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콩 키우기

1년 늦은 육견일기

by PINKPONG

두 번째 이야기


꼬물거리는 털뭉치를 집에 데려다 놓고 그제야 우리 부부는 큰일 났음을 실감했다.

사료를 물에 불려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 털뭉치의 이름을 뭐라고 해야 할까...

만약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태명으로 쓰고 싶었던 이름이 있었다. 그 이름에 대해 설명하자면 우리의 연애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절 우리는 서로를 부르던 애칭이 있었는데 나는 퐁이었고 남편은 몽이었다. 우리는 애칭에 성을 붙이고 싶었고 내가 만약 내 성을 택할 수 있다면 핑크라는 성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우리 둘 다 핑크색을 좋아했고 우리는 핑크라는 성을 갖기로 했다. 그래서 서로를 핑크퐁과 핑크몽으로 불렀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그게 뭐냐고 놀려댔지만 굴하지 않았고 여전히 서로를 그렇게 부르고 있다.

아무튼 그래서 우리의 아이에게도 핑크라는 성을 주고 싶었고 아직 생기지도 않은 아이의 태명을 핑크콩으로 정했다. 그러나 운명인지 우리 부부에게 아이는 생기지 않았고 결국 그 이름을 우리 집에 들어온 털뭉치에게 주기로 했다. 털뭉치가 핑크콩이 되면서 우리는 정말 강아지 부모가 된 것이다.

우리 핑크콩이 처음 우리 집에 온 날을 돌이킬 수만 있다면 좋겠다. 펫샵에서는 강아지를 처음 기르는 우리에게 버릇을 잘못 들이면 고생한다고 신신당부했고 아이의 응석을 받아주지 말고 첫날부터 따로 재우라고 했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 말씀을 잘 들었던 우리는 그 말이 무슨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칙인 양 핑크콩을 거실에 두고 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리고 밤새 하울링하는 소릴 들었고 한숨도 자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미안하고 후회되는 일이다. 얼마나 무서웠고 얼마나 막막했을까. 너무나 서럽게 하울링을 했는데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는 펫샵 사장님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참았다. 낯선 곳에 온 첫밤을 그렇게 보냈으니 얼마나 힘들고 겁에 질렸을지... 지금 생각해도 속상하고 미안하고 아프다.

만일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밤새 우리 핑크콩을 안고 어르고 달래며 우리에게 와줘서 고맙다고 속삭여줄 텐데... 지금은 알고 있지만 그때는 몰랐다. 인간은 원래 후회를 안고 살아가는 존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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