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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봄 Jun 21. 2024

당신의 세상은 어디로 가나요?

18 [아시아나항공 : 누군가의 세상이 타고 있다] 편

영국 연수 시절, 유럽 저가 항공사를 많이 이용했다. 

어느 날인가는 비행기가 착륙했다고 방송이 되자, 

사람들이 갑자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뭐지?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저가 항공사를 타면 불안한데, 

안전하게 착륙한 기념으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단다. 

지금은 그저 세리모니지만, 그때는 안도의 박수. 

이렇게 비행은 결국 교통수단,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비행업이다. 


하지만, 점점 이 비행에 의미가 붙기 시작했다. 

여행, 특히 해외여행을 느끼는 시작이자 끝이기 때문. 

해외여행 가는구나 느끼게 하는 비행은 더욱 좋다. 

특히 우리 딸에게는 더더욱 특별한 느낌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는 커녕 집밖도 나가기 힘든 시절, 

우리 집은 오래 냉파(냉장고 파먹기)를 했는데, 

그때 우리 딸이 가장 먹고 싶던 음식이 "기내식". 

"아빠, 기내식 먹고 싶다" 했을 때 얼마나 웃었던지. 


유럽 저가항공 초기 시절에는 "불안하던 교통수단", 

지금 우리 딸에게는 "해외여행 떠오르는 기내식".

사람들마다 비행의 의미가 각양각색 붙기 시작한 것. 


브랜드 입장에서, 아니 모든 사람의 입장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특별한 의미부여를 하게 마련. 

사전적인 의미야 누구나 아는 객관적인 것이고, 

자신만의 동기 부여, 삶의 의미는 주관적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 공감이 되면, 자부심도 생기고, 

남들도 나의 직업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뜻함이 생긴다.

더 가면 직업 위상이 올라가고, 신규 지원도 늘고,

우수 인력이 채용되고, 미래 전망도 좋아지게 된다.

생각보다 무형의 효과는 꽤 크다. 

 

교통수단에서 해외여행 수단까지 격상된 비행,

그 이상의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을까? 어떤 의미를...?

누군가의 의미부여에 동의할 수 있을까? 


18 [아시아나항공 : 누군가의 세상] 편

만든 이 : TBWA/ 유병욱 CD/ 이하영 외 AE/
               고한기 감독 

함께 컸구나, 잘 컸구나, 

웰메이드 성장드라마


우리 딸 같은 주인공이 처음 비행기를 탄다. 

비행기는 신발 벗고 타야 하는데 잘 탔을지...

그 아이가 커간다, 쑥쑥 커간다. 잘 컸구나... 

그 성장과정 속에 자막으로 아시아나가 있다. 

그래, 함께 컸구나 싶다. 


아시아나 항공사의 연혁과 위상을 보여준다. 

코로나 이후 재개되는 비행업 입장에서 

잘 안 보이던 아시아나의 존재감도 보게 된다. 

"그래 맞아, 내 비행에 아시아나가 있었지..."


보통 이런 목표의 광고는 자기 자랑에 빠져 

회사소개서 같은 설명문에 그칠 내용이 다반사.  

그런데, 완전히 새롭게 풀고 있다. 

회사 연혁을 추억으로 만들었고,

‘한 사람의 추억 돋는 성장드라마’로 올려놓았다. 


처음 나가본 하늘은
땅에서 보던 하늘과는 다른 색깔이었지.
가끔은 하늘도 땅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되고
혼자 힘으로 여행을 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날도 있겠지
하지만 그 어떤 하늘도
너를 더 크고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 거야.

누군가의 세상이 타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


비행업의 의미가 달라져버린... 존재감 


그 위에 아시아나가 비행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라. 

“비행은 한 사람의 세상을 옮기는 일"이라고 해석한다. 

우리는 모두가 한 사람만의 우주(Universe)로 보고, 

그 우주를 옮겨 그의 세상을 바꿔주는 일이라 말한다. 

교통수단, 여행수단 이상의 의미로 도약시켜 준다. 


회사 연혁을 한 사람이 지나온 인생에 견주고, 

고객을 하나의 ‘세상’으로 보는 관점 덕분이 아닐까.

앞선 영상에서 빌드업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공감, 

하지만, 한 아이의 인생을 밟아왔기에 가능해졌다. 

빌드업 정점에서 업의 본질을 높이고, 

브랜드의 존재감을 강력하게 발한다. 

 

또 하나는 감성이 돋아나게 만든 카피와 영상의 구성. 

과거의 나에게 이야기하는 화법의 내레이션과 

영상 속 아이의 시선, 감정 변화 연출 등이 

아주 적절하게 잘 맞물려있다. 


이제 아시아나 항공사 직원들은, 

그저 비행기 운항이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을 옮기는 일이라는 의미를 갖게 될 것. 

고객들은 '나 비행기 타고 어디 간다'가 아니라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곳으로 옮기게 될 것. 


엘리베이터는 특별하다. 

창문을 열면 하늘이 보이던 곳에서 

창문을 열면 땅이 보이는 곳으로 데려다준다. 


비행도 특별하다. 

창문을 열면 땅이 보이던 곳에서 

창문을 열면 하늘이 보이는 곳으로 데려다준다. 


이런 해석에서 더 나아간다는 것이 쉬운 건 아니다.

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인문학이 필요하다. 

 

올해도 비행기를 타고 싶다. 

하지만 아시아나를 타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저가 비행기들도 노선과 시간대, 

무엇보다 가격대를 잘 배치해서 선택폭이 좋아졌다. 

하지만, 비행을 떠오를 때면 

그 비행이 나의 세상을 완전히 바꿔줄 때면 

아시아나를 떠올릴 것 같다. 이 광고를...

나의 세상을 옮기는 항공사 직원과 함께... 


본 광고의 인용이 불편하시다면,
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출처: tvc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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