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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봄 Jun 19. 2024

게임을 버리고 야구를 얻다

17 [컴투스 : 야구, 좋아하세요?] 편

얼마 전 딸이 처음으로 야구 경기장을 다녀왔다. 

"아빠, 근데 야구는 경기를 안 해, 아니 너무 느려, 

그 사이에 응원을 엄청 많이 해, 그래서 목이 쉬었어"

ㅋㅋㅋ 농구장을 주로 다니던 아이인지라, 

농구와 다른 야구 관람의 재미가 인상적이었다보다.


프로 스포츠 경기는 단순히 경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선수단이 펼치는 경기가 메인이벤트겠지만,

나아가 팬, 팬들의 응원, 치어리딩, 중계가 있고,

더 나아가 야구, 축구 등의 게임으로까지 즐긴다.


그래서 스포츠 연관 산업도, 마케팅도 활발하다. 

연관 산업에게는 공식 후원사 타이틀이 가장 강력하다.

하지만 그 수가 한정적이기에 타이틀을 내준 기업들은

어떻게든 간접적 마케팅 아이디어를 짜내고 또 짜낸다.

통상 이런 것을 엠부시(ambush) 마케팅이라 한다. 

엠부시(ambush)는 '매복'을 뜻하는 말로,
스포츠 이벤트에서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서도 
관련 있는 업체라는 인상을 주는 마케팅 방법.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 사전)


국내 가장 대표적인 엠부시 마케팅 캠페인은 

2002 월드컵, SK텔레콤의 "Be the Reds!"다. 


당시 공식 후원사 자격을 KT에게 내준 이후,

SKT는 초비상에 걸렸고,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어렵게 찾은 방안은 완전한 "관점의 전환"이었다. 


초점을 '선수'가 아니라 '팬'의 관점으로 바꿨다. 

경기는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이 하지만, 

팬들은 관중석 안에서 응원을 한다는 점에 착안, 

우리들의 경기장은 '응원석'으로 관점을 전환했다. 


그래서 국가대표 선수단 공식 후원 대신, 

국가대표 선수단의 공식 팬클럽 '붉은 악마'의 

공식 후원사 타이틀을 얻는 격의 후원을 맺었다. 

그 이후, 선수가 체력과 기술로 경기를 준비할 때, 

팬들은 노래와 구호로 응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도, "필승코리아"노래도, 

TV광고를 통해 수차례 반복하며 교육을 시켰다. 


그 결과, 전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되었다. 

서울광장은 축구경기장 이상의 응원경기장이 되었고,

전 국민은 선수들 못지않게 뛰었으며, 

SK텔레콤은 KT를 능가하는 마케팅 성과를 얻었다. 

"Be the Reds!"라는 구호와 슬로건처럼, 

전 국민이 "Be the Reds!"가 되었다. 


그 이후에도, 박수는 공식 응원 박수가 되었고, 

붉은 티셔츠는 팬들의 공식 유니폼이 되었고, 

'대!한!민!국!'은 그동안에 쓰이던 '한국' 대신, 

TV중계화면의 전광판에 막혀서 쓰이게 되었다. 


스포츠 연관 산업이 스포츠를 활용하는 좋은 예.

어쩌면 또 하나의 좋은 예가 되어가는 캠페인이... 


17 [컴투스 : 야구, 좋아하세요?] 편

만든 이 : TBWA/ 유병욱 CD/ 김민기 외 AE/
                김성민 감독/ 모델 : 구자욱


게임을 버렸더니 야구 전체를 가졌다


생각해 보면, 게임이다, 야구 게임. 

선수가 하는 야구가 아니라, 내가 하는 게임이다. 

게이머들에게 어떤 재미를 주는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게임이 게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실제 야구 경기를 대신한다고 하지 않는다.

느닷없이 선수의 이야기를 스토리로 들려준다. 

선수의 경기장면도 아니고, 하이라이트도 아니고, 

경기 뒤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큐처럼 보여준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3명의 선수가 나온다. 

구자욱, 문동주, 김광현 선수 각각의 이야기에 

각각의 다양한 감정을 들끓게 만들어 놓는다. 


그래놓고, "야구,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 

게임 좋아하세요? 가 아니라 야구 좋아하세요? 

야구게임이면서 게임 대신 

‘야구’에 대한 관여도를 높여서 

야구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으로 제시하는 전략.

작년에 야구팬들이 미쳐 응원하는 장면으로 

야구팬들의 감정을 이입시켰던 것도 마찬가지. 

물론 야구 대표 게임이라는 인지도와 위상이 

있어야만 가능한, 따라 못할 전략. 

야구 연계 산업 브랜드의 대표성을 유지하며,

인식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영리한 전략. 

과감하게 게임을 버리고, 야구로 가득 채웠더니, 

게임판 이상으로 야구팬 전체를 

우호층으로 단단하게 가져갈 듯하다. 


이건 찐 팬이 진심으로 만들어야 

가능한 전략일 수도


파란피의 원클럽맨, 포스트 라이온킹이라지만
10살 소년의 영상에서 원하던 스윙을 찾았다
야구센터에 찾아가 이 아이처럼 스윙하게 해 달라 했다
그렇게 부진을 벗어났다
13년 차 프로 야구선수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야구를 좋아하는 소년

야구, 좋아하세요?
컴투스 


이런 광고는 "광고 준비합시다!"라고

시작해서는 내용상, 수준상, 일정상 불가능하다.  

3명의 선수들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도, 

적절한 자료화면을 수집하는 것도, 

각 선수별 영상에 깃든 감정선을 조절하는 것도, 

야구팬들의 인사이트를 제대로 알고 있던 

그런 찐팬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것도 그런 찐 팬이 진심으로 접근하고, 

진심으로 좋아서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게 없었으면, 그저 야구선수 일대기를 

정리한 영상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최강야구' TV프로그램의 팬이다.

그 방송의 PD를 보면서, '덕후'의 시대구나 느꼈다. 

단순히 좋은 기획을 한다고 잘 되는 시대가 가고,

진짜 좋아하는 덕후가 해야 잘 되는 시대라는 뜻. 

좋아하면 그게 프로그램에서도 티가 난다. 

광고에서도 진짜 즐겁게 만들면 티가 난다. 


난 정말 그런 티가 좋다. 

그렇게 티 내고 싶다. 


본 광고의 인용이 불편하시다면,
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출처: tvc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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