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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May 09. 2024

선도실 4대 천왕을 소개합니다.

뽀글이, 키다리, 에이즈, 마녀라는 부캐

여느 학교가 그렇듯 우리 학교 선도실에도  네 명의 최정예 요원이 있다. 

아이들은 이들을 4대 천왕이라고 부른다.


4대 천왕 중 서열 1위는 <뽀글이>이다.

균일하게 뽀글뽀글한 곱슬머리 만큼이나 빈틈없고 치밀하며 집요하다. 

실제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단 한 건도 없다고 전해지는 ‘레전드 오브 레전드’이다. 

교사들도 복도에서 마주치면 자신도 모르게 움찔한다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주특기는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

게다가 아이들의 음지 문화를 훤히 깨뚫고(실제 본인도 길드를 가지고 있을 만큼 게임광이기도 함) 있어 

한 번 걸리면 피해 가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다음은 <키다리> 

이 분은 국대 배구 선수 출신인데 키가 2미터!

( 현재까지도 내가 아는 사람 중 제일 큰 사람으로 남아 있다.) 

 ‘키다리’ 이외의 닉네임은 떠오르지가 않는다. 

연습 도중 굴러온 볼을 밟아 넘어지면서 어깨가 나가는 바람에 운동을 그만두었다는 비운의 주인공이다. 

방황 끝에 체육교사가 되었다는데 우선 피지컬이 남다르다. 떡 벌어진 어깨에 근육질인데 키까지 커서 압도적이다. 가끔 구경하러 오는 얼빠진 애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그의 레이더에 걸릴까 봐 피해간다. 공식적으로 2미터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성인 남자 두 명을 겹쳐 놓은 것 보다 훨씬 더 위력적이다. 풍기는 분위기도 왠지 비현실적인 느낌이 강해  “야, 너 일루 와봐.” 라는 명령이 일단 떨어지면 도주 자체가 절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에이즈>가 있다. 

처음에 별명의 이유를 아이들에게 듣고 나는 빵 터져 버렸다. 

걸리면 죽는다고 붙여 준 이름이란다. 공부엔 취미도 없는 녀석들이 어찌나 기발한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당시 에이즈는 치료할 수 없는 불치병이었음ㅋㅋ) 

그는 약간 생기고, 옷도 잘입어서 나름 팬덤도 가지고 있는 미술 선생이었다. 에이즈는 웃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일단 학교 안에서는 독보적인 시크함! 그 자체였다. 이 사람이 아주 드물게 살짝 미소를 보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몇 날 며칠을 에이즈가 누굴 보고 웃었는지, 뭣 땜에 웃었는지.....,

그 이유를 찾는 일로 학교가 시끌했다.

하지만 이 에이즈의 주사가 얼마나 심한지 학생들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술이 취하면 흥주사가 있어 손가락 춤, 개다리 춤 등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흔들어 댔고 짜증날 정도로 수다를 떨었다.

(이 사실은 현재까지도 학생들은 모르는 국가기밀이다.ㅋ) 

그래도 일 할 때는 빈틈을 보이지 않는 진정한 프로였다!





유일한 여교사인 나 <마녀>이다.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 새 4대 천왕에 올라 있었는데, 아이들이 마녀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화를 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폭력을 쓰거나 욕을 하는 것도 아닌데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마음을 읽어낼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힌다고 한다. 눈에서 레이저 광선이 뿜어서 태워버릴 것 같은 공포도 같이 올라온다고 했다. 실제로 나는 아이들 지도에 도움을 받기 위해 100만원이나 내고 강남까지 최면을 배우러 다니기도 했다. 

우연히 알게 된 ‘레드썬 최면 연구소’를 주말이면 시간을 쪼개 참석하였고 마지막 시간에 치르는 시험도 통과하여 ‘최면지도사 자격증’도 받았다. 상대에게 최면을 거는 기술은 쉽게 되는 일은 아니었지만 최면 수업 중에 다루는 사람의 뇌 구조와 인간의 행동 패턴, 인간의 심리와 마음을 움직이고 읽는 법 등 인간의 행동과 심리에 대해 배웠기 때문에 아이들의 감이 굳이 틀린 것은 아님을 자신할 수 있는 것이다. 


출처:pixabay.com

                      

 

  선도실 4대천왕 모두는 학생들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전교생 이름을 다 외우고 있는 것은 기본이고 특정 아이들에 있어서는 현재 걸려있는 사건사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들의 신발, 가방, 외투의 브랜드까지 기억하는 남다른 조직이었다. 

사건이 터지면 몸이 먼저 나가는 기동력도 하나같이 뛰어났다. 

일을 미루지 않고 한 몸처럼 일사불란 움직이는 뛰어난 팀워크가 이들을 4대천왕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 종일 애들 이야기만 하고 잦은 회식 자리에서도 애들 얘기만 했다.

(우리는 이것을 공장이야기라고 했다ㅎㅎ.) 

이렇듯 4대 천왕은 학생에 대한 관심과 나름들의 사명감과 고민들이 쌓여 만들어진 부캐였기 때문에 

나는 내가 <마녀>였던 과거가 매우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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