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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MJ Apr 27. 2024

6번퇴사, 프로 도망러가 되었다. #3

개발자 포기 후 1년6개월의 공백기, 30곳이 넘는 면접과 6번의 도망


목요일 아침 8시 30분 

회사 비상계단에서 출근을 할지 이대로 집에 갈지 고민하며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 그래도 퇴사를 하게 된다면 직접 말씀드리는게 낫지. "

" 아니야 한달만 더 다니고 생각해보자." 

그렇게 8시 58분까지 비상구 계단에서 갈팡질팡 고민을 하다 출근을 했다. 


목요일 밤 11시 

팀장님께 카톡으로 퇴사를 말씀드렸다. 죄송한 마음에 4일치 급여는 받지 않겠다고 했다. 

같은 신입 동료에게 카톡을 했다. 

동료는 잘한 선택이라고 했다. 그분은 입사한지 한달 밖에 안됬지만, 하루만에 도망간 사람,

말 없이 잠수탄 사람도 많았다고. 오히려 카톡이라도하고 퇴사한게 양호하다고 했다..(하하) 


금요일 아침 

다시 백수가 되어 카페로 출근했다. 팀장님은 4일치 급여는 주겠다고 했다. 퇴사 이유에 대해 물어봤지만 

내가 부족하여 적응문제가 크다고 둘러 말씀드렸다. 팀장님은 그동안 잘 못챙겨준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다. 



첫 출근한 월요일 

어색함을 뒤로한 채 출근을 했다. 면접 때 나를 안내해준 사람 옆 자리에 앉았다. 나이가 나보다 어려보였지만 성격도 좋아보이고 씩씩한 편인 것 같았다. 내 사수가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그 분도 입사한지 한달 된 신입이었다. 대표님은 늦게 출근하셨다. 대표님이 들어오자마자 옆에 있던 신입 동료가 벌떡 일어나 인사를 했다. 

그 모습에 나도 우왕자왕 일어나 인사를 드렸다. 

대표님과 면담을 가졌다. 내부 규정들을 말씀해주셨다. 입사 일주일은 대표와 상사분들과 밥을 먹어야할 것. 이후에도 여러번 나를 불러 TMI를 하셨다. (신입에게 이런 관심과 기대.. 많이 부담스러운데 말이지..)


두번째 출근한 화요일 

오후 시간, 대표님이 출근하시면 모든 직원들이 일어나 인사하는 문화는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참 어색하다.. 

퇴근 시간, 갑자기 신입환영회를 갖겠다고 하셨다. 대표님과 상사분들과 나만 참석하는 신입환영회..

' 화요일날 술회식이라고..? 에이 많이 안마시겠지.. ' 

하지만 그 분들은 업계에서 인맥 장사하며 다져놓은 진정한 술꾼들이였다. 

하지만 나 또한 알콜중독자 아빠의 딸이다. 


신입들은 1차 건배사에서 백기를 든다고 하는데 나는 2차까지 가게 되었다. 

2차에서도 이렇게 마신다면 나는 내일 출근을 절대 못한다. 나는 잔머리를 써야했다. 

대표님께 고량주를 사달라고 했다. 토니워터와 고량주, 얼음을 함께 마시면 잘 안취하기 때문이다. 

4명이서 고량주(소) + 고량주(대) + 참이슬 한병을 마시고 나서야 2차가 끝이 났다. 


회식하며 느낀 점은 이분들.. 정말 술을 좋아하고 잘마신다. 전전 직장에서 술을 안좋아하셔서 강요도 안하시던 부장님이 보고싶어졌다. 술마시면 성희롱은 하셨지만 술이 약해서 강요는 안하시던 전 직장 대표님이 양반이였다.


' 속이 아픈 것보다 회식은 일의 연장선인데 이렇게 회식이 잦다면 최저임금도 안나올텐데... ' 

택시를 타고 가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세번째 출근한 술덜 깬 수요일 

술이 덜 깨서 그런지 가방도 바꿔  출근을 했다. 

어제 시킨 고량주( 저는 고량주를 시켰지만 토니워터를 마셨어요) 는 숙취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미지는 역효과가 났다. 회사에는 신입이 고량주를 시켰다며 술꾼이라는 소문이 났다. 

팀장님은 옥상으로 불러 맞담을 하며 말했다.

' 어제 술 많이 마셨다며? 그런데 용케 출근을 했네? 잘했어 " 

속으로 생각했다. ' 술 마시고 다음날 안나오는 신입도 있었나보네.. ' 


이날은 숙취로 인해 하루 종일 멍만 때리다 퇴근을 했다.  이번 회사 생활은 정말 피곤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네번째 출근한 술이 조금은 깬 목요일 

입사 4일 째 할 일 없이 메뉴얼만 계속 보고 있다. 

이날은 투명인간처럼 메뉴얼만 보며 회사 분위기를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인사기록을 살폈다. 

이번 달 과장급 두명이 퇴사하면 초창기멤버 2명만 빼고 10명이 다 1년도 안된 신입이다. 

일할 사람이 신입 밖에 없으니 신입들이 모든 것을 알아서, 많이 해야했다. 물론 승진은 빠를 것이다. 


최저임금 + 인센티브 제도라서 다들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다들 이 곳이 첫 회사이거나, 사회초년생인 어린 신입들이였다.

인센티브를 포함한 월급을 받아야할 업무강도인데 인센티브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한다. 

하지만 이건 이래서 인센에 안들어가고~ 하다보면 기껏해야 분기별로 몇만원이 떨어진다. 그걸 또 달로 쪼개면... 차라리 식대를 챙겨주는게 더 많이 받겠다..  

5년차 과장이 이번에 퇴사를 하며 퇴직금을 천만원 받는다는 이야기를 엿듣고, 기존 인센티브 기록을 보며 내가 아무리 큰 프로젝트를 어찌어찌해서 따낸다하더라도, 전 직장 연봉에도 못미친다.라는 것이 계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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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만에 이른 결정일 수 있지만 퇴사를 결심했다.  

차라리 이 곳을 계속 다닐 바에 아르바이트나 계약직을 하는게 삶의 질 적인 면에서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렇게 계속 적응못하고 퇴사할 바에는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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