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일차 -3 @ 양양 더앤리조트
"우리나라는 '안전불감증' 기사가 도배되고 나면,
오빠 생각에는, 손님들만 잡아요, 아주."
안전이 최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정!
하지만, '안전불감증' 이야기가 나오고 나면,
확인 절차가 강화되고, 이용제한이 엄격해진다.
내 생각에, 이 모든 것은 고객을 향해 강해진다는 느낌.
이를테면, 우리나라는 구명조끼를 빌려 입어야 하는
곳이 많다. 1미터가 안 되는 풀에서도 무조건.
아이를 안아도 아이와 아빠가 같이 입어야 한다,
둘 다 입으면 서로 미끄러져서 붙잡기 더 힘들어도.
게다가 그런 말들을 빨간 모자를 쓴 채 고압적으로
호루라기를 삐익~ 삐~ 불어댄다. 혹 못 들으면
삿대질도 기본, 저기요, 저기! 저기! 반말도 섞고...
이런 제약사항을 더 엄격하게 요구하는 듯 하다.
"반대로, 정작 시업자나 관리자들은 그대로이지 않아?
시설을 손 보든, 안전요원을 늘리든 뭘 해야 되는데,
그런 건 전혀 안 보이잖아. 그러니까 또 사고 나고...
안전요원도 사실 부족한 거야, 사람들 수에 비하면..."
정작 시설에 위험요소라도 보일라 치면,
그걸 안 치우고, 사람들 보고 돌아가라고 이야기한다.
누가 봐도 불안하거나 위험한 시설에도
예방이나 수습하지 않고, 사람들 이용을 막는다.
손님이 늘어나면 안전요원이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시설 이용시간이나 인원수가 제한된다.
누가 불편해하면 자기들이 뛰어가지 않고,
나오라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도와준다.
그래서, 정말 묻고 싶은 부분이다.
있어서는 안 될 '안전불감증'은 정말
고객이 갖고 있는지, 관리업체가 갖고 있는지…
더 갖추어야 할 '안전예민증'은 과연
고객이 더 가져야 하는지, 관리자가 더 가져야 하는지…
모두가 중요시 생각하는 '안전'은 고객을
통제해야 나오는지, 이끌어야 나오는지…
이게 과연 내가 예민하게 구는 건지,
안전을 위해 참아야 되는데, 혼자 반항하고 있는 건지...
덧붙이자면, 경험상,
동남아 리조트에서는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
놀이기구 이용 기준인 키도 우리나라보다 낮지만,
아찔한 놀이기구도 큰 불편 없이 다 탈 수 있다.
안전요원은 늘 옆에서 진행하고 도와준다.
호루라기로 고압적으로 제지하려 들지 않는다.
무슨 문제가 있으면 그들이 먼저 뛰어다니지,
손님들에게 나가라, 돌아가라 소리치지 않는다.
한 번은 태풍이 불어서 파라솔이 뒤집히는 와중에도
큰 소리 없이 안전요원들끼리 뛰어다니느라 바빴고,
손님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안내해 주려고 애썼다, 웃는 낯으로. 태국 리조트의
그 태풍과 대응은 여전히 인상 깊게 남아 있다.
아무튼,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내 경험치일 뿐,
이번 여행에서 접한 안전 요원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부지런히 찾아와서 배려 깊게 알려주고
지켜봐 준 친절이 너무 돋보여서 튀어나온 이야기다.
그 안전요원의 짧지만 신선하고 강렬했던 기억 덕에
우리나라 안전요원에 대한 나의 선입견에 균열이
생기는, 아주 반가운 변화를 맞게 되어 고마웠다.
"또또야,
우리 여기서 떡볶이랑 치킨 같은 걸로 저녁 때울까?
밤 10시까지 입장권을 끊은 거니까 뽕을 뽑아야지."
"쪼아!"
뜨거웠던 오후의 수영 타임이 끝날 기미가 안 보이자,
아내와 딸의 의기투합으로 저녁 한 끼가 쉽게 해결!
오래간만에 수영장을 바라보며 썬베드에 걸터앉아
주문해 먹는 간식이 해외 리조트 느낌 그대로였다.
피자 대신 떡볶이, 햄버거 대신 치킨이었을 뿐.
어느덧 풀장 한쪽을 가득 채운 대형스크린이 바뀌었다.
애니메이션이 마무리되고, 올림픽 중계가 나왔다.
우리나라 여자탁구팀 단체전 경기였다.
"또또야, 울또또 탁구 응원해야지"
"탁구야?"
그 전에 혼합복식 경기도 함께 보면서
탁구의 룰을 설명해 줬기 때문에 또또는
친숙하게 탁구 중계에 눈길을 주었다.
"아빠, 근데 탁구는 왜 중국이 잘해?"
"중국이 꼭 잘할 수밖에 없는 건 아닌데,
얼마 전에 들으니까 중국에서 탁구선수로 등록된
사람 수가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대. 거기서 뽑혀서
대표로 나왔으니 얼마나 잘하는 사람만 나오겠어?"
"진짜?"
지난번 중계에서도 그렇고,
이번에도 또 또또의 눈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아빠, 저 언니도 중국 사람이야?"
"응 귀화했대."
"지난번에 저 언니도 중국사람이었다며?
그럼 우리나라 사람은 신유빈 한 명이야?"
"또또야, 음... 중국사람이었지.
이제는 귀화해서 우리나라 사람이 되었지."
"저 사람들은 한국말 잘해?"
"귀화해서 살고 있으니까 점점 잘 하겠지,
아직은 뭐 한국사람보다는 못하겠지."
"음… 탁구는 잘한다는 거지?"
"탁구만 잘하면 우리나라 말 못 해도
한국 국가대표가 될 수 있냐고 묻고 싶은 거지?"
"ㅎㅎㅎ 아니, 알아, 귀화하는 거. 라건아!"
우리 가족은 농구 경기를 많이 즐겨왔기 때문에,
언제 한번 남자 농구 국구대표 귀화선수 '라건아'에
대해 한번 설명을 해준 적이 있었다. 이 때에도,
쉽게 설명해주기 어려웠다. 또또도 더 어렸고...
이번 전지희, 김은혜 선수의 귀화문제는 확실히
또또에게 위화감도 적고, 설명도 훨씬 더 쉬웠다.
응원하는 중이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도 쉬웠다.
으흠... 이 귀화 문제를 어떻게 또또 수준에서
생각할 만한 질문으로 바꿀 수 있을까?
피지컬이 중요한 농구에서 눈에 확 뜨이는
흑인 선수 '라건아'와는 다른 포인트인데...
"근데, 또또야,
만약에 또또라면 어떨 거 같아?
내가 국가대표가 꿈인 탁구선수야. 아주 열심히
해서 3등으로 대표선수가 되려는 찰나,
중국 선수가 갑자기 귀화를 해 온 거야.
근데 나보다 잘해서 국가대표에 들어가고
난 탈락했어, 그랬다면?"
"나는 더 열심히 해서 내가 이겨서
국가대표가 되려고 할 거 같아."
정답이네. 초등학교를 6년이나 다니니
“초등교육이 원하는 정답 스타일”을 너무 잘 안다.
"그럼 좋지… 근데 아빠가 묻는 건,
탁구는 잘 하지만, 우리나라 말도 잘 못하고
우리나라 와서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국가대표가 되면, 우리나라 국가 대표가 맞을까?
우리나라 선수도 국가대표가 꿈인데,
그 선수가 국가대표될 기회를 뺏는 거 아닐까?
어떻게 생각해?"
여행은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