 그 시간이 지났지 멀뚱멀뚱 그랬으면 정말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조금 속상한 이야기지만 기한이 한 달도 안 남은 육아휴직을 쓰기 위해 계획적으로 일을 꾸몄다는 다소 극단적인 소문도 들려왔다.

머리들이 참 좋다.

남일에 관심들도 참 많다.

나 자신에게는 떳떳하기에 남의 일에 대한 함부로 떠드는 그들의 모습이 가여웠다.

억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인생을 잘못 산 것 같아 씁쓸했다.


그러나

이내 그럴 수도 있지!

원래 남일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볍잖아!

이런 일이 있어야 진정한 내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어!

맘대로 떠들어 봐라 내가 꿈쩍이나 하나!

나는 더 독해졌다.


내가 좀 더 지혜로웠으면 좋았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러지 못했고. 똑같은 상황이 처음으로 온다 하면 나는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다.

그만큼 정말 놀랬고 좌절이란 것도 경험했다.

그러나 두 번째로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그때는

의사의 진단보다는 좀 더 정확한 영상검사와 수술의 결과로 평가하는 단단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1년을 잘 마무리하고

일주일 뒤면 회사로 복귀한다.

휴직을 통해 경험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해 보고

또 그것을 통해 아이들을 배제한 나의 삶도 그려봤고 쉼으로 인해 뛰어갈 수 있는 에너지도 보충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재충전한 에너지를 쉽게 소진하지 않고 느리지만 천천히 흔들리지 않고 내 길을 걸어갈 것이다.

하여야 하므로 할 수 있다.

제2의 직장생활 시작점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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