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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봄 Jun 17. 2024

피로회복제의 앞날은 이럴 것!

16 [녹십자 비맥스 MBTI별 피로사유서] 편

2019년 한 제약회사의 피로회복제 광고를 담당했다. 

그때는 피로회복제 시장의 격변기였다. 

제품, 시장, 소비자가 모두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로회복제 시장은 곧 비타민 시장,

고함량 비타민이 득세를 하기 시작하면서 

비타민 A, B, C, B1, B2, B6 등 다양한 종류가  

각각의 조합으로 함량을 높여 담은 제품으로

시장에는 브랜드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사람들은 워라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예전 같은 육체피로를 느끼지 않고 있었다. 

예전에는 피로를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먹히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선진국처럼 건강에 활력을 추가하는 

'정상의 이상화'를 더 추구하게 되었다. 

비타민 광고도 이에 발맞추는 행보가 나타났다. 


하지만, 신체피로가 줄어든 대신, 

오히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있었다. 

몸을 쓰는 경우보다 

눈과 머리, 감정을 쓰는 경우가 많아져서였다. 


그래서 피로회복제들은 

이 정신적 피로 증상을 잡고 싶어 했다. 

사람들이 더 많이 느끼고, 느끼게 될 증상, 

회복 방법을 더 많이 찾게 될 것이기에, 

이 정신 피로 증상은 큰 시장이 될 터였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나, 제약광고 심의상으로나, 

'정신 피로를 풀어주는 피로회복제'는 시기상조였다. 

비타민 중 완화시켜 주는 성분이 있기는 하였으나, 

비타민과 정신 피로를 직접 연결시키는 인과관계도 

과학적 증명이 안 되어있었을 뿐 아니라, 

'정신 피로'라는 단어를 규정하는 것도 어려웠다. 


광고적으로 이를 연상시키기 위해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내고 심의를 받았으나, 

그 적절한 수위의 연결고리를 찾기는 힘들었다. 


그러던 노력이 몇 년째 지속된 몇 년 후, 

하나의 연결고리가 절묘하게 잘 꿰였다 싶은 광고가... 


16 [녹십자: '비맥스' MBTI별 피로사유서] 편

만든 이 : 메이트 인디펜던스/이성형 CD/
               이원영 외 AE/


타깃과 가까워지는 연결링크, 그 효과는? 


연결고리는 바로 MBTI였다. 

'MBTI 전성시대'라고 할 시기가 한풀 꺾일 즈음, 

각 성향별로 피로한 사유를 해석해주며  

재미있는 일러스트로 제시한다.


광고적으로 MBTI, 일러스트, ‘F맥스에게 B맥스’, 

“약사님이 하신다” 일러스트 유지 등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 타깃과 좀 더 가까워졌다.


MBTI는 과학인가? 정설인가?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성향에 따른 구분이 재미있다. 


그럼 그 성향에 따른 피로가 다른가? 아니다. 

성향이라는 감정, 감성, 정신적 부분이 

어떤 스트레스를 야기하는지는 개인차일뿐. 


하지만, 이 광고는 MBTI별로 쉽게 구분 짓고, 

성향에 따라 어떤 감정으로, 어떤 행동까지 하는지 

제시하여 공감도 높고, 재미도 있고, 비교꺼리도 있고, 

피로사유라고까지 주장하는 것에 수긍도 할만하다. 


정신 피로와 가까워지는 연결링크, 효과는? 


여기서 심의를 통과하는 영리함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이 울며 밤새우고' 중 '우는' 것은 성향, 

'밤새우는' 것이 행동이자 피로의 원인으로 볼 수 있게.


MBTI별 피로 사유서- F가 피로한 이유
 
라디오의 사연 듣다 출근길에 눈물 뿜고,
울다 지친 퇴근길은 나물 파는 할머니에
우리 할매 생각나서 양손 가득 사버리고
남친구 땜에 우는 친구, 여친 땜에 우는 친구,
속상해서 우는 친구, 같이 울며 밤새우고.

F니까 피로하다.
F MAX인 당신에겐 B MAX가 필요하다.

피로한 당신에게 가장 좋은 B MAX는?
자세한 설명은 약사님이 하신다.
BMAX. GC녹십자.

그래서, 소비자에게 이렇게 전달됨으로써, 

이제 단순 육체피로를 넘어 원인을 성향으로 삼고, 

정신적 피로 증상까지 확장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근래 피로회복제들이 공략하고 싶어 하던 영역을, 

게다가 광고적 재미까지 활용하여 확보해가고 있다. 


그동안 피로회복제 후발주자로서 도발적인 광고로 

기존 시장에 균열만 내던 비맥스가, 

이제는 경쟁사 대신 소비자와 더욱 가까워지고, 

육체피로 아닌 정신피로 시장까지 확장하고 있다. 


다만 모두 비과학적이어서, 이 연결고리를 통해 

신뢰와 입증이 생명인 제약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지, 

비맥스 변신 포인트들의 효과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피로회복제 시장은 앞으로 없어질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피로회복제라는 단어가 사라질 지도.

그리고 부디 이 단어가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피로가 없고, 회복할 이유가 없어지기를 바란다.  


대신, 안 먹어도 멀쩡하고 건강한 상태에서 

먹으면 좀 더 활기차고 생기 있는 그런 약으로,

그런 세상 속에서 있어주기를 바란다. 


본 광고의 인용이 불편하시다면,
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출처: tvc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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