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새댁의 층간소음 봉쇄작전
센스 만점 새댁
관리동과 마주하고 있는 E동 4층에 갓난아이 하나인 젊은 부부가 한 달 후에 이사를 들어온다. 전에 살던 세입자가 집을 비우고 집주인의 딸이 들어오는 것이다. 오랜 기간 세입자가 살았기에 집수리를 한 다음 들어온다며 전면 수리가 한참 진행 중이다. 발코니 창을 비롯하여 세대 내 모든 창을 열효율이 높고 방음이 잘되는 이중 창틀로 교체하고 화장실을 비롯한 주방과 거실 등 젊은 부부의 취향에 따라 새집처럼 꾸미는 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이 만만치 않다. 공사 예정 기간이 한 달인데 이제 일주일이 지났으니 앞으로도 3주가 더 걸려야 한다. 공사 초기인 만큼 창틀과 욕조를 뜯어내고 거실 구조를 바꾸느라 연일 만만찮은 소음이 발생하고 있다. 건너편 방향으로 좀 떨어져 있는 관리소에서도 귀에 거슬리는 소음 때문에 환기를 위해 문을 잠시 열고는 이내 닫아버린다.
관리소의 사정이 그러하니 앞뒷집이나 위아래 집에 들리는 소음은 훨씬 더 심할 것이다. 그런데도 공사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아직 한 건도 접수되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이사 들어오기 전 집수리를 하는 줄 알면서도 공사소음 민원이 종종 접수되어 공사관계자에게 주의를 당부하곤 했으나 이번에는 그런 민원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공사 기간 중 가장 소음이 심한 공사 초기인데도 말이다.
젊은 새댁이 관리소를 방문한 것이 열흘 전쯤이다. 경리직원이 승강기 사용료를 수납하고 공사 동의서를 주며 동의받는 대상과 요령 및 소음 발생에 대한 유의사항과 해당 라인 입주민의 성향 등 참고사항을 안내해 주었다. 며칠 후 공사가 시작되고 지난 일주일 동안 내내 뜯어내고 부시고 자르는 일 외에도 그라인더 같은 장비 사용으로 발생하는 소음이 제법 시끄러운데도 민원이 한 건도 접수되지 않는 것이다.
이유인즉 쓰레기봉투와 손 편지 때문이다. 15층 계단식 구조라 출입구마다 30세대가 살고 있다. 새댁이 동의서를 받으러 다닐 때 동의서만 들고 간 게 아니었다. 아파트 입구 마트에서 따로 구매한 개당 490원 하는 20L 쓰레기봉투를 다량 구매하여 다섯 장씩 따로 넣은 봉투와 함께 직접 쓴 손 편지를 함께 준비해 간 것이었다. 집에 있는 이웃에겐 양해를 구하며 쓰레기봉투를 전달하였고, 부재중인 경우는 현관문 손잡이에 쓰레기봉투와 함께 손 편지 넣은 비닐봉지를 걸어 둔 것이다. 손편지의 내용은 코로나로 외출도 못 하시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신데 우리 집 공사소음으로 인해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양해 바란다는 내용이었다고 현관문에 걸린 쓰레기봉투와 손 편지를 받은 2층 주민이 귀띔해 주었다.
젊은 새댁의 센스가 돋보였다. 공사 신고 시 집주인이 동의서를 직접 받아오는 일도 있으나 대부분 공사업체에 맡긴다. 이사 들어오며 집수리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동의서에 서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시끄럽겠구나 하는 마음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이번에 이사 오는 젊은 새댁은 직접 다니며 집수리로 시끄럽게 해 드려 죄송하다는 인사와 함께 쓰레기봉투에 마음을 담아 양해를 구한다. 까짓 봉투 다섯 장이야 몇 푼이나 하겠냐만 요즘 세태에 젊은 사람의 마음 씀씀이가 기특하고 대견해 보였을 것이다. 그런 사정을 알지 못하는 영감님이 시끄러운 소리에 낮잠을 이루지 못하겠다고 짜증을 부려도 이사 오기 전에 다들 하는 공사인데 어떡할 거냐며 운동 삼아 동네나 한 바퀴 돌고 오라고 영감님 등을 떼밀며 젊은 새댁의 입장을 변호하였을 것이다.
전 국민의 70% 이상이 공동주택에서 사는 세상이다. 젊은 새댁처럼 이웃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층간소음 분쟁으로 이웃끼리 날을 세우거나 서로 외면한 채 데면데면하며 살지는 않을 것이다. 마음속으로 상상해 본다. 모든 공사를 마치고 젊은 부부가 이사 들어오면 새댁의 쓰레기봉투와 손 편지에 마음을 연 주민들은 “이제 이사를 왔나 보네” 하며 아는 체 할 것이고, 새댁은 “우리 집 공사 때문에 시끄러우셨죠? 하며 “잠깐 들어오셔서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세요” 할 것이다. 그런 새댁의 권유에 “그럼 어찌 꾸몄나 집 구경이나 좀 할까?” 하며 금세 친해지리라. 이런 관계가 형성된다면 이웃 간의 층간소음 분쟁 같은 일이 어찌 발생할까.
참으로 센스 만점 새댁이 아닐 수 없다. 이웃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면 분명 이웃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며 층간소음 분쟁 같은 일에 연루되지도 않을 것이다. 설혹 그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원만하게 잘 해결하리라 판단되기에 젊은 새댁의 입주가 반갑고 우리 아파트의 한 식구가 되는 것을 모든 관리소 식구들과 함께 환영한다. 센스 만점인 젊은 새댁의 입주를 마음으로 환영하며 우리 아파트가 이웃 간에 분쟁 없는 살기 좋은 아파트로 자리매김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