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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Jan 06. 2024

하루가 채워지는 날에

숙제합시다

정처모를 목적지를 찾지만 쉽게 다다르지 않는 그곳은 빙빙 어지러운 현기증을 유발하며 컨디션 난조를 일으킨다. 주말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기에 금요일은 꼭 운동을 하기로 다짐했는데 심상치 않은 컨디션 따위 신경쓸 겨를이 없어 보인다. 오늘 못하면 3일을 그냥 보내야 하기 때문에 짧은 생각으로 끝내고 일단 환복한다.


피씨 모니터를 들여다 보는 내내 침침한 눈을 환기시켜야 하고 아픈 허리에 근육을 만들어 주고 또 다시 병원신세를 지고 싶지도 않다.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를 대자면 100가지도 댈 수 있을 정도로 새해에는 운동에 진심이 되어 보기로 다. 그럼 모니터와 조금 더 친하게 지내도 죄책감이 덜 할 수 있으므로.


침침한 눈과 아픈 허리에게 오늘은 선물을 해야 할 날이다. 미세먼지로 파랗지 않은 하늘을 올려다 보는 일이 눈에게 조금 미안해진다. 하늘이 저런 색깔을 띄는 건 오늘이 날이 아님을 말해주는 것 같다.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바로 헬스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 하지만 건강을 첫번째 덕목으로 생각하기로 했기 때문에 책임감 반 의무감 반쯤으로 발걸음을 떼어본다.


웨이트를 하면 할수록 밀려오는 현기증으로 원인을 분석해본다. 호르몬의 영향인지 체력이 떨어진건지 아플 징조인지...구운계란 한개, 고구마케익, 아몬드7알, 아메리카노. 이렇게 먹고 늘 운동을 해도 괜찮았는데 오늘은 구운계란 한개를 더 먹고 나서도 체력의 한계를 느낀 탓에 웨이트 한종목은 남겨둔채 트레이드밀에 오른다. 늘 하던 속도에서 0.5를 다운시키고 인클라이드는 7에서 5..그리고 0으로 내려버리고 결국 시간만 채우기로 기대치를 낮춰본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지. 의무감이 다한 운동이지만 무리하지 않고 오늘의 숙제를 끝냈다는 것에 작은 뿌듯함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운동을 끝냈으니 다시 모니터를 켜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지내고 싶은 날인데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하니 무거운 무언가가 어깨를 누르는 느낌이 든다. 약속시간 어기는걸 싫어하는 나로선 그냥 이상태로 약속의 의무를 다 할 것이다.


쉬는 건 내일도 할 수 있으니 마지막 에너지까지 끌어서 써보기로 한다. 어른 사람과의 대화가 즐거울 수도 있을 것이고 몇걸음 더 걸을 것이기에 운동을 조금 더 한다고 생각해 봐도 좋겠다. 아이의 일정에 맞추는 일이기에 아이의 즐거워하는 미소를 기대해 보는 것도 바닥에 있는 에너지를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아직 오늘은 끝나지 않았다.


저녁 8시가 되어서야 귀가를 하고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는다. 반려견 녀석이 안아달라고 달려오는 바람에 무거운 눈꺼풀을 다시 떠본다. 반려견을 안다시 눈을 감는다. 포근한 녀석이 몸에 딱 붙어서 잠을 청한다. 대로 잠깐동안만 아무일도 하지 않기로 했다.


어른사람과의 대화가 꽤 즐거웠던 모양이다. 고갈될뻔한 에너지는 조금 충전되어 있고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컨디션이 조금씩 회복이 되는 느낌마져 드니 말이다. 아이들을 재우다가 먼저 잠이 든채로 아침을 맞이하고 숙면의 기운으로 또 하루를 살아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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